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사진의 요소-라이팅, 타이밍, 프레이밍
아무리 좋은(이쁜) 사진일지라도 그 사진이 진실하지 못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헛된 꿈일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세상을 속이는 것이고 세상을 향해 사기를 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유명한 잡지나 신문에 선정되거나 미술전람회에서 상을 받은 사진일지라도 사진은 삶의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며 열심히 산자만이 그 진가를 알 것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우울한 곡마단의 삐에로의 모습처럼, 우리는 그 겉을 보긴 쉽다. 하지만 그 사람의 진가는 접하기 전에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삶을 얼마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인지가 아닐까?
사진에서 좋은 사진, 나쁜 사진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각자의 취향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진을 분석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사진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진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중요한 것은 아마 라이팅, 타이밍, 프레이밍이다.
1. Lighting
사진은 그리스의 단어 phos(“빛light”), graphis (“스타일러스stylus”, “그림 그리는 붓paintbrush”) 또는 그래피graphí에서 파생했고, 함께 그것들은 “빛으로 그리다”를 의미한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진에서 빛은 중요하다. 빛을 잘 볼줄 알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형상의 중요한 표정은 타이밍이 관건이고, 배경의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프레이밍이 관건이라면, 타이밍과 프레이밍의 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라이팅이라는 요소일 것이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은 자신의 사진미학을 결정적 순간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진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Lighting+Timing+Framing의 완벽한 조화일 때라고 한다. 라이팅은 빛의 인상을 말한다. 빛으로 그려지는 사진에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자 요소가 될 것이다. 전체적인 프레임의 아우라(Aura)를 지배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빛은 하루에도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아침, 오후, 저녁, 흐린 날, 맑은 날에 주위의 사물들에 대한 느낌이 다른 것은 빛의 조화에 의한, 빛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서 사광, 역광, 측광, 렘브란트광(후사광)등 다양한 느낌이 연출된다. 또한 빛은 비추는 곳은 밝음(하이라이트highlight)와 그 반대편은 어둠, 그림자(셰도우shadow)를 만들게 된다. 공간을 구성하는 프레임과 시간을 좌우하는 타이밍, 그리고 사진의 요소인 빛(lighting)을 잘 볼 줄 알아야 좋은 사진을 만들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프레임 안에서 적절히 구사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빛의 추구, 빛의 진실의 추구라는 순수한 의미에서 인상주의는 끌로드 모네를 중심으로 한다. 모네는 현실 자체의 표현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 경험과 감정에 더 충실했다.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모네의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1874년 4월 15일부터 5월15일까지 사진사 나다르의 아뜰리에에서 30여명이 무명작가가 참가한 최초의 그룹 전시회가 열렸는데, 모네는 이 전시회에 일출을 출품했다. 그는 팜플렛 제작시 제목 일출에 ‘인상 Impression' 이라는 단어를 첨가했다. 사진의 미적인 요소 중에 한가지인 빛(Lighting)은 풍경사진가 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띈다. 일출이나 일몰에서 시시각각 보여주는 빛의 색깔, 그리고 빛으로 인한 그림자(Shadow)와 하이라이트(Highlight)는 입체감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진적 시각을 만들어준다.
빛은 밝음과 어둠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어두운 부분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빛에 대한 최초의 분명한 개념은 어둠과의 대조에서 생겨난다. 각자 상대방의 소멸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 두 파트너는 원시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며, 흑과 백, 밤과 낮, 生과 死라는 본능적 상징 체계의 출발점이 되었고 마침내 정신적인 차원으로 옮겨와서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선과 악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2002년 퓰리쳐 수상작
photo by Stephen Crowley
155명의 Taliban 전사들이 투옥된 Nangarhar 지방의 Khawai 도시의 창고의 창문들을 통해 빛이 흐르고 있다. 왼쪽에, 한 사람이 코란을 읽고 있다.
