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이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우리집에 있던 TV를 드렸다. 마음 표현은 하고 싶고, 그걸 돈으로 하는 것보다 더 슬기로운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이었다.
마침 도련님 부부가 원하던 TV사양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녀석과 일치했다.
TV가 있던 장소에는 아기 옷걸이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장소 활용을 잘 하고 있는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 소유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랑 둘이 있을 때 오는 자극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정도는 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가족과 같이 있을 때 온다. 나 대신 아기를 봐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마음 놓고 스위치 오프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다른 어른이 우리 근처에 있을 때에도, 내 기대와 다르게 원하지 않는 자극은 끊임없이 온다.
1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버릇이 생겼다. 잠을 푹 잘 수 있을 때에도, 이유 없이 잠을 깬다.
이틀에 두 시간꼴로 잠을 잤어도 계속 깨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아기가 감기에 걸려서 산책조차 나가지 못했는데, 나에게 남아있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이유를 신중히 생각해 본 결과,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정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마음이 잔잔해지려고 하면 어김없이 고요를 깨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패턴에 내가 길들여져서, 계속 잠을 설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햄버거 하나쯤은 먹었는데, 요즘엔 반이라도 먹기 위해 꾸역꾸역 노력해야한다. 이마저도 속이 울렁거리고 더이상 먹기 싫어진다. 나 스스로 코너에 몰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SOS를 청했고, 당장 쉴 수는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나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남편은 내가 해외여행을 가기를 권했다. 자금 사정상 해외는 무리이기도 하고, 나도 그 정도로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국내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태 삶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며, 내가 원할 때 쉬고 원할 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는 남편이 고마울 다름이다. 사실 남편도 쉬는시간이 필요할텐데, 내가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이기적으로 나만 돌보기로 생각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꽤 의지가 되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내가 산책을 감당하기 힘들어, 시어머니께서 강아지를 봐주고 계신다. 여건이 될 때 다시 데리고 온다면 나도 정신적으로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강아지는 꽤 어른스럽고, 덤덤하다. 마음이 너그러운 것이 배울 점이 많은 녀석이다.
아! 글을 쓰는 와중에 또 일이 생겼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오로지 나의 몫이며,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자리를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