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이름은 캔디.

[평범한 직장인의 20년 생존기]

by 봄앤

나는 중견기업 부장이다.

매달 통장에는 모자람 없는 연봉이 들어오고, 불안한 미래에 나를 지켜줄 현금도 소복이 쌓여 있다.

서울의 24평 아파트 한 채, 감가가 덜 된 외제차 한 대—모두 내 명의다. 다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전세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지나온 선택들이 만들어 준 지금의 형편이다.


결혼을 선택할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갈 수 있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순탄지 않았던 회사생활을 보고 사람들은 말했다.

“너는 왜 이렇게 일이 자꾸 꼬이냐, 힘들겠다.”

“참… 회사생활 쉽지 않다.”

그 말들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캔디였구나. 만화의 줄거리는 흐릿하지만 제목은 선명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 소녀 캔디.

그래서 나는 나를 ‘캔디부장’이라 부른다.


올해로 직장생활 만 20년을 채웠다. 곧 있으면 10일의 포상휴가와 감사패, 그리고 약간의 포상금을 받는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동료들을 떠올렸을 때, 이것이 결혼과 맞바꾼 선택에 대한 보상이라면, 너무 약소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다. 그래도 중견기업에서 임원 승진을 목전에 둔 ‘부장’이라는 타이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무엇을 얻고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칭찬의 무게와 승진의 규칙, 보이지 않는 노동과 보이는 성과 사이에서 기준을 잃지 않으려 버틴 시간—그 시간을 내 언어로 적어두려 한다.

스무 해를 돌아본 이야기는 결국 한 줄로 남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일.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버티는 것.


그게 내가 배운 직장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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