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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련 Sep 06. 2024

<진짜 성범죄 사건> 술? 초면? 성관계? 최악 조합

- “처음 만난, 술에 취한 이성과는 ‘절대로’ 성관계하지 마라”

용산 마구로참치1980에서 함께 식사 중인 채다은 변호사. 매번 채 변호사가 식사를 샀다(조만간 오찬 한 번 모시겠습니다...). 영상=삿갓길


‘진짜 성범죄 사건’은 국내 대표 형사사건 전문변호사인 채다은이 지난 2022년에 발간한 책이다.


나는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성추행 범죄 취재 도중 채다은 변호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와 몇 차례 식사하며 형사사건과 성범죄 사건에 대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이미지인 채 변호사지만, 사적인 모습은 소탈하고 솔직하기 그지없다.


그는 “성범죄를 포함해 악질적인 범죄에 대한 우리나라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법원 판결이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 내게 “동의한다. 악질 범죄자는 다 사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멀쩡한 사형제를 시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격정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채 변호사는 자신이 쓴 책이라며 민망한 듯 슬쩍 책 두 권을 선물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진짜 성범죄 사건’이다. 과연 읽어보니, 직선적이고 솔직한 그의 언행은 ‘진짜 성범죄 사건’ 속 사례에 그대로 녹아있었다. 아마 선임했던 사건 변호들도 그렇게 했으리라 짐작됐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 자체만 증거로 하여 유무죄가 정해진다. 따라서 변호인과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조사에 참여해 조서를 작성하는 게 해당 혐의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 (채다은, 진짜 성범죄 사건, p.11, 2022.)



오해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이 책이 성범죄를 일으킨 이들을 위해 쓰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전제하고 있다. 대신 정말 억울하고 무죄인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성범죄 의혹을 제대로 벗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이 담겼다.



“성범죄는 일단 기소돼 재판으로 가면 무죄를 받기가 정말 어렵다...무죄를 소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합의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다” (채다은, p.15.)


“억울하니까, 난 당연히 무죄니까, 변호인 선임하면 찔리는 줄 알까 봐 등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성범죄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인과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동행해야 한다” (채다은, p27.)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법조인으로서의 조언보다는 동네 어른의 오랜 지혜에서 나오는 듯한 법적 조언이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처음 만난’ ‘술에 상당히 취해 보이는 이성’과는 절대로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그것이다.


특기할 부분은 2022년 출간한 책에서 채다은 변호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예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변호사라는 소명과 함께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청년재단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는 점이 그의 법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으리라.


책은 골치 아픈 법률 용어를 최대한 지양하고 일반인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실제 사례 위주로 구성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 범죄 악용 사례에 대한 판례도 나와 있으니, 형사사건과 성범죄 사건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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