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 하현상
우리는 잠에 들면 가끔 꿈을 꾼다.
꿈이 기억나는 건 잠을 깨기 1분 전 정도의 짧은 이야기다.
우연히 좋은 꿈을 꾸면
임산부가 있는 집에서는 태몽을 꾼 것 같다고 그 임산부에게 알려준다.
유난히 되는 일이 없는 청년은 오천 원에 꿈을 산다.
생각해 보면 태몽을 대신 꾸는 일이나 꿈을 사고파는 일 등은 실효성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분 좋은 꿈에 설레고, 기뻐한다.
기쁜 일을 나누고 싶어 하는 문화가 기분 좋게 한다.
*
나는 오늘 아침에 짧은 꿈을 꿨다.
원래 꿈을 꿔도 늘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꿨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등교를 하는데 창 밖에서 시츄 아홉 마리가 날 바라보는 꿈을 꿨다.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시츄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정도로 좋아한다.
*
왜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겠다.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면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아진다.
*
잠들기 전에 커피를 마시고 잤다. 사실 일찍 잠에 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커피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어젯밤은 여러 생각들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나는 생각이 많아져서 잠에 들지 못하면 쉽게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에는 운 좋게 기분 좋은 꿈을 꿨다.
*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반듯이 누워서 송장처럼 자는 편이다.
두 손을 깍지 끼고 그대로 누워 잤다가 그 모습 그대로 일어난다.
어제는 영 잠이 오지 않아서 머리맡에 있는 토끼인형을 손에 쥐고 잤다.
유치해 보일 수 있는데 효과는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