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힘들지만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현듯 지옥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이 지옥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면 나 자신은 깎여나가야 한다. 엄마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 때마다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텅 빈 마음속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질문들이 나를 가만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 눈물이 날까? 왜 이렇게 예민하지? 나는 부족한 엄마일까? 이렇게 나태해도 되는 걸까?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절한 외로움이었다. 하루가 점점 더 공허해졌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밤은 평온하지 못했으며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부모님께서는 항상 나를 가엾게 보시고 고생이 많다며 토닥여 주셨다.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겉으로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험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내가 부족한 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 아이들을 빼앗길 것같은 공포까지 느꼈다. 남편이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것처럼 육아는 내 일이니까 잘해야 한다. 엄마인 내가 다 해야 한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한계를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조금 숨이 쉬어졌다. 집 안에 박혀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 당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남편은 충분히 가정적이고 좋은 사람이지만 지나치게 예민한 상태인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남편의 무심함에 지쳐갔다. 작은 다툼조차도 체력소모라고 느껴졌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는 날이 많아졌다. 참고 억누르면 그때는 괜찮았다. 그것이 나를 지옥으로 내몰고 우리 부부 사이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퇴근한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는 갓난아기인 둘째가 소파에서 굴러 떨어졌다. 높지 않아서 다치지 않았지만 많이 놀랐는지 자지러지게 울었다. 우는 아이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얼른 안아서 달래줘야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전이 된 것처럼 눈앞이 깜깜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꼭 안았다.
미쳤구나. 제정신이 아니야. 분명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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