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에서의 춤 한 번으로 100달러를 받은 이야기

<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by 김정배

상모를 돌리기 위해 고개를 양쪽으로 부지런히 번갈아 휘젓다 보면, 공연 중간에 관객분들과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고개를 돌리기만 할 때에는, 그래도 간혹 관객분들과 눈이 마주쳐 눈인사를 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선반(춤 동작)을 하며 상모를 돌릴 때에는 관객분들의 시선이 머무를 법한 그 어디쯤에 나의 시선을 툭 던지고, 어렴풋하게 눈웃음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공연의 중간에는 어떤 분이 나의 수금함에 후원금을 넣어주셨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차라리 수금함에 동전을 넣어주시면 동전 그 특유의 쨍그랑하는 소리에 감사의 인사라도 드릴 텐데, 간혹 지폐를 넣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날이 그랬다. 두 곡인가, 세 곡을 연이어 춤을 추고는 수금함을 슬쩍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까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수금함에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100달러! 한국돈으로 10만 원이나 되는 이 큰 돈을, 어떤 분께서 나에게?!

당황하여 주위를 살피는 나에게로, 네다섯 살은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말을 건넸다.

“I did. (제가 했어요.)”


하하하하. 그제야 내 수금함의 100달러가 다른 지폐들보다도 월등하게 큰 사이즈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렇다. 그 100달러는 장난감용 가짜 지폐였던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고마움을 표하였다.

“Thank you for your kindness. But this is too much for me. I hope you take it back.” (소녀 아가씨, 당신의 그 친절함에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하지만 이 돈은 저에게 너무 큰돈이에요. 이 삼촌 아저씨는 소녀 친구가 이 돈을 다시 가져가 줬으면 좋겠어요. )

아이는 찡긋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나에게 꼭 주고 싶었다고 하고는, 엄마 손을 꼬옥 잡고 유유히 길을 떠났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100달러짜리 가짜 돈을 받았어도, 100달러짜리 진짜 돈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내 그림이 돈 주고 팔려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공간에서 크나큰 사랑을 받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다. 나의 길거리 공연이 그렇다. 공연을 하며, 인기스타가 되고, 떼 돈을 벌면 더 좋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 나는 그것만으로도 일상에서의 행복과 삶에 대한 활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매일같이 거리에 나와 춤을 추는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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