빛은 사물에 비쳐져 명암(chiaroscuro)을 만들어내고 빛과 그림자를 통해서 사물의 입체감을 대비(contrast)적으로 나타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빛은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흑백사진에서 빛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흑백사진의 명암을 통해 빛의 질감을 잘 표현한 포토저널리스트인 유진 스미스(Eugene Smith)는 인간가족전의 피날레 사진으로 유명한 '천국으로 걸어가는 길(Walk to Paradise Garden)'이란 작품에서 그는 주변부의 나뭇가지를 검게 그늘로 만들고 빛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이들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그는 스페인마을시리즈의 '임종(Wake)'이란 작품에서도 렘브란트광의 명암 처리로 사진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스페인 한 작은 마을에서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서 빛은 구원을 상징하고 있다. 그는 종종 과다노출로 검은 색을 만들어 이들 그림자에 상대적으로 빛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빛과 그림자의 균형은 그의 사진 프레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빛의 상징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벤야민의 아우라(Aura)를 시간과 공간이 함께 내재되어 있어서 멀고도 가까운 신비로운 교감이라고 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명암은 "대비(comparison)와 대조(contrast)를 통한" 시각적 효과들로 하여금 감상자를 주목시키고 상상력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상상력은 감상자에게 은유(metaphor)와 상징(symbol)의 전달을 꾀하게 된다. 명암의 단계적 표현을 가능케 한 존시스템 프린트기술을 창안한 안셀 아담스(Anael Adams)의 풍경 흑백사진은 대상 물체의 모든 색깔을 용해하고 여과하여, 오직 그의 이미지만을 명암의 톤으로 형상화하므로, 이미지의 심도가 깊고 표현이 은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수묵화와 같은 은은한 깊이를 지니고 있다. 피사체, 조명, 색조, 선명도, 치밀한 느낌등은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그의 사진에서 조화를 이룬다.
2. Timimg
사진은 시공간의 예술이다. 사진에 있어서 공간을 결정하는 것은 프레임이다. 그리고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셔터의 타이밍이다. 셔터챤스란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것만이 아니라 카메라를 육체화하여 현실을 엄격한 내용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촬영을 하는 작가는 완전한 테두리(Frame)속에 서서 최고의 좋은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 결정적 순간의 미학으로 잘 알려진 브레쏭에 의하면 <빛과 구도와 감정>이 완전히 동조된 순간에 있다고 말한다. 셔터챤스란 그러한 사진의 시간성에 부여된 명칭이나 그 셔터챤스를 살리는 것이 근대적인 사진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생긴 순간적인 선들의 산물이다......움직임 속에는 움직이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순간이 있다. 사진은 이 순간을 포착하여 그 순간의 균형을 부동의 상태로 고정시켜 두어야 한다.... 1)
1)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열화당
브레송의 사진이 정지된 순간 속에서 사람들과 사물의 움직임이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져 드러나는데 반해 위노그랜드의 사진은 그러한 과정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 사진 찍는 사람의 움직임까지도 느껴진다는 사실 때문에, 위노그랜드의 사진은 브레송의 스냅사진을 한 단계 뛰어넘어 그것을 극복한 사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셔터 타이밍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상태에 동작을 맞추는 방법, 즉 찬스가 어떤 방법으로 필름 안에 잡히도록 하는가를 결정하는 기계적 인 조작이다. 이것은 운동 신경만이 아니라 경험과 계산을 증명하는 지적인 행위이며, 또한 어느 정도 촬영자의 직감과 감성이 필요한 감각적 영역에 속한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
사진가에 있어서 타이밍은 무엇일까? 타이밍은 내적의미로는 시간성과 관련하고, 외적의미로는 움직임, 스냅성에 관련이 있을 것이다. 빠른 셔터로 촬영하게 되면 움직임이 정지되고, 느린셔터로 촬영하게 되면 움직임을 예술적으로 강조하게 된다. 스포츠 사진에서는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우선시 되는데, 이 말은 피사체인 선수의 움직임에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그 움직임이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순간'과 '결정적 순간이 되는 특징 있는 한 순간' '사진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탄생하는 순간' 또는 '선수의 제스처나 표정' 등이다. 고속셔터의 순간의 정지된 이미지와는 달리 저속셔터의 흔들린 이미지는 오히려 움직임을 강조할 때 사용되어진다. 움직임을 영화처럼 표현하기는 어려운 사진은 한 장의 이미지에서 움직임의 괘적으로 보여 지는 느린 셔터는 충분히 움직임을 감상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움직임은 스냅성이란 특성을 가진다. 사진의 스냅(snap)성은 순간을 포착하는데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에리히 잘로몬(Erich Salomon)은 캔디드 포토(candid photo)로도 유명하다. 스냅성은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는 우연성과는 다르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스냅성에는 철저히 계산된 사진가의 계획성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진기자는 무한한 인내심이 있어야하고 결코 지쳐서는 안 된다. 사건을 잘 이해하고 사건의 진행을 적시에 알아야 한다." 에리히 잘로몬의 이 말은 철저히 계획된 사진기자의 스냅성을 이해할 수 있다. 우연히 얻은 순간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진가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기획할 때만이 좋은 예술을 만들 것이다.
