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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4. 2024

우리 회사에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은 언제일까요?



회사 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우리는 대체 무엇이 다른가’였다.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개 자료를 보면 모두 비슷한 형식과 문구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문서 자료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시장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이다. 과연 우리 회사의 소개자료를 사람들이 볼 것인가? 무엇인가 차별점이 필요했다. 이건 카피를 매콤하게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우리가 브랜딩을 하려고 한 이유는 제품 소개서 때문이었다. 막상 자료를 만들자니, 우리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우리 회사를 두고 ‘뭐하는 회사에요?’ 라고 묻는 말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 좋게 제품 프로토타입을 시연 설명을 할 기회가 생겨도 어설프게 짝이 없었다. 나의 설명이 장황해 질수록 상대의 눈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다. 내 눈이 흐려졌을 것이다.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때마다 거절을 당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프로토타입의 반응이 석연치 않자 조직 내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유저가 없자 자신감이 떨어졌다. 동시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체 우리가 뭘 하는건지 모르겠어’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품에 대한 회의감이 곧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대표님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를 브랜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서 생각하건대 당시 우리에게는 ‘정리’와 ‘규칙’이 필요했다. 우리는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를 해나갔다. 


브랜딩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회사에서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신제품을 선보이려고 할 때 브랜딩이 필요하다.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정의와 차별점이 정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을 아는 것이 먼저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초기 스타트업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자신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하면 시장과 소통이 어렵다. 


또, 조직 내 직원들의 자부심이 떨어졌을 때 브랜딩이 필요하다. 만약 지금 우리 조직이 침체되고 직원들이 빈번하게 퇴사한다면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을 직원들에게 잘 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직원들에게 물리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도 중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어떤 것을 만들고 무엇을 향해 나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오히려 그 것이 퇴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직원의 자부심이 떨어지고 있다면 브랜딩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보여줄 때이다. 


이외에도 시장 내에서 제품 경쟁력이 치열해 졌을 때,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해야 할 때, 중요한 투자 유치를 해야할 때 등 중요한 변곡점에 있을 때 브랜딩이 필요하다. 브랜딩은 생존의 문제이다. 생존을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브랜딩은 시작점이 되어준다.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어렵게 느껴지나요?


“브랜딩이란 단어만 들어도 이제 머리가 아파. 왜 이렇게 어려워?”  


사내 브랜딩을 위해 PT를 하던 중, 한 직원이 와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요지는 처음에는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냥 받아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브랜딩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것들은 브랜딩이 아니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브랜딩은 정서적인 거예요.”


나는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적당한 대답을 하고 마지막을 위의 문장으로 마무리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설명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브랜딩의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스러워 했다.


브랜딩을 시작했을 때 가장 쉽지 않았던 부분은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무엇인지를 알려야 했다. 하지만 브랜딩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브랜딩을 설명할 때는 주로  ‘지속적인 관계, 정서적인 교감, 경험’ 등의 표현이 쓰인다.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브랜딩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보니 브랜딩에 대해서 쉽게 말하고 판단하기 어렵다. 


브랜딩을 말하는 많은 정의도 직관적이지 않다. 감각적이고 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브랜딩을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용어가 있는데 바로 ‘경험’이다.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평판이 달라지고 그 평판은 곧 브랜드 인지도와도 직결된다. 


나와 직원들이 브랜딩을 어렵게 느꼈던 이유는, 우리가 브랜딩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책으로 배웠다. 그래서 브랜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경험으로 아는 것이 필요했다. 


나는 브랜딩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내가 직접 브랜딩 업무를 해봐야 해야 한다는 확신이 섰다. 또, 직원들에게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랜딩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했던 PT를 마무리 했다. 


독자들 중 나처럼 브랜딩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앞세워 설득하고 있다면, 혹은 다른 회사의 브랜딩 레퍼런스를 펼쳐보이며 멋져 보이지 않느냐 피력하고 있다면 그쯤 해두자.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브랜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빠르게 실무에 착수해 진행사항을 공유하는 것이 브랜딩이 무엇인지 알리기에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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