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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7. 흑백과 컬러

흑백사진은 컬러사진과 비교할 때 추상성, 상징성이 강하다. 이것은 장점도 되는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색 그 자체가 한 피사체의 중요한 성질인 경우에는 흑백보다도 컬러가 주는 특성도 하나의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컬러작업을 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다.  

   

흑백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흑과 백은 물론, 그 사이의 무수한 계조를 표현할 수 있다. 안셀 아담스Ansel Adams(존 시스템)의 경우처럼 계조가 풍부한 사진은 흑백사진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어떤 시각표현보다 우수한 강점이다. 그런 결과, 흑백사진은 다른 시각매체로써는 도저히 달성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현실감, 양감, 입체감 및 무드의 정감 등을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예술은 환영(幻影)이며 곰브리치(E.H.Gombrich)의 권위 있는 연구 ‘예술은 환영이다(Art is Illusion)’, 회화와 마찬가지로 사진도 지각반응을 일으키는 이차원적인 활동이지만, 현실 세상에 이차원적인 것은 없다. 흑백사진에 대한 논쟁은 현실 묘사에 있어서 컬러사진보다 사실에 덜 충실하다는 것이다. 시각용어에서, 흑백은 톤을 조절하고, 질감을 전달하고, 모양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형태를 규정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표현을 제공한다.1)


1) 사진디자인을 위하여, 해뜸


흑백사진에서 중요한 요소는 톤(tone)이다. 흑백의 두가지 톤은 존 시스템(zone system)에 의해 완전한 흑색 0단계에서 완전한 백색 9단계로 총10단계의 톤으로 사진가는 계조를 조절한다. 미묘하고 부드러운 톤이나 강한 흑백의 대비(콘트라스트)를 주는 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톤의 선택은 사진가에게 있어서 표현하려는 주제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많은 사진가들이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흑백의 톤이 가지는 매력 외에도 흑백사진에는 상징성을 가진다. 현실은 컬러의 세계이다. 그러나 흑백사진은 흑과 백의 두가지 톤으로 세상을 함축하고 상징하게 된다. 컬러사진은 설명적이지만, 흑백사진은 현실 속에서 어떤 색일지 상상하게 되고 함축된 의미를 상징한다.      

 

톤과 컬러는 복잡한 내부관계 속에서 여전히 서로 별개인 채로 연관되어있다. 디지털 사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점중의 하나는 컴퓨터로 이미지를 최적화하는 과정인데, 이것은 이제껏 디지털 기술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미지형성의 과학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준다. 이제 많은 주요 사진가들은 히스토그램(histograms), 곡선 조정(curve adjustments), 블랙 포인트(black points)와 화이트 포인트(white points) 등과 같은 비밀스런 특성을 친숙하게 사용하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레벨(levels), 커브(curves), 색조-채도-밝기 슬라이더(hue-saturation-brightness sliders)로 이미지를 조정하는 것은 톤과 컬러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아주 명백하게 보여준다. 또한, 컬러는 그 자체가 인간의 지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컬러가 가진 다층구조의 복잡성(multilayered complexity)은 예술의 초기 단계부터 인식되어 왔다.2)


2) 사진디자인을 위하여, 해뜸


명암의 대비가 흑백사진이라면, 컬러사진의 중요한 요소는 다름아닌 색(Color)이다. 사진의 역사에서 폴 아웃터브리지(Paul Outerbriege), 엘리어트 포트(Eliot Porter),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 에른스트 하스(Erenst Haas)등은 자신만의 컬러를 보여준다. 70년대의 대표적인 뉴 컬러 작가는 윌리엄 이글스톤(William Eggleston),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s),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존 팔(John Pfahl), 윌리엄 크리스텐버그(William Christenberg)등이 있다.


                                윌리엄 이글스톤


‘1970년대 컬러사진의 장을 연 작가’, ‘컬러 사진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윌리엄 이글스톤의 사진은 컬러사진이 가지는 색에 가능성을 열었다. 흑백의 톤과 마찬가지로 색은 컬러 사진에서 독특한 스타일과 감정을 표현하다. 백색광으로 보이는 빛 속에는 여러 가지 색광이 포함되어 있다. 빛은 파장에 따라 굴절하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흔히 프리즘에 의해서 그 스펙트럼(spectrum)을 볼 수 있다. 파장이 긴 부분은 붉은 빛이며, 파장이 짧은 부분은 푸른빛을 띈다. 물체는 그 자체가 색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받아서 흡수, 반사, 투과 등을 거쳐서 독특한 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반사율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 색채는 사람의 감각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으며 색마다 그에 따른 감각과 감정도 다르다.   