한 프레임에서 정지된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가 동시에 존재할 때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충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움직임의 표현은 결국 정중동(靜中動)을 표현한다. 따라서 고요함과 움직임은 셔터의 시간성에 의해서 표현된다. 사진가는 움직임을 강조할지, 고요함을 강조할지를 선택하며, 이것이 사진의 타이밍을 결정한다.
평범한 중생에게는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닌 것이 없다. 길에서 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전생을 모르는 우리에게는 우연일 수밖에 없다. 현실이 우연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 또한 우연성이 사진적 특성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와 영겁은 사진안에 녹아있다. 1000/1초라는 찰나가 현실세계의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성은 우연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영겁의 시간 안에 연장선으로 볼수 있다. 영겁의 시간안의 우연은 영겁의 한 단편이지만, 한 편의 장편으로 이어지는 시간성으로 연장되어진다. 실제로 어떤 사실과 맞닥뜨렸을 대, 사진가가 카메라를 가지고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진가도 있다. 이것은 우연을 놓치지 않겠다는 좋은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우연성으로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것이 사진가의 노력보다는 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운은 그다지 준비하는 자에게 더 많이 찾아오기 쉽상이다. 그런데 이 우연성이 사진의 안에서나 밖에서 사진을 "예술"로 만드는데 별로 자랑스럽지 못한 요소로 오해되기도 한다. 우연히 그것도 극히 짧은 순간에 기계로 만드는 것이 예술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진의 특수성이요 매력이기도하다. 특히, 스냅사진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우연성의 극복이 사진의 전 과제이기도하다. 물론, 우연에만 의존하지 말고 미리 계산해두었다가 원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찍을 수 있어야한다. 그렇게 하여 우연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어왔다. 여기에 피어난 꽃이 "결정적인 순간"의 주인공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이었다. 이 말의 의미는 대상과 작가의 호흡이 외적조건과 일치되는 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작가는 우연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연성이 사진의 한 특성이지 수치는 절대로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 밖의 짧은 셔터 속도로 찍히게 되는 메커니즘부터가 우연성을 바탕으로 하여 움직임이 어떻게 찍혀 나올지 모를 것이 사진의 매커니즘이다. 따라서 오늘날 이 우연성은 사진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숙명이라고 볼 수 있다. 우연성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그것은 사진에 또 하나의 지평을 여는 창조행위, 예술 작업이 된다.
3. Framing
하나의 프레임을 한 장의 단순한 ‘사진’이상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보’다. 정보는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며, 관객이 이 정보를 일정한 순서로 받아들이게끔 하기 위해서 감독과 촬영감독은 프레임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체계화한다. 이것이 바로 ‘구성composition’이다. 영화는 구성을 통해서 관객이 어디를 봐야 하는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봐야 하는지 이야기한다.2)
2) 시네마토그래피, 촬영의 모든 것, 커뮤니케이션북스
1) 현실의 느낌을 자른다.
사진가는 현실에서 사진을 만들어낼 때 카메라의 프레임을 통해서 선택하게 된다. 사진은 현실의 전체에서 어떤 부분을 크로핑하여 프레임하면서 각자의 다른 느낌을 연출하게 된다. 사진은 뺄셈, 미술은 덧셈이라고들 하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사진은 현실의 어느 불필요한 부분을 뺀다는 의미보다는 현실의 어느 부분을 선택한다는 의미가 맞을 듯싶다. 작가는 현실의 부분을 프레이밍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내면성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이다.
