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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로 Apr 18. 2024

분명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힘들지만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현듯 지옥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지옥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같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면  자신은 깎여나가야 한다. 엄마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때마다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텅 빈 마음속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질문들이 나를 가만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 눈물이 날까? 왜 이렇게 예민하지? 나는 부족한 엄마일까? 이렇게 나태해도 되는 걸까?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절한 외로움이었다.  하루가 점점 더 공허해졌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밤은 평온하지 못했으며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부모님께서는 항상 나를 가엾게 보시고 고생이 많다며 토닥여 주셨다.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겉으로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험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내가 부족한 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 아이들을 빼앗길 것같은 공포까지 느꼈다. 남편이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것처럼 육아는 내 일이니까 잘해야 한다. 엄마인 내가 다 해야 한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한계를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조금 숨이 쉬어졌다. 집 안에 박혀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 당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남편은 충분히 가정적이고 좋은 사람이지만 지나치게 예민한 상태인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남편의 무심함에 지쳐갔다. 작은 다툼조차도 체력소모라고 느껴졌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는 날이 많아졌다. 참고 억누르면 그때는 괜찮았다. 그것이 나를 지옥으로 내몰고 우리 부부 사이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퇴근한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는 갓난아기인 둘째가 소파에서 굴러 떨어졌다. 높지 않아서 다치지 않았지만 많이 놀랐는지 자지러지게 울었다. 우는 아이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얼른 안아서 달래줘야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전이 된 것처럼 눈앞이 깜깜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꼭 안았다.


미쳤구나. 제정신이 아니야. 분명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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