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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Dec 11. 2023

은행에서 월세받기

티클이 모여 태산이 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그렇다. 되고말고. 태산의 높이와 크기 차이지 분명 되고야 만다. 천 원씩 매일 통장에 저금하는 은행 상품이 있다. 천 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상황에 따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대중교통 이용도 힘든 게 사실이니까. 천 원이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함께 모이면 은행이 내 통장에 꼬박꼬박 이자를 붙여 준다. 난 그 이자를 은행이 주는 월세라 부른다. 


티클이 태산이 되기까지는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 끈기와 인내도 함께 라면 더욱더 힘을 응축할 수 있다. 누군가 쥐꼬리만 한 은행이자 모아 뭣하려고.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맞다. 처음은 쥐꼬리만 한 이자다. 그 이자들이 모이고 모이면 그 쥐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동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나다. 천 원이 삼백만 원이 되는 날 몇만 원의 이자는 아이들과 치킨을 사 먹었다. 그리고 원금은 다시 4프로 정기예금에 넣어두었다. 만기가 되어 돌아온 적금 이자는 아이들과 남편그리고 나의 입을 즐겁게. 배를 두둑이 불려주는 배달음식비로 소비시켰다. 월세를 고스란히 소비하고 있었던 나다. 


조금 더 소비 브레이크를 밞아야 했다. 주택담보대출일부 상환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나였다. 어떡하든. 무슨 일이 있든 꼭 상환해야 하는 목표금액이다. 그 금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자까지 몽땅 모아야 했다. 나를 위한 소비는 잠시 멈춰두기로. 그날 이후로 적금이 만기 되면 이자와 원금을 다시 정기예금으로 돌렸다. 


푼돈을 모으는 건 적금으로. 목돈이 모이면 정기예금으로. 


정기예금 이율이 높은 은행들을 찾아다녔다. 2 금융의 적금이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기에 그곳에도 일부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6프로 정기예금에는 남편과 나의 이름으로 두 개의 정기예금을 들었다. 삼천만 원까지 비과세혜택도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그곳에서 남편과 나의 예금이자인 약 삼십만 원 정도가 매달 통장으로 들어온다. 소형아파트에서 받던 월세금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은행마다 출시하는 정기예금 이벤트들이 있다. 그곳에 푼돈이 모여 목돈이 된 금액들을 넣어 둔다. 좀 더 좋은 이율을 주는 은행을 발견한다면 갈아타기도 서슴지 않았다. 천 원이 만들어 내는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경험하지 않음 모를 쾌감이었다. '천 원이 이 돈이라고?' 맞다. 천 원이 모여 이 돈이 된 것이다. 10개가 넘는 정기예금 통장과 여럿 적금통장들. 은행이 주는 월세 통장이다. 곧 목표한 대출상환 목표금액에 가까워진다. 천 원을 우습게 보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결과이다. 혼자 있으면 작은 힘이지만 모이면 그 힘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 티클 모아 태산은 가능하다. 그 시작은 티클에서부터이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 오늘도 티클을 모으는 일상을 살아간다. 태산에 머무른 시선을 티클에 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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