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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4. 2024

실무자를 위한 브랜딩 #프롤로그

우리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출시 전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개발을 주도하는 리더가 바뀔 때마다 제품명과 로고가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  출시도 되기 전에 한 제품에 세 개의 이름과 로고가 공존하는 상황이 되었다.


팀 원이 3-4명일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일손이 필요해지자 사람을 뽑게 되었고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이런 변화를 설명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럴싸하게 “우리는 애자일하게 일하고 있다” 라고 말했지만 새로 온 입사자는 “그래서 왜 이걸 만들고 있는 거예요? 이 제품을 뭐라고 불러요?“ 라고 반문했다. 대표님을 제외하고는 이 대답에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신규 입사자의 기초적인 질문에도 우리는 우왕좌왕 했고 결국 답을 듣기 위해 모두가 대표님 앞에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가 왜 이 제품을 만들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답은 오직 대표님만 할 수 있었다. 대표님은 아주 자세히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이어갔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조차도 우리 제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우리가 큰 방향 속에서 어디쯤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마 신입들도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회사의 카피라이터였다. 글을 잘 쓴다는 이유로, 대표님은 광고 카피를 시작으로 회사의 모든 문서 작업을 나에게 맡겼다. 회사 홈페이지, 블로그, 뉴스레터, 각종 소개서, 메일 작성 등 조금이라도 글귀가 들어가야 하는 것들은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물었다. ‘우리 회사도 브랜딩이 필요하지 않겠어?”라고.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의  의미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나 역시 많은 문서 속에서 회사와 제품을 설명하는 것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설명이 달라져, 어떤 때는 내가 쓴 것이 맞았고 다른 때에는 완전히 틀렸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그 때 당시 브랜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브랜딩이라는 그 단어가 그럴싸하게 들렸고 멋졌기 때문에 하겠다고 했다.그러나 막상 브랜딩을 시작하려 했을 때, 거대한 산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 몰려왔다.


브랜딩이 뭐지?

우리는 왜 브랜딩을 해야하지?

지금 우리 회사에 브랜딩이 필요한가?


스타트업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던 내게 브랜딩 작업은 달랐다. 브랜딩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나부터 스스로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또, 예상하지 못했던 인터널 브랜딩 범주 안에서 조직문화를 만드는 영역까지 맡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서적이나 리서치 자료에서 얻을 수 없던 브랜딩의 과정을 몸소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설을 세우고 계획하고 운영하고 다시 점검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엄청나게 모호다가고 느꼈던 브랜딩이 이제는 어떤 일인지 알 것 같다. 또 브랜딩 실무자가 해야 하는 일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브랜딩과 관련한 출판 서적이 참 많다. 그만큼 사람들이 브랜드와 브랜드를 다루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무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브랜딩 책을 찾긴 쉽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 아닌 이제 시작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을 찾기 쉽지 않을 뿐더러 대다수는 성공한 결과물의 이야기만을 담아 아쉽다.  


나는 내가 맡아온 브랜드의 브랜딩 성공사례보다는 브랜딩의 진행 과정에 대해 좀 더 다루고 싶다. 재밌게도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언젠가 내가 정리한 많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무를 통해 경험한 진짜 이야기들을 또다른 실무진에게 공유하고 싶다.


이 글은 내가 브랜딩 실무를 하면서 겪은 경험과 해결과정을 담고 있다. 나의 경험담이 브랜딩을 하는 또다른 실무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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