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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May 31. 2023

일본, 독일MZ는 어디에서 노는가

그들이 놀고 샀던 것들 

"제 손에 타투가 많아요. 이건 전통 문양을 딴 문신이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숙박 메시지 치고 참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우리 집에 머물 다 간 일본 게스트는 MZ세대 타투아티스트였다. 그녀는 참 친절하게도 숙박 전 내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직업과 신체적 특이사항을 미리 다 알려왔다. 내가 타투 때문에 놀랄까 봐 염려되었는지 미리 어느 부위에 타투가 있고 그게 무슨 뜻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눈화장과 옷차림을 한 그녀는 나를 향해 웃으며 기념품을 선물로 줬다. 귀여운 티백을 건네는 손은 손가락 마디마다 500원짜리 정도 크기의 진한 원형 타투가 있었고 그 위에는 굵은 낀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일본 MZ는 

어디서 놀까?


하루가 지나고 서로가 좀 익숙해졌을 즈음에 나는 게스트에게 한국에서 무엇을 할 예정인지 물었다. 예상한 대답은 한국에 있는 타투아티스트들을 만난다거나 타투를 한다거나 등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게스트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드라마에서 봤던 장소나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대사를 외웠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말문이 막힌다면서 한국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녀는 서툰 한국말 대신에 영어로 말했다. 대충 들은 그녀의 루트는 이랬다.


첫날은 쇼핑, 친구 만나기

둘째 날은 냉면 먹기, 홍대의 나이트 라이프 즐기고 파티 가기

셋째 날은 망원 시장에서 장보고 망원에 사는 친구와 술 마시기


나는 며칠 전, 이탈리아 게스트를 '육쌈냉면' 데려갔다가 아주 고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게스트에게 냉면을 진짜 먹을 것인지 물었다.


"냉면 먹게? 먹을 줄 알아?"


내 질문에  일본게스트는 "한국 드라마에서 먹는 거 봤는데 한번 꼭 먹어보고 싶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냉면에 대한 강한 호감을 표했다.


‘역시 유럽 게스트와 다르게 일본 게스트는 젓가락 쓰는 문화권의 사람이니까 냉면을 좋아하는군… ’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맛있게 먹고 오라고 답해줬다.



일본 MZ는 

무엇을 샀는가


마지막 날, 망원 시장에 다녀온 일본 게스트는 자신의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사 온 물건을 자랑했다.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보며 일본에 가져갈 것이라고 자랑을 했다. 그 안에는 삼양라면, 신라면, 참깨라면 등 온갖 종류의 봉지 라면이 들어있었다. 또 포장김 몇 개가 수북하게 들어있었다.


얼마 전에 왔다간 게스트도 포장김을 엄청 사갔었는데, 그때 알았다. 외국인들은 김을 간식처럼 먹는다. 좀 의외의 물건이라고 느꼈던 것은 '단호박죽'이었다. 일본 게스트는 그게 너무 달고 맛있어서 샀다고 했다.

그렇게 일본 MZ 게스트는 비교적 익숙한 루트로, 장보기까지 잘 마치고 돌아갔다. 그다음을 이어, 독일 MZ 게스트가 우리 집에 체크인을 했다.



처음 만나본 

독일 MZ  


무려 02년에 태어난 게스트였다... 우와. 나와 나이차이만 해도...(손가락 새는 중). 지금까지 만난 친구 중에서 가장 앳된 게스트가 아닌가 싶다. 졸업하고 여행 겸 한국에 여행을 왔다고 했다. 이미 우리 집에 오기 전에 부산에서 여행을 하고 넘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게스트에게 어떻게 한국에 올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 하고 한국을 여행했을 때 너무 인상적이라서 다시 온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혼자 와보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큰 캐리어와 독일어로 쓰인 두꺼운 책 한 권을 가지고 왔다. 10시간 넘은 비행 치고 너무 단출한 여행가방이었다.


나는 먼 나라에서 온 게스트들에게 애착이 많다. 특히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뭐라도 하나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번에는 초코파이를 웰컴 기프트로 주었다. 독일 게스트는 그걸 받아 들고 고맙다며 받자마자 한 개를 뜯어먹었다.

독일 게스트에게 준 선물


게스트는 독일의 볼펜부틀(wolfenbuttel) 출신이었다. 그 얘 말로는 베를린에서 2시간 정도 더 가면 나오는 시골 마을이라고 한다. 볼펜부들이라니... 이 지명도 생소하거니와  나는 아직까지 독일에 한번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독일에 대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독일인을 눈앞에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얼떨결에 학부 시절 음악을 전공한 것과 베토벤을 좋아했다는 것을 고백하며 말문을 열었는데 독일인으로서 너무 많이 들어봤을 얘기라서 인지 게스트는 약간 형식적인 대응을 해줬다.


“오. 베토벤... 오케이."



독일 MZ는

어디서 놀까?


나는 게스트에게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뜻밖에 그녀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했다. 이전에 머물렀던 다른 게스트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그러면서 서울에 와서 사람이 너무 밀집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본래 자신은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거니와 살던 지역도 여기와 다르게 너무 고요한 곳이라며, 그나마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게스트가 머무르는 동안 계속 비만 내려서 좀 아쉬웠는데 오히려 비 내리는 날씨가 그 얘한테는 좋았나 보다.

나는 이것저것 권하려다 게스트가 석연치 않아 하는 것 같아 관뒀다. 대신 차라도 대접할까 싶어서 ”커피 좋아해? “라고 물었다.


다행히 그녀는 커피에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친한 친구가 카페를 운영해서 원두를 사가고 싶다고, 좋은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독일 게스트는 우리 집에서 머무는 동안 박물관과 내가 추천한 커피숍을 다녀갔다. 그리고 그

커피숍에서 원두 선물을 샀다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독일에서 온 게스트가 가고, 연달아 네덜란드 게스트가 왔다. 예전에 ‘글로벌하게 살고 싶다’라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요즘 그 꿈이 이뤄지는 모양이다. 오늘도 이불빨래를 하며 세계 곳곳의 게스트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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