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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5.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71.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ao Salgado)라는 사진가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사진은 브라질 세라 페라다 금광에서의 사진들이다. ‘노동자들(Workers)’을 테마로 한 1987년부터 1993년까지의 작업이었다. 그의 작업들을 이해하기에 좋은 그의 자서전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솔빛길)을 읽어보면 그의 인생과 사진관을 엿볼수 있다. 그는 총 120개국에서 사진작업을 했으며, 8개의 주제에 대해 각각 3∼7년가량 작업했다. 그의 사진 작업들이 긴 호흡에서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단 하나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보는 것뿐이다.(...) 설사 피사체가 동물이라 해도 존중하고 불편해하지 않게 다가가(...) 오랜 시간 버티고레이아웃을 잡고빛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작업이 정말 좋다.”(P5)


1944년 브라질의 한 농장주 아들로 태어난 그는 브라질 정부의 군사독재에 반대해 20대에 프랑스 파리로 망명을 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뒤 국제커피기구(ICO)에서 일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1971년 처음 출장 간 아프리카의 모습에 매료된 그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로의 길을 선택한다. 그가 사회적불의를 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사용했고, 사진이란 자신의 언어이자 글쓰기였다. 나는 항상 나의 사진을 역사적이고 사회학적인 시각에 놓고 보았다작가들이 펜으로 기술하는 작업을 나는 카메라로 했을 뿐이다내게 사진은 글쓰기다사진은 내가 열중하는 대상이다나는 빛을 좋아하고빛 또한 하나의 언어그것도 매우 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P63)      


그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 완벽한 구도와 빛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또한 그의 사진들은 비참함과 절망을 너무나 아름다운 희망으로 이야기한다. 종교적인 숭고함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비참 그 자체를 찍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여러 사진통신사들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구축하였다. 감마 에이전시, 매그넘 사진에이전시, 라이프 잡지에서 사진을 기고했다. 그가 1981년 뉴욕타임스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100일 르포르타주를 의뢰받고 찍은 사진이 우연찮게 특종이 되었다. 그는 특종사진이 찍은 사진기자였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심지어 명함에까지 로버트 케네디 피습사진을 찍은 사람이라고 박혀 있었다위험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나는 오랜 세월 아프리카를 카메라에 담았고 라틴 아메리카를 심도 깊게 취재해왔다그런데 이제 레이건 피습사진을 찍은 사람으로 빼도 박도 못하게 굳어질 참이었다그래서 랠리아와 나는 그 후로 다시는 그 사진들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P92) 그는 자신의 사진이 특종으로 인해 유명세를 얻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자신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데 득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진이 단지 특종사진이나, 우연히 만들어진 사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가 오랜시간 작업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그렇게 좀 지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들과 친근해졌고 비로소 그들의 배경속에 웬만큼 묻힐 수 있었다.”(P102)     


수전 손택은 전쟁과 사진에 관해 쓴 ‘타인의 고통’(2004)에서 살가두의 사진에 대해 “모든 것을 그들의 무능함으로 환원하는 그 초점에 문제가 있으며… (그들의 고난과 그 원인을) 추상적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비판했다. 그의 사진이 아마도 비극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흑백사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컬러사진이 아니라 미묘하게 명암을 달리한 중성적인 흑백사진의 감성일지 모르겠다. 살가두는 이렇게 말한다. 아나로그 시대는 코다크롬 필름으로 컬러 작업을 할 때면 파란색과 빨간색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고운 나머지 사진이 담고 있는 감정보다 앞선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하지만 흑백사진의 미묘하게 명암을 달리하는 그 회색들로는 색채 없이도 인물들의 치밀함그들의 태도와 눈빛에 집중할수 있다물론현실은 그렇지 않다그러나 우리가 흑백사진을 바라볼 때 그 이미지는 우리 가슴에 파고든다우리는 그 이미지를 소화하고 무의식적으로 채색한다흑백의 이미지라는 이 추상화는 이런 식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이에게 동화되고그의 것이 된다나는 흑백사진의 힘이 참으로 비상하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자연에 바치는 경의조차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흑백을 선택할 수 있었다자연을 그런 식으로 촬영하는 것이 내게는 자연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연의 존엄성을 부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였다인간이나 동물에게 접근할 때와 마찬가지로자연을 촬영할 때에도 자연을 마음 깊이 느끼고애정을 품고존중해야 한다나는 모든 것을 흑백으로 느낀다.”(P19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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