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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로 Mar 25. 2024

끝이 보인다

프롤로그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되었다. 과거의 나는 사라지고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하루아침에 내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웃는데 내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흘렀다. 잠들면 깨고 싶지 않았다. 운명처럼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육아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늘 불안했고 매번 좌절했다.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꽤 오랜 기간의 치료에도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불청객처럼 불쑥 나를 찾아오는 기분이 든다. 기억력이 유난히 좋은 사람이라 자부한다.  그 아픈 시간들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우울증이 내 곁을 떠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꺼내보고자 한다. 우울증을 겪으며 크게 깨달은 게 있는데 회피하면 결국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피하지 않고 마주하다 보면 나의 우울과 영원히 이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방 한 구석 아기를 안고 슬퍼하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당신도 매일매일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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