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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식사는요?

by F와 T 공생하기

‘식사는 요?’하며 어머니께 안부를 여쭙는다.

오가며 틈 나면 습관처럼 전화기를 들기 시작했다.


혼자가 되시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혼자이신지 좀 되었다.


세상에 가장 완벽한 제도가 될 수 있는 것은 전제군주제라 했던가.

대신 최악이 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다만 제도의 완벽성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군주가 어떠하냐에 달려있다.


가부장제 아래에서 복종의 평화를 미덕으로 알고 지내시던 어머니이지만

군주가 사라지면 즐거운 나름의 인생여정을 설계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안일했다.


군주는 알코올중독자다.

알코올 없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도 알코올을 구매하거나 알코올을 그의 몸에 흡수하기 위한 시간에 할애되었다.


그러나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내가.

형은 처음엔 그래도 같이 지내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반대했고,

어머니는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자식들의 처분에 따르겠다 하셨다.

하지만 적어도 군주가 권력을 잃는 것에는 반기는 눈치였다.


그렇게 어머니는 독립을 얻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신생 독립국가가

대한민국처럼 내 맘대로 잘 살고 싶은 국민들로 들끓는 곳은 아닌 것 마냥

어머니 또한 독립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시지는 못했다.


과거의 불행한 기억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신다.

코로나에 이어 국가 정책변화(정확히는 정부의 예산지원 축소)는

수입이 쪼그라들게 했고, 이뿐만 아니라 대인접촉의 기회를 박탈해 버렸다.

외롭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안부는

언제 일어났는지, 누가 그랬는지, 누군가의 의도였는지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지만

어머니 당신이 홀대받았다는 느낌과

이 느낌에서 오는 분노

내가 아닌 다른 가족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하다.


고해성사를 받아내는

신부님들은 이런 마음일까?

귀가 뜨겁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머니의

아픈 기억들이고,

다 아물었다

생각한

내 상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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