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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6. 일상Alltag과 개념Concept

● 사진은 구체적 형상으로부터 추상성으로 전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예술이다. 다음은 일상적 의미와 개념적 의미를 알아보자.     

㉠ 일상적인 주제를 일상적인 표현기법으로 전달(부르스 데이비슨)

㉡ 일상적인 주제를 개념적, 추상적 표현기법으로 전달(난 골딘, 메플도프)

㉢ 개념적인 주제를 일상적인 표현기법으로 전달(에머트 고윈)

㉣ 개념적인 주제를 개념적, 추상적 표현기법으로 전달(데비드 호크니, 요셉 코주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치면서 예술 사진은 개념화되고 난해해졌다. 난해한 개념을 가져야만 예술인척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상성과 개념성은 예술에서 하나의 좌표축을 만든다.


                                   마크 코헨


게리 위노그랜드의 영향을 받은 마크 코헨(Mark Cohen)의 사진은 일상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코헨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극단적으로 접근한 후 플래시를 터뜨려 공격적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을 만든다. 신체의 일부분만을 잘라내어 포착하기 때문에 추상적이며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사진집 ‘이상한 거리’(Grim Street)는 일상적인 거리 풍경속에서 자신의 공격적인 촬영수법, 플래시를 이용해 이질적인 비일상성을 포착한다. 익숙한 현실을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거리 사진의 전통은 매년 마이애미 거리 사진 페스티벌(Miami Street Photography Festival)1)로 이어지고 있다. 거리사진은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의 미적인 근거에 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일상에 기반을 둔 것이다. 또한 1950년부터 60년대 격동의 시기에 한국의 임응식은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동란직후 피폐한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그의 사진은 사회의 기록이며, 일상 생활의 기록인 것이다. 1956년 등장한 신선회 또한, 주관심은 인간 생활이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생활의 현장 속에서 인간의 삶과 생활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이들의 사진에서 주제는 ‘일상’인 것이다.     


1) http://www.miamistreetphotographyfestival.org/


일상적인 주제는 현대에 들어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난 골딘(Nan Goldin)의 사진은 자신의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하고 그 일상을 사진으로 드러낸다. 골딘의 사진은 사적인 일상을 기록한 일기와 같다. 감추고 싶은 개인적인 비밀을 사진이라는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펼쳐 보이는 것이다. <성적종속의 발라드>를 출간한 골딘은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의 에이즈, 마약에 대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고, 로버트 메플도프(Robert Mapplethorpe) 또한 성적인 주제와 관련이 있다.

 

                                 로버트 메플도프


메플도프의 사진은 동성애(homosexuality)와 에이즈(AIDS), 성전환(transgender), 나아가 양성동체적(兩性同體的) 경향을 보인다. 그의 사진은 부조리, 이상한, 기괴한 등의 그로테스크(grotesque) 개념을 전달한다. 남성의 누드는 마치 옆의 꽃 사진처럼 여성적인 양면성을 보여준다.


에머트 고윈


듀안 마이클이나 에머트 고윈의 개념은 초현실주의에 기반을 둔다. 이들은 오토마티즘(automatism)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무의식의 세계를 관음적으로 투영하는 초현실주의 개념, 훔쳐보기(보이어리즘Voyeurism)를 의도하고 있다. 타인의 성에 대한 훔쳐보기, 고윈의 사진은 흑으로 둘러싸인 이미지 서클(Image Circle)속의 구멍으로 들여다본 훔쳐보기(Peep hole)인 것이다. 많은 초현실주의자들이 그들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오브제Object2)를 사용한다. 일상의 오브제도 초현실주의자들에게는 그들의 무의식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표현이다.


2) 초현실주의자들은 오브제를 8가지로 분류했는데, ①수학상 기하모형이나 구성된 작품 ②나무나 돌등 자연물 ③주술이나 마술에 연관된 미개인이 만든 물건 ④일상 잊어버리고 있다가 재발견한 물건이나 표류물(漂流物) ⑤시장에 나도는 기성품 ⑥움직이는 물체 ⑦화재 때 타서 쓰지 못하게 된 물건 ⑧잠재의식에 작용하는 상징적 기능을 가진 물체 등이 그것이다. 제 2 차세계대전 후에는 J. 뒤뷔페가 각종 오브제와 콜라주를 모은 아상블라주를 도입했고, 네오다다나 팝아티스트인 R. 라우셴버그·A. 워홀 등이 대량생산품이나 그 폐품, 인쇄물이나 영상, 소리나 빛, 행위 등을 결합하여 환경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단으로 보였던 오브제도 미술관에 소장될 정도까지 일반화하였으며, 꽃꽂이 오브제, 인테리어 오브제, 크래프트 오브제 등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추하다고 여긴 것, 흥미롭지도 않고 가치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 것(고물, 도시의 잡동사니) 등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러한 사진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쉽사리 찍을 수 있다. 폐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3)


3) 사진에 관하여, 우울한 오브제, 수잔 손택     


개념예술(Conceptual art)은 개념(concept)이나 아이디어(idea)를 이용하여 철학적 가치, 또는 관념적 가치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개념미술이 하나의 예술사조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이다. 1961년 헨리 플린트(Henry Flynt)가 “컨셉트 아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1970년 개념예술에 대한 전시회인 ‘Conceptual Art and Conceptual Aspects’가 뉴욕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켄 조셉슨


켄 조셉슨(Ken Josephson)는 ‘사진에 의한 사진론’이라는 주제로 개념 미술의 문맥에서 사진으로 확장한다. 그의 ‘그림엽서 여행’작업은 사진으로 표현된 프레임속의 실상과 허상에 대한 개념을 전개하고 있다. 요셉 코주드(Joseph Kosuth)의 사진은 좀 더 난해한 개념을 표현한다. 뒤샹이 변기를 예술의 오브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코주드는 의자사진(실물사진)과 직접 갖다놓은 의자(실물의 의자)를 동시에 전시한다. ‘하나의 의자와 세 개의 의자’는 사전의 의자에 관한 한 페이지와 실물의 의자 및 그 의자를 찍은 사진으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     

 

‘철학 후의 예술’속에서 코주드는 “뒤샹 이후의 예술은 모두 성질상 개념예술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개념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코주드는 이 레디 메이드 작품에 대해 언급하면서 뒤샹은 예술의 본질을 형태의 문제에서 구조의 문제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예를 들면 큐비즘에 적용시켜 큐비즘은 색이나 형이라는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입체를 평면으로 바꿔 놓은 아이디어로써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시각적인 것이 아니다. 더구나 심미적인 감각을 위한 대상은 더욱 아니다. 예술은 작품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가 갖고 있는 예술의 개념 속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뒤샹 이후 개개의 예술가들의 가치는 예술의 본질에 얼마만큼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의 개념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4)


4) 현대사진의 이해, 고쿠보 아키라 지음, 김남진 옮김,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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