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맘 Dec 06. 2023

돈을 모으고 싶지만 쇼핑은 하고 싶다

롱패딩이 유행이라 롱패딩이 사고 싶고. 숏패딩이 유행이라 숏 패딩이 사고 싶은 나다. 올해는 숏 패딩이 유행이란다. 작년에 사놓은 패딩이 있지만 올해의 디자인에 더 눈길이 간다. 선택받지 못한 겨울 외투들을 정리할 생각도 없다. 없으면 아쉽기도 하고. 버리기에는 아깝고.


큰 맘먹고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린다. 최저가 검색 버튼을 눌려 본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매겨진 가격이 올라갈수록 디자인도 보온성도 올라간다. 눈에 들어오는 건 높은 가격대의 옷들이다. 돈을 소비하기 전에는 삼세번 질문을 한다.

첫째. 꼭 필요한가.

둘째. 없으면 일상이 불편한가

셋째.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세 번의 질문을 던져보면 물건의 필요성이 더 선명해진다. 소비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패딩 쇼핑은 이대로 끝을 내는 가 싶었는데. 눈에 하나의 패딩이 들어왔다. 가격도. 성능도. 디자인도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패딩이었다.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의 옷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흔한 기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버튼을 눌렸다. 패딩가격은 단돈 만원에 무료배송이다. 도서관 이벤트로 받은 상품권을 인터넷 머니로 전환하고 결제를 마쳤다. 그렇게 사고 싶은 숏 패딩을 사고 말았다.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돈은 모으고 싶다고요?"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강의에서 어느 강사가 한 말이다. 쓰고 싶은 거 쓰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고. 있다면 자기 앞에 데리고 와도 된다고. 태어나자마자 부자인 사람들은 빼고 라는 조건이 달렸다. 그렇다. 쓸 거 쓰면서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워런 버핏도 말하지 않았던가 저금하고 남은 돈을 쓰라고. 쓰고 남은 돈을 저금하는 게 아니라. 돈은 모으고 싶지만 쇼핑은 하고 싶은 나다. 그런 나에게 최저가 검색은 일상이다. 사람이 어찌 돈만 모으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가끔은 소비도 해야 경제도 돌아가고 그런 거지. 소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면 그럴듯한 말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소비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는 단 하나 돈을 모으기 위해라는 한 가지 확고한 이유만이 떠오른다. 작년에 산 숏패딩이 있다든가. 숏패딩이 나의 체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하는 시시콜콜한 이유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지인의 숏패딩 왼쪽 가슴에는 유명 상표가 적혀있다. 내가 산 패딩의 30배가 넘는 가격이다. 이왕 사는 거 좋은 거 사야 오래 입는다고. 저렴한 거 사면 한해 입고 입지도 못한다고. 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비의 기준은 다른 거니깐.


전세자금대출 만기일에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지인. 소비 브레이크를 적당히 밞으면 충분히 대출금 일부를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단 시작부터 해보자고 살며시 건네본다. 지인은 지금보다 더 안 쓰고 안 입기는 힘들다고. 줄일 곳을 찾기가 힘들다고. 지인은 돈은 모으고 싶지만 쇼핑은 하고 싶단다. 더 이상 나의 말이 비집고 들어가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저축 부터 하고 소비를 해야 돈이 모인다는 마지막 말을 살포시 두어 본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아무도 그 선택에 참견 할 권리도 이유도 없기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