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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Feb 08. 2020

외계인 잡념이 지구 생활 사진에세이 30

꿈이 있어.

이루고 싶은 꿈.

그 꿈은 널 기다리고 있고

너는 한 발짝씩 다가가며

도착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건 그저 성공하고 싶은 바람 같은 것.


꿈이 있어.

닿고 싶은 꿈.

그 꿈은 널 기다리지 않아.

고기잡이 배처럼 출렁이며

네가 열심히 날갯짓 해도 닿을 듯 닿지 않지.


하지만 

이 길을 따라가는 한

꿈과 함께 항해하며

날마다 꿈꿀 수 있어.


그것이 진정으로 꿈결 같은

우리 내 인생.





# 꿈은 추상적인 게 좋아.

# 그래야 계속해서 꿈꾸지.










                         토크쇼 



감동이야...


잡념이) 이건 뭐다냐... 30화 끝났으니 인터뷰 3이 아니고 토크쇼라니? 나 하고 싶은 말 끊임없이 하면 되는 건가? 대놓고 잡생각 판깔아 주는 거야?


나) 잡념이님 토크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군요.


잡념이) 감당할 수 있겠어. 으하하하하~ 조심해라 인간. 내 가득한 잡념으로 네 의식은 아득해질 거야.

 '무슨 잡념부터 할까?'는 나에게 '뭐부터 먹을까?'하고 똑같은 행복한 고민이야. 그러고 보면 고민이라는 게 선택의 기로에서 나오는 망설임 같은 거잖아. '저게 더 좋은 것 같은데. 아니야 다시 보니 저게 더 좋아.' 그런 거.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순서를 만들지. 근데 그게 정말 분석에 따른 순서일까? 사실은 마음속으로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그냥 순서의 이유를 스스로 지어내는 것에 불과하지.

결국은 고민 같은 건 시간 낭비라고. 그래서 나는 그런 순서를 절대 만들지 않지. 왜냐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되거든. 말했던 거 또 말해도 돼. 딴 거 말하다 생각나면 다시 또 하고... 또


풀파워!


나) 아앗... 진정하세요. 그래도 토크쇼의 방향이라도 정해야 되지 않겠어요.

잡념이) 좋아. 토크쇼니까 격식이 있어야지. 어떤 토크쇼를 원하나?


나) 사진에세이를 30편이나 썼으니 거기에 대해서 얘기해보는 게 어떨까요?

잡념이) 작가 출판회 같은 느낌이구먼. 허허. 나쁘지 않아.


나) 사진을 보고 에세이를 써 내려갈 때, 어떤 느낌으로 이야기를.. 아니 잡념을 만들어 가나요?

잡념이) 뭐든 처음 보면 처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단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단순히 감정으로 와 닿기도 하지. 거기에 집중해야 해. 처음 생각을 지우고 다시 생각해서 더 좋은 생각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그러기 시작하면 정말 그때부터는 쥐어짜 내는 거야. 그렇게 쥐어짜 낸 생각은 또 처음 생각과 계속 비교하게 되지. 한 개에 두 가지 생각이 있다는 건 머리 아픈 일이야. 그래서 처음 느낌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게 내용 전개도 빠르고 자기 본능에도 충실한 거지. 떠오르면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들어. 그렇게 써 내려가다 더 이상 생각이 안 나면 바로 마침표를 찍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야!


나) 아...

잡념이) 감동받았나?

나) 아니 오늘따라 말이 더 많네요. 요약하면 '처음 생각에 집중하자.'인데, 직접 그 예시를 봤으면 좋겠어요. 제 폰에 쓸데없는 사진이 무지 많거든요. 하나씩  보고 바로 가능할까요?

잡념이) 얼마든지. 빨리 보여달라고!


잡념이) 무서운 생각이 들어. 민들레가 벚꽃을 잔뜩 잡아다가 먹고 있잖아.


벚꽃은 말이야. 나무에서 피어나는 게 목적이 아니야.

날아오르기 위해서 피어나는 거라고.

아주 잠깐이지만 벚꽃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지.