  

모든 색채(color)는 세가지 정도의 성질을 가진다. 색상, 채도, 명도가 이에 해당되는데 색상(色相 hue)은 색환에서 광파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된 색채의 등급을 일컫는다. 채도(彩度 saturation)는 노출된 색채의 총량이라는 의미에서 색채의 순수성을 말한다. 명도(明度 brightness)는 색채의 밝은 정도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색채를 나타내는 용어로는 광도(光度 brilliance), 순도(純度 chroma), 색조(色調 tone), 농담(濃淡 shade), 틴트(연한색조 tint), 조도(照度 intensity)등이 있다. 한 색채는 다른 색채와 관련해서 어떻게 위치하느냐에 따라 색상, 채도, 명도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전에 빛에 의해서 전반적인 지배를 받게 된다.    

 

초기의 사진은 흑백이었기에 명암의 톤으로 사물을 볼 수밖에 없었지만 컬러사진의 등장으로 사진에서도 풍부한 색채에 대한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컬러 사진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탐구한 사람 중의 하나가 지젤 프로인트이다. 1938년 그녀는 말하기를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하나의 계시였다. 미묘하고 변화무쌍한 컬러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빨강과 연두, 노랑과 청록, 푸른 눈을 감싸고 있는 하얀 피부 등등. 이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명암의 문제가 아니고 색조의 문제가 됐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컬러의 등장은 색조에 대해서 사진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70년대 중반의 뉴 컬러 사진가들은 베리컬러 네가티브 필름(Vericolor Negative Film)과 엑타컬러 인화지(Ektacolor Paper)를 이용하여 다양한 컬러의 느낌을 표현하였다. 1954년 휘트니 미술관의 바우어(John I. H. Baur)는 루미니즘(Luminism)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 세련되고 세심한 리얼리즘 속에는 붓자국의 흔적과 인상주의의 영향은 들어있지 않다. 그 분위기와 효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심한 톤의 계조에 의해 그리고 원경과 근경의 명쾌한 연관성을 가진 정확한 탐구에 의해, 또한 직사광과 반사광등 빛에 의해 형성되는 질감과 색의 산출속에서 변화하는 정확한 표현에 의해 성취되고 있다." 컬러사진은 현실의 색을 모노톤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흑백사진과는 달리 현실 그대로의 색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연그대로를 모사하는 것처럼 보여져 작가의 주관이나 감정이 표현되지 않는다는 편견으로부터 이들 뉴 컬러 사진가들은 컬러사진도 흑백사진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감정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컬러필름의 경우 필름은 색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자연광에서도 일출이나 일몰의 경우는 3800 캘빈도로 색온도가 낮기 때문에 사진은 붉은 빛을 띈다. 사람의 눈은 모든 빛을 백색광으로 인식하지만 인공광의 백열등은 색온도가 낮기 때문에 붉은색을 띄며 형광등은 녹색을 띈다. 백열등, 수은등, 네온등, 형광등등 인공광원은 그 독특한 광원의 종류에 따라 그 광원이 갖고 있는 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뜻하다거나 차가운 색이라는 일반적인 느낌은 그들의 실제 색온도와 반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빨강색은 이미지가 따뜻한 색이지만, 색온도는 낮다. 반대로 파랑색은 이미지가 차가운 색이지만, 색 온도는 높게 나온다.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컬러의 보색을 잘 대비시키고 있으며, 루카스 사마라스(Lucas Samaras)는 1973년 폴라로이드(Polaroid SX-70, Photo-Transformation)로 일련의 작업을 통해 다중노출과 색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빛으로 만들어진 명암은 "대비(comparison)와 대조(contrast)를 통한" 시각적 효과들로 하여금 감상자를 주목시키고 상상력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상상력은 감상자에게 은유(metaphor)와 상징(symbol)의 전달을 꾀하게 된다. 명암의 단계적 표현을 가능케 한 존시스템 프린트기술을 창안한 안셀 아담스(Anael Adams)의 풍경 흑백사진은 대상 물체의 모든 색깔을 용해하고 여과하여, 오직 그의 이미지만을 명암의 톤으로 형상화하므로, 이미지의 심도가 깊고 표현이 은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수묵화와 같은 은은한 깊이를 지니고 있다. 피사체, 조명, 색조, 선명도, 치밀한 느낌등은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그의 사진에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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