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마리아 믿는 종교 아냐?

아 글쎄 그렇지 않다니까요?

by 울새


가톨릭 신자가 들으면 가장 빡치는,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질문을 꼽아보자면 아마 "천주교는 마리아 믿는 종교 아냐?"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성당을 다닌다고 하면 정말 적지 않은 신자들이 들어봤을 이 질문을 나 또한 들어봤고 심지어 부모님에게 들었으며, 무려 예비자교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들었다.


엄마는 나에게 마리아는 신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냥 인간이며 천주교는 마리아에게 절하는 '마리아교'라고 비아냥대듯 표현했다. 처음에는 천주교에서는 마리아를 숭배하지 않으며 마리아는 공경의 대상이지 흠숭(하느님께만 쓸 수 있는 최고의 예배 행위이며 성모 마리아 또는 성인을 흠숭한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또는 숭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천주교에서는 마리아한테 기도하던데? 라고 말하길래 성모송을 쭉 말했다. 성모송은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는 성모님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께 우리를 위해 빌어주세요 하는 전구(가톨릭에서 성인이나 천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혜를 구하는 기도)라고 말하자 엄마는 내 말에 대한 반박이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반박이나 설명할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아 예 예 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더는 머리 아픈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아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 '왜 엄마는 내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는데도 듣지 않으려 하고 엉뚱한 말만 반복하는걸까?'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 지나지 않아 과거에는 나 자신도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실제로 나 역시 천주교나 불교나 타 종교에 관심이 없고 무지할 때에 교회에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불쌍하고 미개하며 전도해야만 하는 대상 정도로 여기는 것을 보고 나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그 생각에 실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조금씩 머리가 굵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부터였다. 당시 동생이 학교 걸스카우트에 들어가 활동했는데 동생의 걸스카우트 책자를 보다가 종교에 대한 챕터가 있었고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으며 나와 다른 종교를 믿더라도 그 종교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 글을 보고 그 당시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정말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기에 타인의 종교를 존중해야 내 종교도 타인에게 존중받을 수 있고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후 성인이 되어 덕질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과거 교회에서 들었던 타 종교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는 다른 부분도 많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는 종교가 아니었고 불교는 부처님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이비에 빠지거나 종교에 심각한 과몰입을 하는 것이 아니면 개신교 외에 다른 종교를 믿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강퍅하고 경직되어 굳어져있던 내 생각에 금이 가고 물이 스며들면서 점차 유연해지고 말랑해져갔다. 정신건강은 날카롭게 깨지고 그로 인해 교회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상당히 날선 상태였지만 희한하게 타인의 종교라던가 가치관에 대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반죽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정식적으로 성당을 다녀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나는 불가지론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종종 성당을 찾아갔고 그러던 중에 이렇게 성당을 갈 거 같으면 아예 개종을 해서 성당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건사고가 있어서 두 번이나 예비자교리를 중도포기해야했지만 어찌되었던 지금은 정식적으로 개종을 선언하고 예비자교리를 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어떻게 갈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삶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선물 포장을 뜯고 벗기기 전까지 선물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다. 하기야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개신교 근본주의 집안에서 태어나 개신교만 알고 우물 안 개구리 마냥 개신교 내에서만 살아가던 내가 그 우물을 벗어나서 다른 풍경을 목도하게 될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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