헌데 무엇이든 그런 순간이 지나면 마지막이 오는 거야.

땅바닥은 생각보다 많이 차갑고, 날식물들이 노리고 있지.

흩날리기 전 나무에 다시 붙어 있고 싶을까?

아니야. 바닥의 벚꽃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라고.

"만약에 벚꽃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멋지게 흩날리고 싶어."



나)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순간을 추억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잡념이) 최고의 순간이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더라도 그게 최고의 순간임은 부정할 수 없지. 그 순간을 떠올릴수록 자존감을 일깨울 수 있는 거야. 신세한탄만 해서는 상황이 바뀌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드는 건 널브러진 자기라고.

나) 좋아요! 널브러지지 말고 다음 사진 갑니다.


잡념이) 

검은 우산으로는 

비도 피하지만 햇빛도 가리지. 

게다가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가릴 수 있고,

나를 보이지 않게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산을 가져가야 하는 날에는 귀찮아하지 말라고. 

특히 뭐든 가리고 싶은 날에는 말이야.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크고 검은 우산을 준비해.


나) 그러고 보니 억수 같은 빗속에서 크고 검은 우산을 푹 쓰고 있다 보면 맘이 좀 편해질 때가 있는 것 같네요. 나도 가리고 다른 사람들도 가린 채 땅만 보고 걸어갈 때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잡념이) 우산 하나가 각각 독립된 공간을 만드는 것 같아. 나름 우산 속에서 아늑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비올 때 빗소리 들으며 따뜻한 집에 있으면 아늑하잖아. 누구 만나러 나가기도 귀찮고 혼자 집에 숨어 있고 싶지. 그런 거랑 비슷한 맘 아닐까? 

나) 다음은 아늑한 사진으로!


잡념이) 오! 뒤집어 보면 새롭게 볼 수 있지. 어릴 적엔 머리를 숙여 다리사이로 거꾸로 된 세상을 보곤 했잖아. 이제는 뱃살이 나와 그렇게 할 수 없지. 억지로 시도할 필요 없어 신음소리만 나올 테니까.

올려다보던 구름을 아래서 보게 되면 사뿐사뿐 밟고 싶어 져. 아파트 옥상은 우주선 격납고가 되었네. 어느 외계에 착륙하는 우주선 같아. 올려다볼 때는 저 구름을 뚫으면 시커먼 우주가 나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 아래를 지나 내려가면 어떤 세상이 나올지 상상이 안가. 지금 생각은 저 부드러운 맥주 크림 같은 구름에 사우나라도 했으면 좋겠네. 위쪽으로 갈수록 오렌지맛이 날 것 같아. 나 좀 우주선에서 내려줘.

나) 너무 감정 이입한 것 같네요. 정신 차리고 다음 사진으로~

잡념이) 또?


잡념이) 고요함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이런 사진이 아닐까? 전깃줄은 음계표로 연상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이 고요함이 일시적인 것 같은 느낌이야. 언제 노래가 시작될지 모르는... 앨범을 듣다 보면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할까. 매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 곡 순서를 외우고 있는 것처럼 다음 노래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결국은 음악으로 채우고 싶은 사진이 되겠군.

선곡은 네가 해.

나) 오호. 잡념이님이 생각을 양보하는 경우도 있군요?

잡념이) 사실 Ribbon in the sky로 정해놨어. 네가 뭘 말하든 이게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참이야.

나) 나는 다음 사진을 볼 참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나) 이것도 노래가 생각나지 않나요?

잡념이) 핸드폰으로 찍은 건가?

나) 맞아요. 땅바닥에 뒤집어 놓고 장노출로 찍었죠.

잡념이) 전깃줄 너머 별들의 노래가 아득하게 들리는 듯 해. 다만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고 그냥 느껴지는 정도. 그래서 별들이 속삭인다라고 많이들 표현하지 않나? 눈감고 가녀린 우주의 소리를 상상해보면 전깃줄 너머 우주에 더 가까이 가는 것 같아. 그게 순간이동이지 뭐야. 정말 눈 감은 동안 내 의식은 다녀온지도 모르지 뭐.


