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5. 주관과 객관[主觀-客觀, Subjekt und Objekt]

주관적 사진과 객관적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가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피사체의 내면성을 담을 것인지, 작가의 내면성을 담을 것인지, 피차체는 대상(오브제)이 될 것이고, 작가는 사진을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이다. 칸트철학은 ‘주체’라는 것은 자기와 타자를 구별하고 타자와의 관계속에서 주체를 규정한다. 헤겔의 절대정신은 주관정신과 객관정신의 종합이다. 주관정신은 내면의 경험에 제한되어 있다면 객관정신은 그 반대이다. 주관과 객관이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지칭한다. 우리는 삶과 세계를 사유할 때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이란 낯익은 용어로 마주하게 된다. 서로가 상반된 관점에 대립에 대해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일반적으로 세계를 주관과 객관, 내면의 세계와 외부의 세계, 정신과 육체로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으며... 주관적 사고의 내적영역과 객관적 사실의 외적영역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理)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고, 기(氣)는 주관적이며 특수한 것이란 관계를 이이는 기발리승(氣發理乘)의 한 가지 길(一途)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관과 객관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관적 사진과 객관적 사진을 알아보자.      


오토 슈타이너트의 서문 사진에 있어서의 창조의 가능성에 관하여에서 그는 주관적 사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우리가 주관적 사진이라고 부르는 것은대상에 대한 시각과 대상의 형태를 어떻게 제작 과정으로 전이시킬 수 있는가를 경험하는 일인 것이다이는 종래의 카테고리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의 개념과는 별개의 사고방식을 지닌다여기에는 포름에 대한 법칙이라든지그 내용에 관련해서 감정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일은 없다

사진술은 감각적 창작 행위를 위해서는 너무나 기계적 기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그러나 사진술은 육안적 경험이라고 하는 것으로부터는 비록 무의식적이라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따라서 사진을 만듦에 있어서는 기계적인 기술과 육안적 경험에 있는 두가지 관계를 늘 의식속에 넣고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의식의 과정은 사진가의 개성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사진의 창조 과정에서 그 주요한 내용이 감정적으로 지배하는가 아니면 객관적으로 되는 가는 작가의 개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어떤 경우든 그것은 지성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경험과 구성적 감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그리하여 이 창조 행동의 질 자체가 그 작품으로 하여금 예술이 되게 하는가아니면 그 반대로 무가치한 것이 되게 하는가의 최후의 기준이 될 것이다.”(<Subjecktive Fotografie> No.2. 1955)1)


1)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어거스트 잔더(August Sander)의 가장 유명한 사진은 독일인의 초상들이다. 그는 자신의 개념의 광대한 다큐멘터리 기록의 프로젝트를 위하여 모든 계층과 직업들의 사회적 유형들을 촬영했다. 잔더가 만들려고 시도한 "자연 그대로의 포츄레이트는 그들 자신의 개성에 일치하는 환경 안에서 주제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잔더의 작업에 대해, Thomas Mann은 1929에 이렇게 적고 있다: "꾸미지 않고 훌륭하게 묘사한 이 사진들은 인간 유형을 계층 구조로 보여주고, 직업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상학의 애호자,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발견이다.”     


1920년대의 잔더의 유형학(Typology)적 사진의 전통은 베허부부에게 이어졌다. 유형학적 사진은 예술적 오브제가 아닌, 동시대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시대의 오브제로서 가치 중립적, 중성적, 객관적 태도로 대상에 다가서는 것을 말한다. 사진의 유형학이란 말은 산업폐기물이나 건축등을 찍은 같은 종류의 대상, 같은 유형의 사진을 보여주었던 베허부부의 시리즈에서 통용되었고, 1991년 미국의 뉴포트 하버 미술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의 제목으로 <유형학>이란 말을 사용함으로써 현대사진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유형학의 전통은 최대한 중립적인 외관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의 개성적인 표현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대상의 원근감 왜곡이나 창조적인 표현이나 구성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객관적인 사진이란 것이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다큐멘터리의 전통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사이에서 사실에 입각한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누군가를 위한 문제의 관심은 James Agee가  "인간의 현실성human actuality"이라고 부르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2) 다큐멘터리의 전통은 기본적으로 구술기록에 있다. 저널리즘이나 르포르타주의 그것, 어떤 학구적인 훈련(사회학과 인류학)의 그것, 민속학과 다른 어떤 체계적인 조사(research)는 객관적인 태도에 기반을 둔다. 시각 매체를 이용한 인간행동의 기록과 조사 연구 방법으로서의 영상인류학(Visual Anthropology)은 시각적 표상(visual representation), 삶의 객관적인 관찰, 현지조사로 현장을 담는다.   


2) Doing Documentary Work - Robert Coles

   

카메라의 비판적인critical 눈은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우리가 종종 불충분한 관찰자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각적 정보를 모으는 것에 본질적인 도구이다. 그것의 날카로운 초점focus은 우리들로 하여금 더 높은 정확성을 가지고 보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문화행동그리고 상호작용의 그것의 기계적인 기록으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해 체계화되고 날카로운 인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카메라는 우리들의 시각적 한계에 대한 만병통치약cure-all으로서 제공되지 않는다. 우리는 관련된 방법론을 가지고리서치 도구로서 사진을 탐구한다만약 우리가 그것을 숙련되고 적절하게 사용을 한다면 우리의 지각을 확장한다사진은 단지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포괄적holistic이고 정확한 관찰왜냐하면 유일한 인간 반응은 리서치에서 의미심장한 사용을 위한 카메라의 눈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3)


3) VISUAL ANTHROPOLOGY


객관적인 시각이나 관점이라 할지라도, 모든 시각과 관점은 주관적일 수 있다. 우린 대체로 자신의 관점과 시각이 보편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다른 자신만의 관점과 시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관점과 시각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보는 시각은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전달되는 의미는 과연 올바른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전 14화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