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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5.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84. 로버트 프랭크의 시선

1950년대 미국인의 삶을 사진으로 보여준 로버트 프랭크가 향년 94세를 일기로 지난해 2019년 9월 9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인 ‘미국인들(The Americans)’은 스위스 출신 외국인의 눈으로 본 미국의 모습이었다. 그의 작업이 많은 후대의 사진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의 사진은 제3자의 이방인의 시선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던, 간과했던 미국의 모습이었고, 두차례의 세계대전후 들떠있던 미국의 발전 이면에 암울한 사회문제와 우울한 정서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카시즘의 미국 성조기 뒤에 백인과 흑인의 불편한 감정등은 미국이 감추고 싶었던 이미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진은 1955년 미국의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약 1년에 걸쳐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촬영되었다.     

뉴욕은 정치적인 활동에 관여한 포토리그(Photo League)의 사진가들에 의한 사회적 다큐멘터리를 보여줄 때, 그의 사진은 사적인 사진작업을 했고, 현대사회의 차가운 이면을 그의 방식대로 촬영되었다. 그의 사적 다큐멘터리가 후배들의 사진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의 사진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이 연상된다. 개인과 사회라는 집단속에서 한 이방인 로버트 프랭크의 사적인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독특하게 잡아냈던 그의 사진들은 영화속 한 장면처럼 우울한 미국인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가 기존의 저널리즘 방식도 아니고,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파고들어 문제를 제기하던 탐사보도의 다큐멘터리도 아닌 그의 방식은 이후 미국의 사진가 리 프리드랜더와 개리 위노그랜드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진의 방식은 제3자의 관찰자 시선이다. 사진가는 현장에서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어떻게 사진에 개입하느냐는 그의 사진 방식에 달려 있다. 까르띠에 브레송도 스냅사진이었고, 프랭크도 스냅사진이었지만, 구성하는 방식은 달랐다.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에 의한 구도에 완벽함을 보여주었다면, 프랭크는 좀더 많은 여백과 어두운 톤등 시각적 구성이 다르다. 그의 사진에는 허무를 기반으로 한 주관적 확장이 보여진다. 이 두 사진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로버트 프랭크, 그는 제3자였고, 자신과 대상들(미국인들) 사이의 속해있지 않음을 느끼면서, 그의 모습과 대상의 모습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부유하고 있다. 그의 정체성과 혼란스러움이 그의 사진에서 느껴진다.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했던 사진가는 영국의 빌 브란트Bill Brandt와 미국의 워커 에반스Walker Evans였다. 그는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만의 사진의 방식으로 희망의 시선이든 슬픔의 시선이든 자신이 느꼈던 순간적인 반응에 충실했던 사진가였다. 그는 뉴욕에 건너온 첫 주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 지난 한주동안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겪었어요.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이곳의 삶은 유럽과는 너무 다르네요. 오로지 순간순간만이 중요하죠.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 같아요.”      


“흑과 백은 절망과 희망의 상징이다. 이것이 내가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로버트 프랭크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1085300009?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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