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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5.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88.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9년 죽을 때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사진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이고 그녀가 생전에 찍은 15만장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녀의 5개의 창고에 보관된 사진들이 경매에 부쳐졌고, 수만장의 필름을 ‘존 말루프(John Maloof)’라는 사람이 구매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존 말루프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로도 제작했다. 영화는 2015년 영국,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다큐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 되며 전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의 사진은 뉴욕과 시카고 등지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이었고, 그녀는 정규 사진을 배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행적만큼이나 볼수록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앗제의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고, 프랭크의 이방인적 시각과도 다른 점이다.    

 

"그녀가 찍은 도시 풍경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은,

삶이란 무엇이며 삶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계속 직면하고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그녀 자신의 욕구였다."

-마빈 하이퍼만 (도서 [비비안 마이어나는 카메라다)-     


“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고, 늘 사진을 찍고 있었다”라고 그녀의 지인들은 말한다. 나는 카메라다라는 말은 사진가에게 있어서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그녀의 삶 자체가 사진인 셈이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생전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미국의 거리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화려하게 변모한 도시와 가난에 찌든 뒷골목 아이들, 가지각색의 모습들과 촬영하는 자신의 모습들이 함께 투영된 셀프포츄레이트, 그녀의 찍는 행위를 연상하게 되고, 그녀의 사진은 그녀의 삶 자체가 카메라였던 것이다.      

화가들의 밑그림을 위한 자료 사진을 팔아 어렵게 생활했던 앗제의 사진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의 사진을 세상에 알려준 미국의 사진가 베레니스 애보트(Berenice Abbott)가 있었다. 앗제의 작품 2,000개가 넘는 유리원판과 만여장의 프린트를 모아 모마(MOMA)에서 네 번의 전시회와 4권의 작품집으로 세상에 알렸다. 어느 한 가난한 파리 시민으로 평범했던 그가 남긴 사진들은 파리 뒷골목의 일상이 그렇게 역사로 남게 되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또한 뉴욕의 50-70년대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겨졌다.      


그녀의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또 촬영하기가 예전 카메라의 기계적인 어려움이 없어서 쉽게 촬영할 수가 있다. 사진의 가치란 무엇이고, 사진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질문이 많아진다.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해이건 바퀴야일단 타면 끝까지 가야 하는 바퀴그러면 다른 누군가도 끝까지 가볼 기회를 갖게 되겠지.”

-비비안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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