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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로 Apr 25. 2024

왼쪽 눈이 다 감기지 않았다

갑상선 안병증

거울을 바라봤다. 생기 없고 파리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눈이 이상했다. 눈이 부은 것 같기도 하고 튀어나온 것 같기도 했다. 깜빡깜빡. 왼쪽 눈이 다 감기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눈 두덩이가 볼록하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픈 건지 눈이 아픈 건지 모를 불쾌한 통증까지 생겼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미친 듯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갑상선 항진증 연관 검색어가 눈에 띄었다.

 ‘갑상선 안병증’


내분비과 담당 의사에게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는 안병증이 의심된다며 3차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의사 소견서를 들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예상한 대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합병증인 ‘안병증’으로 인한 안구 돌출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병증은 눈 뒤의 근육층이 면역 이상으로 계속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면서 안구가 있을 자리가 비좁아져서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병이다. 안구 돌출로 인해 눈이 감기지 않아 생기는 안구 건조증과 심한 충혈 등의 문제가 생긴다. 방치하면 시력이 나빠지고 심한 경우 실명이 될 수도 있다.


돌출된 눈을 들어가게 하는 안와감압술이라는 수술이 있지만, 내 경우는 해당되지 않았다. 수술을 위해서는 더 이상 안병증이 진행되지 않아야 한다. 내 안병증은 날마다 눈 상태가 다를 정도로 현재진행형이었다. 수술로 눈 돌출을 해결했어도 부작용으로 다시 눈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눈 뒤 근육층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방법뿐이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3번 맞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더 나빠지지 않게 약을 먹고, 안병증이 더 심해지지 않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항진증 환자의 20% 정도가 겪는다는 병이 하필 나에게 찾아왔다. 병원에서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며, 차도를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갑상선 수치가 아무리 정상화가 되고 항진증이 낫는다고 하더라도 한번 돌출된 눈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얼굴이 싫다. 내 눈이 싫다. 내가 싫다.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꾸역꾸역 버티며 지켜오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베란다 창문 앞에 나를 세워 놓는다. 몇 번이고 아래로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이제 몸의 병인지, 마음의 병인지 구분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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