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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선혜 Oct 18. 2024

귀이개 사용법 4

주머니 안을 확인하려 할 때 엄마 목소리가 스쳤습니다.      

‘과외, 과외, 과외…….’     

덜그럭 소리가 섞여 들렸습니다.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수연이는 거실 소파에 앉았습니다. 분홍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바로 수연이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습니다. 수연이는 주머니를 놓고 엉거주춤 엄마를 따라갔습니다. 책상 위에 음료수와 과자가 있습니다. 

잠시 후, 심각한 표정을 한 여자 선생님이 왔습니다.      

“이 선생님은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생들 가르치신지…….”     

엄마의 말과 함께 덜그럭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연이는 눈썹을 찌푸렸습니다. 

선생님이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너머에는 팔짱을 낀 엄마가 귀를 쫑긋 세우며 서 있을 겁니다.     

덜그럭덜그럭     

선생님 목소리가 딱따구리 울음 같은 커다란 소리에 묻혔습니다. 수연이는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가 과자를 씹었습니다. 과자 부서지는 소리 덕분에 잠깐 덜그럭 소리가 안 들렸습니다. 수연이는 과자 한 통을 다 비웠습니다. 

다시 소리가 커졌습니다. 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책을 넘겼습니다. 수연이는 손가락을 귀에 넣고 빙글빙글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소리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났습니다. 선생님과 엄마가 속삭였습니다. 엄마 표정이 천둥소리를 들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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