나) 이건 운전하다가 보고는 사진을 찍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다가 신호 받았을 때 급하게 찍은 거랍니다. 운전할 때 의외로 이런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잡념이) 천상의 CD 구먼. 어떤 소리가 들리던가?

나) 천상의 CDP가 없어서 못 들었네요.

잡념이) 센스가 수준 이하라 대화가 안되는구먼!

나) 천상의 소리는 죽을 때나 듣는 거 아닐까요?

잡념이) 수준 이하 센스가 넘치는구먼!

나) 그럼 다음 센스로 넘어가 볼까요?


잡념이) 타로카드 같은 사진이네. 이 카드를 뽑은 거야? 내가 타로 점이라도 봐줘야 하는 건가?

뭔가 선택의 기로에 선 카드네. 멋진 날씨에 호화 크루즈도 가까운 듯 보이지만 사실 방파제를 넘어갈 수도 없고 실제로는 그렇게 가깝지도 않지. 불이 꺼진 신호등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해. 어느 타이밍에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거든. 그나마 안전한 것이 횡단보도인데 라바콘이 막은 것처럼 보여. 라바콘은 외부 위험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역으로 그것이 너를 가둬버린 거지. 네 생각은 반사된 타일에 보이는 듯 해. 이정표와 과속 제한과 신호등. 왜 신호등에는 가야 할 방향과 제한 사항이 같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지? 그게 때로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더 망설이게 만들어 버리거든. 마음을 먹으면 일어서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앉아있어.

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타로 도사님.

잡념이) 모든 계산이 수학이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인간들이 저울질하는 것들은 단순히 수학적인 문제가 아니야. 남아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과 떠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수치화해서 더하기 빼기로 계산하지. 그리고 거기서 잘못 계산하는 것이 내가 있는 곳이 좀 더 안전하게 보인다는 거야. 당연히 내가 있는 곳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오류가 발생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된다는 건 떠나고 싶은 곳에 점수를 조금 더 줘야 하지 않겠어. 왜냐하면 여기 앉아서는 절대 호화 크루즈를 탈 수 없잖아.

나) 그렇죠. 수학이 아니니까 점수를 더 줘도 좀처럼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요. 그때는 기득권이라는 가점이 더 커지거든요. 그냥 고민하기 위해 고민하는 거라고요.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풀 즈음에 또 원점으로 만드는 문제제기를 추가하는 거죠.

잡념이) 인간. 나 닮아 가는 것 같은데?

나)..... 다음 사진 또 볼까요?



잡념이) 보라고. 생명의 힘은 이렇게도 대단해. 시멘트 벽에 태어난 자국을 남기고 솟아날 정도로 말이야. 한데 태어나는 생명의 에너지는 강력하지만 태어난 후에는 한없이 약해. 그래서 가끔씩 나는 신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탄생의 힘은 신의 것이라 대단하고, 그 이후의 삶은 자신의 것이라 힘든 것이지.

그래서 생명의 탄생은 이유 없이 축복받을 만한 일이고, 생명의 죽음은 어떤 삶을 살았냐에 따라서 판단되는 것이 아닐까. 시멘트 벽면에서 태어난 잎도 이후 죽음을 보고 미리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어. 탄생 그 자체로 축복해주라고.


나) 아주 좋아요. 이제 이 정도면 충분히 분량은 채운 것 같네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잡념이) 무슨 소리야? 분량이라니?

나) 이대로 탈고하기에는 분량이 좀 작은 것 같아서 마지막 토크쇼에서 좀 뽑아냈다는 말이지요.

잡념이) 탈고?!

나) 네 끝이란 말이지요.

잡념이) 누구 맘대로 끝이야! 나는 아직 잡생각이 넘쳐나는데!


잠깐만!

나)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잡념이님의 잡생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잡념이) 그게 지금 말이 안 되는 거야!

나) 혹시나 잡념이님이 보고 싶은 분이 많으시면 또 불러내 볼게요.

잡념이) 빨리 보고 싶다고 말해! 어서 말해!

나) 끝.

잡념이) 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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