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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름 Feb 04. 2022

프롤로그

서른이, 경찰 실습 일지 - 0


모든 장난감이 경찰 물건.


어린 시절 아마도 경찰이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은 다 갖고 놀았다 자부할 수 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나에게 주는 선물은 고민하지 않았다. 물론 장난감 수갑을 채우고 푸는 것쯤은 이미 6살에 습득하였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 역할극에서 도둑으로 지명되자 끝까지 울며 떼를 써 결국에 도둑 잡는 경찰을 했을까? 부모님은 내가 경찰이 되는 것을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 놓은 것 같았다.


학창 시절에 경찰은 정의롭고 약자를 도울 줄 아는 이 세상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 존재였다.

미래의 직업에 고민 없이 경찰 행정학과를 갔고 5년간의 긴 사투 끝에 경찰간부란 희망봉에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에 그 어느 때보다 경찰이 자랑스러웠을 때,  막연한 자부심에  커다란 금이 간 일이 발생하였다.


합격을 축하해 주러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날.

늦게 온 친구가 대학교 주변에서 지갑을 주웠다며, 파출소를 들어가기 싫다고 주저하는 모습에 심히 당황스러웠었다. 본인이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선한 일을 하는데 지구대가 싫다니? 절친인 친구가 이제 경찰인데 뭐가 그리 무섭냐는 말에 죽마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야 어릴 때부터 경찰을 꿈꿔오고 의경 생활까지 했으니까 괜찮겠지만, 우리한테는 지구대란 곳은 그냥 가기 불편해.”


불편하다.

순찰차만 보아도 반가워 눈도장을 찍는 나로서는 마음에 상처까지 날만 한 대답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 입에서조차 그런 말이 나온 마당에, 경찰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이 제복을 입고 자랑스워하는 경찰 스스로 이외에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찰이 등장하는 것에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닐지, 나 자신도 모르는 범죄에 내가 연루된 것은 아닐지 불안하기 마련이다. 경찰을 마주하는 것도 힘든데, 경찰들이 가득한 지구대로 내가 직접 간다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마치 학창 시절에 분실사고가 나면 내가 훔치지도 않았는데 눈치를 보고 심장이 심하게 뛰던 것처럼 불안한 일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도 경찰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지는 않았다. 다른 직업(법조인, 정치인)에 비해 큰 힘을 가진 것도 아닌데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경찰을 비리의 온상으로 그려져 왔다. 평생 경찰의 꿈만 꾼 나는 이런 편견을 없애고 싶다. 그래서 경찰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였던 정의로 돌려놓고 싶다.


나는 경찰 관련과 와 의무경찰생활, 그리고 1년간의 경찰 교육기관 생활을 거치며 경찰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길목에서 양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몇 년간 경험을 쌓은 분들의 지식과 노하우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다. 그러나 실습생이라는 모호한 위치에서 지구대에 대해 설명하려는 이유는 최대한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고충을 이해하는데 더 알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이라는 조직에 완전히 물든기 전. 제복을 입은 일반인으로서 경찰에 대한 시선을 10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짧게 담아보고자 한다.


일본과 스코틀랜드에서는 기존 붉은색 조명 대신 푸른색 가로등을 설치함에 따라 범죄율 줄어든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몇몇 도시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전부이나 지구대의 푸른색 형광판은 언제나 빛나 있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그 푸른 가로등이 우리들 개개인의 어려움과 고충 속에서 길을 비춰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어릴 적 역할놀이의 주인공인  경찰은 늘 정의를 위해 해결시켜 준 것처럼,

조금이나마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구대가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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