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4. Taking photo, Making photo

존 자르코스키의 미러와 윈도우의 개념처럼, 미국사진의 중심적 논쟁은 직접적인(Straight) 사진(=Taking Photo)과 인위적인(Synthetic) 사진(=Making Photo)과 같은 순수한 사진표현 매체의 문제로 이분하는 논쟁이 있다. 직접적인 사진(Straight Photography)이란 사진의 근본적인 특성이 노출되는 동안 카메라 안에 한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인위적인[Synthetic] 또는 조작되어지는[Manipulated] 사진이란 사진기의 영상이 암실에서 조작, 다중인화, 꼴라쥬, 착색, 그림 그리고 이와 같은 비슷한 기술적인 변경으로 변형된 사진을 뜻한다.     


스트레이트한 사진이란 말은 스티글리츠의 사진분리파(Photo Secession)운동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레일란더(1857년 ‘인생의 두 갈림길’)의 사진은 약 40매의 음화를 조합하여 합성하는 회화적 사진에 반발해 순수사진(Straight Photo)으로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작업하려 하였다. 사진 자체의 순수성을 자각하여, 회화와 예술을 추종하려 하지 말고 사진만이 가지는 카메라 렌즈의 고유한 특성들을 이해하고 작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보도사진뿐만 아니라 만 레이, 모홀리 나기와 같은 뉴비전(New Vision) 예술가들에게서도 포토그램, 포토몽타주등 사진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것은 현대 사진의 내용을 분석하는 비평적 도구로 부적당하다. 사진을 Straight와 Synthetic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점이 비평적 도구로서 부적당 하다는 것은 두 명의 사진가에 의해서 증명 되었다. 마이너 화이트와 로버프랭크의 사진적 입장은 정반대임에 불구하고 그들 모두 확고부동한 Straight 사진가였다. 그러나 한국의 사진계는 80년 중반부터 현대사진을 메이킹Making 사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사진의 범위를 다양하게 확장 시킨다는 면에서 유용하나 현대사진의 흐름인 내용의 다양화와 심층화 현상과 달리 회화적 표현과 그 방법론만을 획일적으로 추구하는 하는 경향은 사진예술의 본질(=복제성)을 파괴하고 사진미학을 조형예술에 종속시키는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테이킹Taking과 메이킹Making으로 사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또한 앞서 Straight와 Synthetic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비평과 같이 반목과 갈등을 낳을 소지(素地)가 많다.     


찍는 사진과 만드는 사진은 단순히 사진의 사실성, 정직성, 순수성과 같은 사진적 정의와 제작 방법론에 대한 차이일 뿐이다. 90년대 초반 우리에게 전해졌던 메이킹 포토는 “만드는 사진”의 대명사였다.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찍는 것으로 믿어왔던 사람들에게 연출사진, 구성사진, 설치사진이란 이름의 만드는 사진은 새로운 유행을 낳았다.     


“메이킹 포토란 무엇인가?”, 만드는 사진을 뜻하는 메이킹 포토(Making Photo)라는 말에 대해 논란도 있지만, 만든다는, 제작한다는 메이크 픽쳐(make picture)란 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앤셀 애덤스가 1935년에 [사진제작하기: 사진의 기초(Making a Photograph: An Introduction to Photography)]라는 책에서의 용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의 사진비평가 마이클 퀼러(Michael Kohler)가 [Constructed Realities]에서 타이틀로 사용했던 <배치된, 구축된, 스테이지화된-찍는 사진에서 만드는 사진(Arranged, Constructed and Staged-from Taking to Making Pictures>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 만드는 사진에 대한 정의는 1995년 츠데넥 펠릭스(Zdenek Felix)의 책 [Constructed Realities–The Art of Staged Photography]에서 잘 설명되어져 있다.      

    

책 서문에 다음과 같은 개요가 있다.


