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 말장난으로 장난 아닌 카피 쓰기
태어나서 한 번도 오산에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산이 경기도에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바로 이 유행어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특정 지역명을 활용한 말장난은 인터넷에서 사랑받는 개그 소재 중 하나다. 지역 이름과 동일한 발음의 다른 단어를 활용해서 예상외의 의미를 만드는 식이다. 지역명 말장난이 인터넷 게시물로 올라오면 누리꾼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전국 팔도 모든 지역명을 활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이런 글 자꾸 올리면 경기도 성남!', '이제 말장난 좀 하지 마산!' 같은 댓글이 왕왕 달린다.
이런 말장난이 다름 아닌 회의실에서 시끄럽게 들린 적이 있다. 신세계 그룹에서 론칭하는 '스타필드'라는 복합쇼핑몰 광고를 만들 때였다. 경기도 하남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스타필드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게 캠페인 목표였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이 얘기를 듣자마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말장난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지금 뭐하남?"
"쇼핑 하남?"
"심심 하남?"
"지루 하남?"
팀원들이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은 뿌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지? 의아해하는 내 앞에서 그는 이 메시지로 광고를 꼭 만들어야겠다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이런 걸로 광고를 만든다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우리 팀에서 만든 "지금 뭐하남? 스타필드 하남!"이라는 카피가 커다란 옥외광고로 집행된 것. 올림픽 대로에 설치된 이 광고는 사람들의 SNS에 올라오면서 차츰 입소문을 탔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 옥외광고를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직접 업로드하기도 했다. 별 것 아닌 지역 이름 말장난으로 광고를 만들면 되겠냐는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경기도 오산이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두 번째로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점도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언제 올 고양? 스타필드 고양"이라는 카피가 담긴 광고를 진행했다. 이번엔 지하철부터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까지 다양한 공간에 여러 크기로 광고가 실렸다. 회의실에서 나온 가벼운 말장난이 여기저기 심심찮게 보이다니. 또 그럴듯한 광고가 되다니.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뒤로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할 때면 그 지역의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지역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를 종종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평범한 지역을 유쾌하게 번역하고 그곳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카피 쓰기와도 같다. 강원도 인제에서 '인제 그만'을 발견하고 경기도 수원에서 '과수원’을 찾아내는 것처럼.
물론, 썰렁한 말장난 아니냐는 비난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도 하남도, 고양도 이렇게 광고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오키도키~ 매킨토시~ 이다도시~ 남양주시~"라는 유행어를 몇 년째 외치던 개그우먼 김신영 씨는 2018년에 남양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사실!(참고로, 그녀는 남양주시가 아닌 서울시 마포구 주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용기 있는 자만이 귀여운 말장난으로 승리할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