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가게 된 경위서

왜 성당에 갔니

by 울새


요즘 성당 예비신자교리를 듣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의 반응은 대게 셋으로 나뉜다. 하나는 히키코모리마냥 사람도 만나지 않고 고립되어 사는 것보다는 나으니 이왕 하는거 열심히 해봐라 하고 나름 응원하는 유형, 하나는 나도 천주교인데! 라면서 은근 반가워하는 유형, 나머지 하나는 개신교 집안에서 굳이 성당을 가야겠냐고 탐탁치 않아하는 유형.


첫 번째 유형은 내가 정신건강 문제로 근 몇 년간 계속 병원을 다니면서 잊을 만하면 정신병동 입퇴원을 한다는 것을 모두 혹은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나름 응원하는 것이고 두 번째 유형은 주로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보아왔고-실제로 지금 나와 트위터 맞팔이신 분들 중 내가 확인한 천주교 신자 혹은 현재는 냉담 중인 분들이 다섯 분 정도 계신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주로 가족들에게서 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개신교근본주의 수준으로 뼛속까지 개신교인 가족들은 이를 정말 안 좋게 보았다. 영어로는 god으로 똑같지만 한국에서 개신교는 하나님,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트집잡아 너네 성당에서는 하늘을 섬기고 하나님보고 sky라고 부르냐는 말을 하고 기승전 교회 설교를 들어라 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내가 이런 어이없고 기분나쁜 말을 듣는 것은 그냥 한 번 뭐야 기분나빠... 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면 되는 문제라 그런 식으로 나름의 대처를 하고 있지만 혹여나 이전처럼 내가 성당에 가게 된 것에 대해 친구들이 순진한 나를 꼬셔서 끌고 갔다 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내가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을 때 엄마는 내가 병원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여우같은 주변 친구들이 순진한 나를 꼬셔서 병원에 갈 필요도 없는데 병원에 가게 만들었다'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심지어 이 말을 내 동생에게까지 했으니 말 다 했다. 한참이 지나 동생에게 엄마가 그 때 그런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참 어이없어했다. 당시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먼저 병원에 전화해 예약을 한 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알렸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각했기에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것인지.


성당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되어야겠다, 개종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 주변의 내가 아는 천주교 신자 지인들에게 알렸다. 지인들의 영향이 완전하게 없었다고 장담하며 말할 수는 없지만 성당에 가겠다고 결정하고 결심한 것은 내가 한 것인데 어딘가에서 완전 엉뚱한 이야기를 할까봐 이젠 겁이 나기도 한다.


천주교에는 하느님께서 부르셨다 는 말이 있다. 그 부르셨다는 말은 성직자로서의 성소를 찾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는 것도 있지만 비신자가 천주교에 입교하고자 하는 것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찾아간다는 것도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과거의 내가 마음이 끌린다는 이유로 혹은 그냥 앉을 곳이 필요해서 성당을 찾아갔던 것도, 그러다가 이렇게 자주 성당에 올 것 같으면 입교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그래서 본격적으로 예비자교리를 듣게 된 것도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한 것들이지만 하느님의 계획된 부르심에 내가 응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keyword
이전 01화성당을 다니기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