“[구성된 사실들-연출 사진 예술(Constructed Realities – The Art of Staged Photography)]를 소개하는데 있어 뮌헨뉘른베르크브레멘칼스루의 4개의 기관들이 1980년대의 사진예술에 대하여 토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관심의 초점은 현대 사진의 특성이 구성된 사진 즉 미리 배열하고 준비해서 촬영하는 과정과 많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사진이 옥외 공간에서 만들어졌거나 실내에서 만들어졌거나 상관없이 이러한 방법에서는 카메라를 위해 정교하게 연출된 장면을 촬영하여 허구적인 사진이 만들어진다이러한 방법의 한 가지 결과는 사진가들이 감독무대-의상 디자이너그리고 때때로 배우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어떤 예술가들은 배우들을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 대리물로 대체하기도 한다혹은 채색된 종이거울금속이나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구성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재료와 오브제들을 추상적으로 배열해내기도 한다다른 예술가들도 유사한 재료를 사용하여 여기에 소개된 표현형태인 정물(Still Life), 내러티브 따블로(narrative tableaux), 미니에츄어 스테이지(miniature stages)를 창조한다이러한 테크닉들은 서로 상당히 다르며 현대예술에 사용된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이용한다. 1980년대에 미술과 사진에서 본질적이고 미학적인 관점이 상당히 많이 수렴된 것 같으며 테크닉과 재료를 또한 사실상 서로 교환 가능하게 된 것 같다이러한 것에 관하여 고찰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한 가지이다.


이 책은 주로 1980년대의 사진작품을 다룬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상당히 이루어진 발전에 대하여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이러한 것들은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의 일부 중요 사진예술가들의 작품에 의해서 소개되고 있다이것은 구성되고 연출된 사진과 관계된 문제들이 이 기술적인 매체 자체의 역사와 관계된 그 이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기에서의 목적은 예술적이거나 아마추어적인 모든 사진이 조작되고(manipulated), 스테이지화되고(staged), 배열된(arranged) 정도를 토론하는 것도 아니고또한 그것들이 어느 정도나 실재에 상응하는가를 토론하는 것도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사진가들이 회화를 모방하여 우화적인 사진에서허구적인 구조에 진실을 형성하려 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한다영국에서 활동한 스웨덴 태생의 오스카 레일란더(Oscar G. Rejlander 1813-1875)의 活人劇(living tableaux)은 틀림없이 사진예술의 역사에서 구성사진과 조작사진의 가장 오래된 본보기이다. 1920년대 초부터광고 사진은 조금 다르지만 연관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초현실주의자나 구성주의자들의 사진 또한 현대예술의 연출 사진의 선례로 간주될 수 있다.


분명 연출사진에 대한 초기의 역사는 방대하고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을지 모르나 1980년대의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어떤 분명한 경계선을 그을 수 있다분명히 예술 사진이라 불리는 것에 연출되고 조작된 것이 많이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연출은 숨겨지고 가려져 있다여기에 소개된 사진가들은 실재와 연결된 고리를 끊지 않으려는 고전적인 사진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치면서 연출 예술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연출 사진구성 사진의 실행자들은 실재의 것과 만들어낸 것을사진과 회화를사진과 무대디자인을 자유롭게 조합시키고 그들의 작품에 역사와 신화를 언급하면서모티프를 만들어낸다그리고 한 순간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사실을 조작한다그들은 파괴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조사하고 분석한다문제는 사실이 무엇이냐가 아니고 어떤 표현의 방법이 적당하냐는 것이다여기에 특색을 이루는 유럽과 미국의 예술 사진가들은 또 서로 이 문제에 대하여 매우 개인적이고 대립적인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어떤 경우에 있어서 즐겁고 아이러닉한 동시에 혼란스럽고 두려운 사진 감각이 분명하지 않은 사실은 어떠한 기만이나 조작에 굴복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진실된 사진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구실일 것이다.”1)


1) 츠데넥 펠릭스(Zdenek Felix)의 책, [Constructed Realities–The Art of Staged Photography]


구성사진(Constructed Photo), 설치사진(Installation Photo), 무대사진(Staged Photo)이란 말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 시스템에 따라 연출사진(Directing Photo), 조작사진(Manipulation Photo), 배치사진(Arranged Photo), 위조사진(Fabricated Photo) 등으로 아주 다양하다. 1980년대 “만드는 사진(Making Photo)”을 주도한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신디 셔먼(Cindy Sherman),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바바라 카스텐((Barvara Kasten),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가 있다. 구성사진이란 말은 바바라 카스텐의 작업에서 컨스트럭티드 포토(Constructed Photo)의 개념을 알 수 있다. 조형주의자, 구성주의자인 그녀의 작업은 기하학적 공간배치와 화려한 빛처리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샌디 스코글런드의 사진은 사진가가 직접 무대를 꾸미고 필요한 오브제를 만들어 색을 칠하고 원하는 장소에 배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설치미술가이자 무대 연출가였다. 스코글런드는 자신의 사진에 대하여 “현실을 찍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사진 작업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