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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현실인정은 참으로 어렵다.

by F와 T 공생하기

역대 정부의 정치적 후원자로서 역할을 해 온 한 노구의 지식인이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스스럼없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전 그럴 능력이 되지 않고, 경험도 없고, 잘 몰라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러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주신다.

‘겸손한 태도’, ‘열린 마음’,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 등


이러한 것들이 진짜 자신감의 표현이다.




자, 우리의 현실을 보자.


2019년 그들은 ‘독자 개발’을 말했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8452


2022년 문제가 불거졌고, 부인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2/11/01/6S6CCANLJRF2TC3X57NPZ4C4BU/


2024년 ‘독자 개발’에 대한 의문 해소가 되지 않음이 내부로부터 확인되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61269.html


한 측에서 소를 제기했었고, 타협이 되었으면 소를 제기한 측이 승리했다는 것으로 읽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국가에 이익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https://www.keei.re.kr/board.es?mid=a10202010000&bid=0007&list_no=124406&act=view


건설적인 협력을 이야기하고, 최근에는 수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1757


심지어 최근 ‘기술 자립’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1305361



도대체 말이 되나?

지금까지 무슨 거짓말을 해오고 있는 것인가?

산자부, 과기부, 한수원과 유관기관(핵연료, 원자로설계, 유지보수 등) 등.


모두 국가기관이 아닌가? 단 한 곳이라도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있는가?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거짓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말장난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국가의 이익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굳이 없는 말을 지어내면서까지 과장과 자기모순까지도 감내하며 대놓고 국민을 바보로 만들까?

순수하게 국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멈추지 않는가, 제어되지 않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

그래야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숨어서 허튼짓-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 베끼기만을 반복하게 된다.

‘왜’ 하는지를 모른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모른다.

국내시장은 한계에 다다랐으니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데

이때 비로소 문제가 드러난다.

한국 안에서의 종이호랑이들은 밖에 나가서 숨소리도 못 낸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사실 엄청나게 간단한 것이다.

세상에 특히나 발전소와 같은 중공업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룩했다.




그럼에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산업화한 것은 불과 수십 년에 지나지 않으며,

거대 산업에서 자본과 인력, 시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정면대결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틈새를 진단하고, 시장경쟁력, 수익성, 수혜자 등을 정확히 봐야 한다.

결국 투자대비 누가 돈을 얼마나 들고 가느냐가 아닌가?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만들고,

유럽은 세상이 요구하는 소프트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식산업이 확장되고 있으며,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일본은 한때 미국 다음의 최고 부자나라였으며, 미국과 유럽의 간극을 채우고, 여전히 세계 5대 강국이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시작해 명실공히 2대 최강국의 지위에 이르고 있고,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공장으로 부상해 우리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은?

고등교육과 성실한 인력이 필요한 중공업, 제조업(반도체, 복사약품, 배터리)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새롭게 구성되는 생태계에서 개방성 부족으로 밀리고 있고,

유럽의 열린 세상, 지식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일본만큼 원천기술과 고정밀 기기를 만들지 못하며,

중국과 동남아의 가격 경쟁력에 추격당하며 점차 경쟁력을 잃어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력이 0%대로 주저앉고 있다.

이에 더해 부정부패가 난무해 국가의 투명성, 예측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기에 이르러 말 그대로 국가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원자로 역사로 돌아가면 이렇다.

1940년대, 빠른 핵분열을 핵폭탄에 사용했고, 빠른 핵분열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1950년대 말,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여 잠수함에 적용했고, 러시아, 영국, 미국에서 상업용 원자로 발전소가 운전되었으며,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차관을 들여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인력을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원자로를 수입해, 한국에 건설하고, 운전하게 되었다.

이후 국산화-보통 한국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천기술 없는 복사품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들어봤어도 원천기술을 개발(진짜로)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이는 제조의 현지화에 불과하다. (중국을 비하할 때 주로 쓰고 있지만 ‘거울을 보자’고 말하고 싶다. 한국이 초고속 성장을 한 것은 아주 잘 베꼈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이며, 수익률이 낮으며, 지식재산에 따른 파생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해들을 한다. 제조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왜’하는지를 알고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가 축적되어야 하지만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기억해 보자.

1970년대까지 대한민국에 무엇이 있었는지?

최소한 산업적으로만 보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2025년 현재 그 어느 나라보다 배운 것 이상으로 잘 만들고, 운전을 정말 잘한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것만 해도 세계에서 유례없이 엄청난 일을 대한민국은 해내고 있다.

왜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뜨겁게 칭찬하자.



그렇다고 다 가진 척하려는가?

또한 가지지 않은 것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오늘, 내일이 아니라 먼 훗날을 기약하지는 못하는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룩했다. 그렇다고 다 갖지는 않았다.

이 작은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가?


남이 해 놓은 것, 정답 보면 뭐든 쉬워 보인다.

남이 하지 않은 것을 상상하고, 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현실을 인정할 줄 아는 자신감을 갖자.

우리가 아는 것을 토대로 모르는 것, 갖지 못한 것을 얻고자 한다면,

상상하자,

계획하고, 추구하자,

될 때까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거짓말은 그만하자.

긴 가방끈은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쓰는 거다.




내게 다그친다.

고고한 척 그만하라.

현실에 적응해라.

지독하게 집중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

싸워서 이겨라.

작은 성공의 사례를 만들고,

함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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