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며칠 전부터 호주 멜버른에 <런닝맨>팀이 촬영을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멜버른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호주 바다>라는 사이트에 런닝맨 촬영을 위한 통역 스텝을 구한다는 알바 모집 글이 올라왔단다. 나도 어디 지원이나 한번 해볼까 하다가, ‘에이~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도 많은데, 괜히 허튼 힘이나 빼지 말자’며, 지원을 포기하였다.
호텔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이번 <런닝맨> 미션 중에 <멜버른 시내 한복판에서 상모를 돌리는 남자를 찾아라!>라는 미션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런닝맨 멤버들은 하나 같이 “아니, 여기가 한국에 있는 민속촌도 아니고, 멜버른 한복판에서 무슨 상모남을 찾으라는 이야기냐”며 담당 PD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데.......그 때 저만치에서 강남스타일 노래를 틀고는, 혼자서 신나게 상모를 들리고 있는 상모 청년, 김정배 씨 발견!!!
하하하하. 제법 충분히 실현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혹여나 런닝맨의 촬영 미션 중에 <상모남을 찾아라!>가 없다고 하더라도, 멜버른의 시내 한복판에서 상모를 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느 방송국 관계자의 눈에도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격일로 버스킹을 하는 나만의 루틴이 따로 있었지만, TV에 한번 출연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나는 3일 동안 열심히 상모를 돌렸다. 응, 그 3일 동안 정말이지 상모만 열심히 돌렸다. 런닝맨 멤버는커녕, 방송국 관계자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하고 말이다. 하하하하.
자랑스러운 한국의 코미디팀 <옹알스>를 만난 것은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 코미디 페스티벌에 매년 초청을 받아 오신다는 이 한국의 개그맨 분들은, 재미난 콩트와 퍼포먼스로 남녀노소와 국적에 상관없이 많은 웃음을 주었고, 또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분들의 공연이 끝나기까지 무대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정말 재미있는 공연이었다고 따로 인사를 드렸다.
옹알스 멤버분 중 한 분께서는 나의 의상을 한번 쭉 보시고는 혹시 나도 이곳 멜버른에서 공연을 하시는 분이냐고 물어오셨다. 저는 이곳에서 상모를 돌리며 춤을 추고 있는 버스커라고 말씀드리자, 불현듯 나에게 종이와 볼펜이 있냐고 물으셨다. 한국도 아니고, 이곳 호주에서 상모를 돌리는,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이곳에서 만나 뵙게 될 줄 몰랐다며, 사인이라도 한 장 해 주실 수 있냐며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 하하하하. 개그맨 분들이라 그러신 지 농담 센스가 장난이 아니시다. 하하하하.
그 후로 일주일은 더 계속된 멜버른 세계 코미디 페스티벌!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한국인 친구들과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옹알스>팀의 공연을 찾았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 자랑스러운 한국의 개그맨들을 한 명에게라도 더 소개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이나, 해외를 나가면 누구나 다 애국자가 되는 모양인가 보다. 하하하하. 옹알스 만세!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