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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Feb 07. 2020

지구의 진법

외계인 잡념이 지구 생활 사진에세이 28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게 일 년.

우리는 이미 365진법으로 지구의 1년을 계산하고 있어.

그래서 올해 지구는 2020살이지. 물론 호적에 늦게 등록해서 상당히 젊어졌지만 말이야.


달이 자전하는 것이 한 달.

달은 공전주기도 한 달이라 우리는 늘 달의 같은 얼굴만 보고 살지.



일주일은 날짜 개념 중에 유일하게 천문학과 무관해서 개념이 없어.

아마 가장 많이 물어보고 대답하는 질문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일 거야. 365일을 7일로 나눴으니 딱 안 맞아떨어지잖아. 그냥 일주일이 5일이었으면 1년이 73주로 딱 떨어져. 그럼 매년 같은 날짜는 같은 요일인 거지. 오래 살다 보면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만 알면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라고.  월화수토일 주 5일 좋잖아.

또 월요일이 일주일의 시작이라 생각하지만 달력에서는 일요일부터 시작하고,

주말(weekend)이라 하면 일요일까지가 분명히 맞는데,

일요일 저녁부터 불안감이 엄습하는 걸 보면 일요일이 일주일의 시작인 것 같기도 한 것이

하여튼 일주일은 개념이 없어.



지구가 자전하는 게 하루.

다른 천체와 상관없이 지구 스스로가 기준이 되는 하루라는 개념이 나는 좋아. 이것은 정말 지구만의 진법이거든.

하루는 오전, 오후를 12시간씩 24시간이라 정했어.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이 24시간이라서가 아니고 자전하는 시간을 24시간으로 정한 거야.


10진법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겠지. 손가락이 10개라 10진법이 맞을 것 같다고?

손가락을 잘 봐. 엄지 손가락을 빼고는 손가락마다 3개의 마디가 있어 한 손당 12개가 되지. 이렇게 두 손으로 24개까지 셀 수 있어. 고대 수메르인들보다 요즘애들이 손가락 셈을 못하는 거라고. 이렇게 하루 24시간의 기원은 고대 12진법에서 유래되었어.



12진법이 셈이 복잡하니까 10진법으로 시간을 다시 바꾸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한 번 봐. 12시간이 아닌 10시간이 반나절인 시계를 그려보라고. 위쪽 중앙은 10시 아래쪽 중앙은 5시겠지. 그러면 10시와 5시 사이는 2.5시가 돼. 5시와 2.5시 사이는 몇 시야? 이렇게 10진수는 나눌 수 있는 약수가 2와 5 뿐이라 시간을 나누기가 깔끔하지 않다고. 12의 약수는 2,3,4,6으로 10보다 두배나 많아. 약수인 3 덕분에 12를 정확히 3, 6, 9, 12의 4등분으로 나눌 수 있지. 그리고 그 사이마다 2개의 숫자가 들어가서 간격이 완벽한 시계가 완성돼.  (1,2)3, (4,5)6, (7,8)9, (10,11)12. 원형 시계에는 12진법이 훌륭하다고 이렇게 힘들게 설명했는데 전자시계를 쓰면 된다고 그러지 말아 줘! 최초의 시계는 해시계니까 하늘을 보면 해는 원으로 움직여서 원형으로 시간을 표시했겠지. 지금의 벽시계처럼 말이야.


1시간은 60분.

이건 고대 60진법에서 기원한 거야. 약수가 많은 숫자는 구겨 넣기 좋아. 시계 숫자 한 칸당 5개의 칸이 있지. 12X5=60. 깔끔하게 떨어지잖아. 마찬가지로 1분은 60초.



이렇게 시계는 12진법과 60진법이 융합된 지구의 하루를 계산해.


지구의 진법은 하루를 용서하고, 하루에 감사하며, 어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또 하루를 선물하는

지구의 마음이라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오늘도 지구의 마음에 보답해야지.


부지런히 살자고! 파이팅!






# 정말 중요한 것은 다 공짜라 감사의 인사를 한 적이 없지.

# 감사합니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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