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사진가의 스타일
우리는 사진의 역사상 많은 예술사조와 사진가들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았다. 예술사진가이든,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든 자신의 신념과 의도, 자신의 개성에 따라 독특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친다. 사진가에게 스타일은 그의 색깔이자, 그의 개성이다.
사진가의 개성을 만드는 양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이 있지만, 그 하나로 찰스 레이놀즈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한다. 그는 양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세가지의 요인이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하는 촬영에 임한 결정이다. 작가가 소재를 선택할 때에는 거기에 필연적으로 개성이 반영된다. 또한 작가의 인생에 대한 독자적인 사고 방식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거리를 걷는 사진가는 각각 다른 대상에 사진기를 댈 것이 틀림없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흥미를 느낀 사람을 관찰해서 사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건물의 창이나 굴뚝이 이루는 추상적 패턴에 주목을 할는지도 모른다. 또한 어떤 사람은 길거리의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흥미를 순간적으로 찍으려 할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사진가를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세가지 형태로 나눌 수가 있을 것이다.
(1)지휘자형, (2)발견자형, (3)포획형이다. 이들 타입은 뛰어난 사진가에게는 그 모두가 오버랩되어 존재하고 있지만, 이 분류에 따라 맞추어 보면 그 작가의 방향을 알 수가 있다.
(1)지휘자형은 자기 사진기 앞의 대상을 자기 이미지에 일치시키고자 각색하여, 화면을 계획적으로 형성한다. 예를 들면, 어빙 펜, 버트 스턴, 리처드 아베던 등이 이 장르에 속한다 할 수 있다.
(2)발견자형은 사진기를 통해서 사물을 발견하고, 거기에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고정시키고자 한다. 이 타입의 대표적인 작가에는 에드워드 웨스턴을 먼저 들 수 있겠다. 웨스턴은 ‘나는 개성적으로 사물을 각색하여 만들기보다, 자연 속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훌륭한 구성을 발견하는 데서 커다란 기쁨을 맛본다’고 하였다. 이 계열에 속하는 사람들에는 안셀 아담스, 폴 스트랜드, 아론 시스킨드 등, 자연 속에서 추상적인 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3)포획형이란, 사라져 가고 있는 삶의 여러 가지 모습 속에서 인간 그 자체를 흥미의 대상으로 해서 그를 찍기 위해 사진기를 이용하는 사람으로, 먼저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생각을 밝힌 글을 많이 발표했는데, ‘내게 있어서 사진술이란, 일순간의 섬광 속에서 그 이벤트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정확한 포름과 그 구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일인 것이다’고 하였다.
이 형에 속하는 작가는 발견자형처럼 사진기 앞의 대상을 자시 생각에 맞추어 각색하는 일이 없다. 이 계열에 선 위대한 사진가로 알려진 도로디 랭은 자기 암실 문에, ‘사물을 그릇됨이나 혼란 없이, 또한 대용품이나 속임수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발명에 의한 수확 전체보다도 훨씬 값진 것이다’고 하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말을 붙여 놓고 일상의 금언으로 삼았다 한다. 이 태도야말로 이 형의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하겠다. 포토저널리스트도 거의 전부가 이 계열에 속한다.1)
1)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사진가는 우선 자신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상을 정하면 사진촬영에 임하게 된다. 사진가는 사진촬영에 앞서 장소 헌팅과 섭외 조사를 하게 된다. 사진가는 현장에 도착하면 대상을 철저히 관찰하고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촬영 전에는 섭외한 장소와 인물에 대한 면밀한 사전조사와 함께 가상 시나리오를 충분히 설정하고 장비를 점검하고, 사진적 시각이 잘 표현되도록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위의 글은 촬영에 임하는 사진가의 태도를 지휘자형, 발견자형, 포획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장의 선배들에게 배운 지식으로는 항상 주제에 접근할 때 근경, 중경, 원경을 찍으라는 조언을 들어왔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떤 의도로 찍을 것인지, 현장의 느낌을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사진가는 대상에 향해서 어떻게 촬영을 하는가’하는 것이다.
각각의 사진가가 동일한 대상을 촬영한다고 하면, 각자 자기의 독자적인 시점에서 표현을 위해 기계를 선택할 것이다. 사진기와 렌즈의 초점거리, 필름의 형식, 채광, 시각등은 각 작가의 독특한 양식을 만드는 요인과 관계된다. 사진가는 자기의 양식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독자적인 접근이라든가 그 시점에 가장 알맞은 기계를 골라 쓰는데, 그것은 이미 작가의 몸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까르띠에 브레쏭은 사진기 조작에 속도성이나 자유성이 있기 때문에 라이카와 일체가 되어 있다. 그리고 웨스턴은 그 표현상 디테일의 재현을 존중하고 톤을 중시하기 때문에 8×10의 뷰 카메라와 일체가 되어 융화되었던 것이다. 또한 빌 브란트 등은 롤라이플랙스와 일체가 되어 독자적인 세계를 이룩해 가고 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사진가는 자기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기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진기나 필름 등의 조건에 변화가 있으면 당연히 사진의 양식에도 변화가 오게 마련인 것이다.2)
2)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사진가는 카메라, 렌즈등 기술적인 요소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35mm카메라를 사용할지, 대형카메라를 사용할지, 광각렌즈를 사용할지, 망원렌즈를 사용할지, 스트로보를 사용하지, 로우앵글로 촬영할지, 하이앵글로 촬영할지등 많은 기술적 매카니즘에 대한 이해는 자신만의 사진적 시각, 스타일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스타일이란 작업을 하는 사진가의 개인적인 방식이다.
세 번째 요인으로서, ‘사진가는 자기의 프린트를 어떻게 만드는가’하는 것이 있다. 사진가가 달라지면, 동일한 대상을 동일한 방법으로 촬영했다 해도, 마지막 프린트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유진 스미드의 인화는 윌리엄 클라인의 것과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린트에 나타나는 작품은 그것을 만드는 사진가의 비전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되어 있다. 그리하여 훌륭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최종적인 프린트의 성질과 그들이 추구했던 것과의 상호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리차드 아베돈은, “만족한 인화, 곧 자기가 추구한 바가 모두 나타난 인화를 만드는 것은 촬영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으로, 때로는 모험도 있다. 내가 촬영하고 있을 때는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찍혔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그 후의 일은 또한 별개의 문제가 된다. 나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60장의 인화를 만들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표현을 위해 특별한 조건을 연구할 때에는 100장이나 되는 인화를 할 때도 있었다.”고 하였다. 사진제작의 최후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고심을 하는 것은 많은 작가들이 경험한 일일 것이다.3)
3)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이러한 양식적인 면은 각각의 사진가들에게 고유한 스타일을 부여하게 된다. 스타일은 작가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그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테크닉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한 수단일 뿐 여기에 그친다면 양식이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모든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사진가는 어떤 의미에서 피사체를 이용하게 된다. 나는 사진가이고 사진촬영이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나 자신도 이런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상해 줄 수 없는 그 무엇을 피사체로부터 착취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곳에서 촬영을 할 땐, 물론 나와 피사체간에는 카메라가 그 사이에 방벽으로 존재했지만, 그 경험은 나와 함께 머물러 있다.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메리 엘렌 마크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