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이가 귀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귀이개는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귓속의 덜그럭거리는 것들을 끄집어냈습니다. 바닥에 동그란 덩어리들이 떨어졌습니다.
검은색, 파란색, 노란색……. 색깔은 다르지만 전부 뾰족한 가시가 돋은 덩어리였습니다. 화난 고슴도치 같았습니다.
“이게 뭐야?”
엄마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빠가 조심스레 검정 덩어리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갑자기 덩어리가 풍선처럼 커다래졌습니다.
“으아!”
셋은 거실 구석으로 피했습니다. 흉측한 모습에 놀라 서로 부둥켜안았습니다. 덩어리가 붕 떠올랐습니다.
-딴생각 좀 하지 마! 펑!
엄마 목소리가 나더니 덩어리가 터졌습니다. 엄마가 눈썹을 꿈틀하며 벽에 기댔습니다.
수연이가 조심스레 다른 덩어리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덩어리들이 차례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대체 정신이 있어, 없어? 펑!
-혼을 빼고 다니네! 펑!
-허리 펴고 똑바로 앉아! 펑!
엄마 목소리가 고요한 집안에 울렸습니다. 목소리는 지진처럼 사방을 흔들었습니다.
“아니, 내가 언, 언제 저런 말을 그, 그렇게 많이 했어?”
엄마가 당황하며 손을 휘저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좀 사귀어 봐! 펑!
-반장도 하고 애들 앞에 나서야지! 펑!
이번에는 아빠 목소리가 터졌습니다.
입을 쩍 벌리고 서 있는 엄마, 아빠 앞에 잔소리들이 터졌습니다. 엄마, 아빠는 다급하게 잔소리 덩어리들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덩어리들은 또그르르 굴러다니며 도망갔습니다. 엄마는 쫓아가다 덩어리를 밟고 미끄러졌습니다.
-침착하게 행동해야지! 펑!
밟힌 덩어리가 비명 지르듯 잔소리를 외치고 터졌습니다. 엄마는 본인 목소리가 끔찍하다는 듯 귀를 막았습니다.
아빠는 옆에 있던 책을 집어 바퀴벌레 잡듯 잔소리 덩어리를 내려쳤습니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 인생이 편해지는 거야! 펑!
-목소리 좀 크게 해 봐! 펑!
여러 개의 덩어리가 메아리치듯 잔소리를 발사하고 사라졌습니다.
엄마, 아빠는 흐트러진 머리에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거실을 돌아다녔습니다. 수연이 귓속은 점점 고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