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로 May 03. 2024

정신과를 찾기까지

어머님은 따로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정신과를 찾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첫째 아이 때문이다. 둘째가 태어나고 네 식구가 살게 되면서 첫째 아이의 이상 행동이 시작되었다. 종종 손가락을 입에 넣더니 어느샌가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깨 먹고 있었다. 밤잠에 드는 것을 힘들어했고 불안하거나 피곤할 때 몸을 베베 꼬는 행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동생이 생기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 일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 행동은 점차 심해졌고 혹시 아이가 자폐가 아닐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도달해 버렸다. 남편과 나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소아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는 연령대에 맞는 언어, 행동 발달 검사를 받았다. 아이와 더불어 주 양육자 엄마의 양육스트레스 검사와 다면적 인성검사가 진행되었다. 2주가 지나서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고 그 문제는 가정 내에서 해결할 수 없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바로 주 양육자 '엄마'라는 것.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머님은 따로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기질을 가졌기 때문에 주 양육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온전하지 못한 엄마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아이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불안하고 우울한 엄마를 투명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아파하고 있었다. 엄마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정말 내 잘못이 될 것 같아서 그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중간부터 안 들었어.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

"머리에 문제가 없으니 천만다행이지. 너도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는 거고."


침묵을 깬 남편의 말이었다. 참 속도 좋다. 남의 일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동시에 위로가 되었다. 만약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달래줬다면 마음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무심한 남편의 말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아이가 아프다.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다. 그렇다면 나를 고치면 될 일이다.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 05화 왼쪽 눈이 다 감기지 않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