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우효
세상에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꼭 해야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있다.
세상의 시스템, 질서, 규칙을 수호하기 위한 수많은 일들 - 인증이나 자격이 필요한 경우, 그러니까 도둑을 잡거나, 법을 집행하거나, 아이들을 교육하거나…
당장, 직접적으로 결과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드러나는 일들 - 무대나 핀 조명이 필요한 경우. 내가, 이걸,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여기저기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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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삶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을 주기 때문에 그 직업을 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게 되는데, 나는 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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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점이 슬펐다. 남들과 다르다는 게. 나도 그게 맞다는 걸 아는데 그걸 바라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을 가지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고, 안정된 삶인데 그걸 바라지 않는 게 말이 돼? ”
그렇다. 정말 그렇다. 언젠가 닥쳐올 삶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된 직업을 가지는 건 좋은 생각이다. 지금은 운 좋게도 안정적인 환경에 놓여있지만, 언제든 상황은 뒤바뀐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수도 있고 갑자기 도망쳐야 할 수도 있고,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나는 이제 곧 내 삶에서 안정성을 잃을 것만 공포감에 휩싸였다. 단지 그걸 원하지 못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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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두를 이기는 건 어렵겠다, 는 생각은 그래서 들었다.
이런 내가, ‘너’를 제치고 내가 꼭 그 자리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해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거짓말할 수도 있고, 내 삶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를 현미경으로 샅샅이 훑어내어 티끌 같은 당위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나는 대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일에 남들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없다. 이래서야 전력으로 질주하는 사람들을 내가 이길 수가 있나. ‘이기지 못할 바에야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라는 완벽주의와는 다르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게 불만이었다. 진심으로 누굴 이기려고 마음먹고 진짜 이겨본 일이 없다는 것.
내가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느긋함, 이런 것이 스스로를 오히려 나락으로 밀고 있는 건 아닌가.
‘너’보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보다 ‘너’가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한 마음이 크다. 이래서야….
내 인생에서 큰걸 바란 걸지도 모른다. 난 이런 인간인데.
평생, 일 평생이 보장되는 그 어떤 삶의 루틴과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는 게 꼭 내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내가 규칙적인 삶을 어려워했나?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얼 위해, 뭘 바라고 살아야 하나.
돈은 그렇게 좋은 동기가 아니었다. 내 배만 불러서는 행복할 수 없다.
명예? 사랑?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혼란이 오는 건 어렸을 때부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면’ 내가 바라는 어떤 결괏값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에 맞춰서 스스로의 모습은 생각 안 하고 여기저기에 맞췄기 때문에 그렇다. 승부욕이 있는 아이가 좀 더 나은 성적을 얻기 때문에 승부욕이 있는 척, 끈기 있는 아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것 같으니까 끈기 있는 척… 나는 둘째라 그런가 따라 하는 삶이 익숙했다. 이상하거나 엉뚱한 거짓말도 그럴싸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더 나를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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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이렇게나 경쟁의식이 없는 상태로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싶다. 이렇게.
물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점이다. 뭘 하나 해도 남들보다 무사태평으로 살아가니까 부모님은 ‘얘가 얼마나 잘 살려나…’ 조마조마했겠지만 티도 크게 안 내셨으니 말이다.
당장 취업하라고 하면 ‘돈’을 벌어야 해서,,, 가 가장 솔직한 답변인데 괜찮으려나. 사실 그것도 그렇게 진심은 아니다. 돈이 그렇게 급하지도 않다.
이래서 문제다. 일이 코앞에 닥쳐야 하는 이 P스러움… 자연스럽다.
그러면 동기는 크게 중요하지만, 또 크게 중요하지 않기에 하나 만들어본다. 그냥 내가 그러길 바라기 때문에, 정도면 좋은 동기 아닌가. 마치 기타를 연습하듯이.
내가 취업을 하길 바라기 때문에, 딱 그렇기 때문에로 정리하면 나는 여러 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고, 입사 지원서도 쓸 수 있고, 면접을 보러 갈 수도 있고.
그거면 될 것 같다. 진짜 바라냐…? 그건 또 생각해 볼 문제인데, 아무래도 오렌지 1%만 들어가도 오렌지 주스니까.. 이제껏 조금만 그래도 크게 그런 척했듯이 아주 작은 티끌의 진심을 모아 거대하게 키워보도록 한다. 잭과 콩나무처럼, 흙 속에 심은 마법콩이, 그 소원이 하늘에 닿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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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목표가 같을 때나 가당한 일이다.
오래전부터 여기저기 스스로 비교를 하고 나를 개선하면 나는 분명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과한 문장이 위의 문장이다.
남과 비교해서 얻는 장점도 있는데 그러다가 나 자신이 아주 작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내 목표를 돌아보고 파이팅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