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의 착각
연강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지방대 학사.
한 줄로 정리하면, 나의 스펙은 이렇다.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딱 거기까지.
학사 졸업 후, 지방대의 한계를 넘어 보려고 Top3를 목표로 했다.
첫 도전은 면접과 4년 성적을 반영한 전형. 연강대 출신이 대부분 합격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원했다.
역시 탈락.
영어·전공시험·면접 전형에도 다시 지원했다.
또 탈락.
차선으로 지원한 학교에서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연강대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은 학교라 부모님은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연강대 캠퍼스를 둘러보던 날, 막연하게 들었던 마음 –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떨쳐지지 않았다.
합격한 학교의 OT를 다녀오는 길, 더 확실해졌다.
‘여기가 아니구나.’
그래서 합격을 포기하고 다시 연강대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전화 한 통.
추. 가. 합. 격.
추가합격이란 게 있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뛸 듯이 기뻤다.
추가든 뭐든, 나는 연강대 석사 타이틀을 얻었다.
나는 해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2년은 내 현실을 또렷하게 보여준 시간이기도 했다.
추가 합격자가 나뿐은 아니었겠지만,
합격의 방으로 들어오는 문을 내가 마지막으로 닫은 사람 같아 괜히 움츠러들었다.
통성명 자리면 늘 물었다. “학부는 어디세요?”
내가 학교 이름을 말하면 잠깐의 당혹스러운 고요함이 흘렀다.
“어? 거기가 어디…”
그러면 나는 위치 설명을 덧붙였다.
“○○ 근처, 그쪽에 있는 학교예요.”
“아, 그렇구나.”
그저 일상적인 질문일 때도 있었지만, 그 짧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취업준비에서도 비슷했다. 꽤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서류에서 탈락했다. 기회라는 숫자 자체가 달랐다. 어렵게 면접장에 들어가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학벌이란 그런 거였다.
내가 먼저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것.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다닌 학교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자격지심이 순간순간 나를 힘들게 했다.
.
결국 모두가 연강대 석사 타이틀을 얻었지만, 나는 낯선 곳에 잠시 머문 이방인 같았다.
연강대 석사를 갈망하며,
그것이 나를 좀 더 나은 미래로 이끌 ‘에스컬레이터’가 될 거라 믿었던—그 믿음이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취업의 문을 뚫었다.
당당하게 입사했다.
많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어도 딱 한 군데에는 내 자리가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지켰다.
떼지지 않는 꼬리표의 아쉬움—
이제는 그 감정에 얽매여 있지 않기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