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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빚

말말말

by F와 T 공생하기

명절이다.


평소에도 곱지 않은 말투와 태도를 보이지만

명절에는 한층 더 해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노 혹은 슬픔이 숨어 있으리라 지금에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아버지를 연구한답시고,

공돌이인 주제에 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 서적을 소득 없이 뒤적거렸다.

심지어는 법학서적까지 뒤적거리며, 법철학에까지 다가가게 되었다.

다가갔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내가 산 법철학 책을 나의 책장에 두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주제를 다루었고,

나를 제외한 수없이 많은 세계의 최고 전문가들 역시 궁금해했고,

나름의 가설을 세워 증명하려 했으며

상당 부분은 현실에 통용된다.


지나치게 간략화해 일반화하면 수없이 많은 누를 범할 수 있지만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적의를 가지고 해를 끼칠 거라 믿는 사람은 없기에

적어도 나는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행복한 사람은 아무것 없이도 행복을 느끼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지출을 하며,

존재의 의미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산다.


단, 스스로는 알지 못할 수 있지만

부드러운 말투와 상생과 배려의 대화를 한다.



오랜 기간의 내 연구는 수포로 돌아갔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동안 정작 나 자신은 곱게 가꾸지 못했다는 자각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나마 고민했으니 자각이라도 하지.’


바르고 고운 말에 대한 격언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인류역사상 인간들이 경험한 참으로 어렵고, 중요한 가치이자 선의 덕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은 날개가 없지만 천리를 날아간다.

숲에 얘기하면 나무가 듣는다.

친절한 말 한마디는 봄날과 같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라.

말을 잘하는 법을 모르면 침묵하면 된다.



이들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친절과 상호 호혜성, 사려 깊은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스톱을 쳐서 용돈벌이를 좀 해 볼까, 아니면 빚을 청산해 볼까? ‘말 한 미디로 천냥 빚 갚는다.’

나이 들면서 더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나의 ‘조동아리’이니 ‘말을 잘하는 법을 모르면 침묵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중 어떤 것도 실천하지 못했다.

똑같았다, 적어도 내가 본 나의 언어를 함께 쓰는 사람들.

아버지와 형.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촌 형까지도 동일한 언어를 쓰고 있었다

아뿔싸!

아들이 똑같이 닮아간다.



좋은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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