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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로 Apr 04. 2024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서

전쟁 같은 날들이 시작되었다

당초 2주를 예약했던 조리원을 일주일 만에 퇴소했다. 첫째가 걱정되어 마음 편하게 조리원에 있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아이와 떨어져 지낸 그 일주일이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걱정 어린 마음으로 마주한 첫째는 내 눈을 피하고,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 달려와 한아름 안기는 재회의 장면을 기대했건만.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고 아빠에게만 매달렸다. 동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조리원 짐을 풀고 수유를 하기 위해 둘째를 안았는데 갑자기 첫째가 달려와 둘째 머리를 때렸다. 옷을 잡아당기고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고 자기를 안아달라며 울었다. 이후에도 첫째는 내가 둘째를 쳐다만 봐도 울며 떼를 썼다. 결국 해가 떠 있을 때는 둘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산후도우미 이모님께 둘째 케어를 전적으로 맡겼다. 첫째를 재운 후 새벽이 되어서야 둘째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둘째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첫째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동생이 생기면 느끼는 감정이 바람피우는 남편을 목격한 감정과 비슷하다고 한다. 형이라고 하지만 동생을 만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18개월 아기였다. 지금까지 독차지했던 사랑과 관심이 나눠지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온전한 엄마의 사랑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둘째도 있었다. 임신 기간은 물론이고 태어나서까지 형의 그늘에 가려져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짓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숨이 막혔다.


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연년생 육아. 그 전쟁 같은 날들이 시작되었다.




집에 온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갑자기 첫째가 장난감으로 둘째 머리를 내리쳤다. 너무 놀라서 첫째 손을 막으며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때리면 안 돼!!!!!!!!!!!”

“아니야.. 아니야.. 장난감 줄 거야..”


동생을 때리려는 게 아니었다. 동생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고 싶었다. 그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 같은 엄마에게 얼마나 서운했을까. 첫째 아이는 꽤 오랜 시간 내 품에서 서럽게 울었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내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날 밤 답답한 마음에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다. 그저 위로받고 싶었다.


"다 네가 자처한 일이야. 쯧. 애들이 불쌍하다."


돌아온 것은 현실보다 더 냉혹한 비수의 말이었다. 아.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내 귀한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되는구나. 부족한 엄마를 만나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받는구나.


이날 이후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입을 닫고 필사적으로 육아에 매달렸다.   온전히  키우고 싶고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엄마가 강해져야 한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서  누구보다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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