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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4.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42. 제이컵 리스의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

130년 전 뉴욕 빈민가를 사진에 담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고전 제이컵 리스의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라는 책이 지난 11월 17일 출간되었다. 이 책은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제이컵 리스의 탐사보도로 뉴욕의 치부를 글과 사진으로 낱낱이 보여준다. 130년 전 뉴욕 인구의 4분의 3이 거주한 공동주택이 있었고, 19세기말 뉴욕의 하층민들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낯선 곳에 이주해온 이민자들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고, 그들이 모여 산 공동주택은 안전과 위생이 낙후되어 있고, 생계 또한 어려웠고, 노동 착취와 임대계약으로 인한 세금, 걸인이 되거나, 갱단이 되는 부랑아들의 골목 등 도덕성 타락의 메카로서의 암울한 뉴욕의 민낯(빈민들의 사회 실태의 고발)을 보여준다. 도시 빈민의 비참한 삶이 그들의 태생적인 성품이나 나태 탓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이 빚어낸 결과라른 사실을 밝혀낸 이 책은 사실 사진집이라기보다는 누구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도시의 치부를 기록한 고발백서이다. 그의 ‘고발’은 철저하게 분석된 자료와 통계등이 그 뒷받침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여전히 ‘세상의 절반’에 애써 눈 돌리는 우리에게 ‘다른 절반’(사회적 약자, 도시빈민)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고통과 죄악 그리고 그들로부터 잉태한 악폐가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지극히 정당한 단죄로 드러난다면, 그 이유는 그것이 사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472P) 사실 우리는 중산층으로 세상의 절반인 ‘나머지 절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이 책에서 보면 공동주택은 우리의 판자촌이나 재개발지역의 모습을 기억하게 만든다. 내 기억에는 서울은 현재까지도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는 재생산되고 있다. 봉천동이나 난곡동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곳에 살던 ‘나머지 절반’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130년전 뉴욕의 공동주택은 낙후되고 음습하였다. 이 책은 화려한 뉴욕이 아니라 화려함속에 가려진 뉴욕의 하층민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면서 도시미관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재개발이 있었다. 그 이전 1972년 박정희 정부의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마련된 국민주택 정책의 일환이자 4~5인 기준에 맞춰진 ‘가장 보편적이고 표준적인 면적기준’으로,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한국의 보급형 공동주택과 주거문화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상수도 시설도 없는 최고로 열악한 빈민촌이었던 상계동지역은 88올림픽으로 인해 이 지역은 재개발지역이 되었다. 86년 10월부터 88년 서울올림픽 직전까지 상계동은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길 근처는 미관상 좋지 않기에 ‘환경 미화’의 차원에서 철거되게 되었고, 이를 기록한 독립영화는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이란 작품이 있다. 이 작업에는 사진작업으로 사진집단 현장의 창립멤버인 김성수 선배의 사진도 함께 하였다. 김성수 선배의 상계동 사진작업은 현재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2017 서울 포커스 [25.7] 전시회’에서 다시 볼수 있다. 30년전의 김성수선배의 작업은 현 후배 작가들이 바라본 상계동의 사진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전시는 상계 신시가지의 준공 3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되었고,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수 있다. 88년 올림픽의 미관사업으로 이루어진 도시 재개발 아파트 사업은 30년이 된 노후화된 아파트의 재건축으로 이어진다. 이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25.7]은 공동주택에서 세대의 소유자가 독점으로 사용하는 전용면적 85m㎡를 의미한다.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은 사실 분양권을 가질수 없는 경제적 조건들, 그리고 아파트를 투기대상으로 생각하는 가진자들은 더 많이 가질려고 하는 자본주의사회속에서, 주택을 가지고 싶어하는 서민들은 내집마련이라는 꿈을 가지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과연 [25.7]평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수은주가 30도를 웃돌던 7월의 어느날, 나는 이 공동주택을 방문한 위생 검사관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여섯 명이 씻고 요리하고 넝마를 분류하는 이 오싹한 방, 스토브 옆에 죽어가는 갓난아기를 뉘어놓은 이 방에서 위생 검사관의 온도계는 46도까지 치솟았다! 이 거대한 자선의 도시에서 신선한 공기 한 모금을 마시지 못해 죽어가다니! 프레시 에어 펀드의 운영자가 한 이탈리아 교회의 목사에게 '이탈리아인 아이들을 불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편지를 쓴 것이 바로 지난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운영자는 이탈리아인 아이를 한 명도 캠프에 보내지 못한 것일까?"(112P)      


"공동주택 작업장, 공공시설, 농부의 아내와 딸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어느 쪽도 바느질하는 여성들의 운명을 개선시키지는 않는다. 이스트사이드의 스웨터는 플란넬 셔츠를 독점해왔다. 지금은 플란넬 셔츠 12벌에 45센트 가격으로 생산하고, 유대인 노동자들에겐 20센트에서 35센트의 임금을 준다. 셔츠 제조업자들의 파업 기간 동안, 뉴욕 시 조정위원회에서 이루어진 증언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경우에 작업장에서 11시간, 집에서 4시간을 일하지만 가장 많이 벌어도 주당 6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이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 여성들은 실과 재봉틀 기계 값까지 자신들의 임금에서 제했다."(355P)     


"부동산 중개인들은 사실상 흑인이 깨끗하고 단정하며 '유익한' 세입자라는 점을 열이면 열 모두 인정한다. 뉴욕에서 최대 규모의 부동산 회사 한 곳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증언도 있다. '우리는 서민층의 백인 외국인보다는 극빈층의 흑인을 세입자로 선호합니다. 후자가 전자보다 청결하고, 집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아요. 게다가 월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죠. 19번가의 한 공동주택의 경우, 방 두 개에 10달러를 받고 있는데, 예전에 백인 세입자들한테서는 7.5달러 이상은 받지 못했어요. 6번가와 7번가 사이의 33번가에 소유하고 있는 4층 공동주택의 경우, 각층마다 4개의 셋방이 있고, 셋방은 각각 응접실, 침실 두 개,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월세로 1층은 20달러, 2층은 24달러, 3층은 23달러, 4층은 20달러 그래서 한 달에 총 87달러이고 1년에 1,044달러죠.' 또다른 부동산 회사는 세입자를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꾼 뒤부터 임대 수익이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증가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었다."(232P)     

‘2017 서울 포커스 [25.7]’ 전시회에서 다시한번 제이콥 리스의 책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의 내용들이 점철된다. 과연 130년전 뉴욕의 공동주택과 우리네 아파트 공동체 커뮤니티의 주거는 어떠한 의미일까.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거환경과 그리고 하층민들의 삶, 지금도 쪽방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족주의에 기대어 있는 중산층 라이프 스타일은 아파트라는 환경, 그리고 아파트에서 자랐던 ‘아파트 키즈’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이다. 그리고 지금도 서울은 공사중이고, 2016년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까지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시행하는 건설사까지 주거의 미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제이콥 어거스트 리스는 단순히 사회고발 목적이 아니고 항상 가난한 민중의 입장에서 보았고, 인간주의적인 눈으로써 그들을 돌보았던 것에 큰 의미가 크다. 사진가는 항상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social documentary의 자세일 것이다.    

   

“내가 과거 여기에서 생활한 경험으로 말한다면

빈곤과 악의 실태는 도저히 붓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다큐멘터리 사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제이콥 어거스트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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