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고요해졌습니다. 엄마, 아빠는 지쳐 헉헉거리며 거실에 누웠습니다.
“엄마, 아빠. 나 사실은 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엄마가 일어났습니다. 얼굴이 벌갰습니다. 수연이 귓속을 들여다봤습니다. 아빠도 다가왔습니다.
“여보, 병원에 가야 할까?”
“이런 병은 들어본 적이 없어. 우리가 지금 헛것을 봤나?”
아빠가 가쁜 숨을 내쉬며 사방을 둘러봤습니다. 둘은 상담을 한다, 병원에 간다, 점집을 알아본다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나 귀를 막고 싶었다고!”
수연이가 주먹을 꼭 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제야 엄마, 아빠는 수연이를 돌아봤습니다.
“아……. 그, 그렇겠다.”
“우리가 정말 이랬단 말이야?”
수연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젠 상쾌해요.”
엄마는 할 말이 있어 보였습니다.
“너 그러면…….”
아빠가 엄마를 향해 손을 세게 휘저었습니다. 엄마가 눈을 길게 하더니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건 제가 잘 챙겨둘게요.”
수연이가 귀이개를 다시 분홍색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한동안 덜그럭 소리는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늦은 밤, 아빠가 몰래 귀이개를 가져갔습니다. 잠들었던 수연이는 부스럭 소리에 실눈만 살짝 떴습니다.
“나도 한 번 파 볼까?”
시커먼 덩어리들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커지더니 터졌습니다.
-놀이동산에 가요! 펑!
-연봉은 대체 언제 오르는 거야? 펑!
소파에 앉아 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귀이개를 들고 귀를 후볐습니다.
-밥 먹기 싫어. 피자 시켜 주세요. 펑!
-집이 왜 이렇게 엉망이야? 펑!
엄마, 아빠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문틈으로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수연이도 숨을 죽여 키득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