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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Nov 06. 2023

성소수자에게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퀴어도 종교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요


 개인적인 사유와 내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내 종교는 내가 생각해서 선택하겠다는 생각으로 몇몇 종교를 가보고 고민의 시간을 거친 뒤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나 홀로 내 생각과 의지에 따라 개종했고 6개월의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을 거쳐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개종을 하고 정식 신자가 되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것이 아니었다. 신자가 되고 나면 이런저런 의무가 따르고 지켜야 할 일들도 있으니 세례받고 정식 신자가 된다고 해서 끝날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고민인 일이 진짜 내 이야기가 되고 나니 여러모로 복잡하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하다.


 트위터에서 누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그 곳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떠드는 곳이니까- 누군가 주류 기독교는 성소수자의 적이고 성소수자는 종교를 가져선 안 된다는 말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도 이 주제로 몇 번을 말하고 또 말했는데 또 이에 대해 글을 쓰려니 정말 답답하다. 


 같은 말을 몇 번씩 반복하고 그럼에도 똑같은 말을 또 듣고 이렇게까지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을 보면 소용없는 짓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답답하고 힘빠지고 지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할거다. 서로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무시하면서 종교를 핑계삼아 혐오를 일삼는 인간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나쁜 것이니까. 혐오보다 사랑이 강하고 어찌되었던 우리는 나아갈거고 사랑이 이길 것이니까. 그리고 비록 소수지만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어려운 길을 굳이 걸으시는 분들도 그 안에 계시니까. 그러기에 나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할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 성소수자에게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가질 권리도 달라고. 그리고 우리를 향해 혐오를 던지는 인간들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와 연대해주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무작정 퀴퍼에서 종교가 왜 나대냐, 종교 꺼져라 이런 식으로 말은 하지 말자고.


 종종 종교를 핑계로 혐오를 일삼는 인간들을 마주하면 나 역시 현타맞고 화도 났다가 힘빠지곤 하지만 그래도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글을 쓰고 툰을 그리고 말하는 이유는 느리지만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 더 개선될거라 믿기 때문이다. 느려도 바뀔 것이고 지금까지도 많이 바뀌어왔기에 앞으로 더 바뀔 것이다. 지금은 그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설령 씨알도 안 먹힌다 할지라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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