랄프 깁슨의 사진작품을 보면, 현실을 독특한 프레이밍으로 포착해 무의식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 있는 그대로의 것을 상호 연관관계상의 대비와 기하학적 구성으로 대상을 파악하여 일상성을 벗어난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하고, 그 화면 자체에서 초현실적 세계를 추구한다. 2분할 기둥의 프레임을 보여주는 질 페레스의 사진 또한 프레임의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다. 프레임속 프레임이라든지 이 모든 프레임의 분할은 작가의 공간에 대한 의도이자, 해석이다. 프레이밍은 사진의 구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유진 리차드는 “프레이밍은 선택이고, 공간에 대한 사진가의 해석이고, 프레이밍은 공간에 대한 사진가의 의식이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자신만의 스타일 개성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2) 프레이밍은 과연 고립되는 것인가?
사각형의 프레임은 3차원의 현실을 평면적인 사각형 테두리안에 고립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히려 사각형의 프레임속에 존재한 현실은 작가의 프레이밍을 통해서 새로운 현실세계로 확장시킨다. 브레송의 사진 ‘William Faulkner, 1947’에서 인물의 시선과 개의 시선은 서로 상반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사진에서 개가 바라보는 시선과 인물이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현실을 유추하게 된다. 사진은 현실의 한 부분을 선택하고, 현실의 공간을 분할하기 때문에 그 공간은 닫힌 공간으로서의 고립되기도 하지만, 시선과 운동방향 등의 연결을 통한 그 공간은 열린 공간으로서의 공간이 확장될 수도 있다.
닫힌 공간
대부분의 영상이 닫힌 공간을 가지는 이유는 프레임 라인 때문이다.
프레임 라인은 대부분의 영상을 둘러싸고 있다. 잡지나 일반 책에서도 사진 자체의 가장자리가 프레임 라인이 되거나 페이지가 프레임 라인이 된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도 프레임 안에 있다. 이 프레임은 그림 둘레의 경계선을 생성한다. 플라스틱 프레임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둘러싸고 있는 극장 스크린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여 스크린의 경계를 명백하게 표시한다. 영상은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것이지 프레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닫힌 공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임 라인은 시각적으로 매우 강하고 동시다발적이고 고정되어 있다. 영상은 프레임 라인에 의해 시각적으로 묶여 있고 닫혀 있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영상은 닫힌 공간에 있다.
라인의 영상 구성 요소는 닫힌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프레임 라인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것뿐 아니라 영상 자체가 시각적으로 프레임 라인을 보강하는 수평선과 수직선을 가지고 있다. 과장된 수직선과 수평선은 얼마나 많은 영상의 시각 구조가 프레임과 평행을 이루고 닫힌 공간을 강조하는 라인을 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수직선과 수평선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영상에 존재하며 이미 프레임 라인에 의해서 생성된 닫힌 공간을 강조하게 된다.
열린 공간
열린 공간은 독특한 유형의 공간이다. 이것은 스크린의 프레임 밖에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생성되기가 어렵지만 한번 생성되면 지나간 영상을 둘러싸고 있는 닫힌 프레임 라인을 확장하고 관객들에게 프레임 밖의 공간에 대한 상태를 알려주게 된다. 광활한 사막이나 하늘을 보여주는 영상은 열린 공간이 아니다. 열린 공간을 생성한다는 것은 실제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사막에서 열린 공간을 생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열린 공간은 영상이 프레임 라인을 과거로 확장하는 것처럼 보일 때 생겨난다. 물론, 영상이 사실적으로는 전혀 프레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임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임시적으로 프레임 라인을 삭제하거나 프레임 밖의 영상 공간의 상태를 생성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매우 강할 때 열린 공간이 생긴다. 열린 공간을 생성하는 것은 어렵지만 열린 공간이 생성되면 대형 스크린에 도움을 주거나 움직임을 강조하거나 닫힌 공간을 유지하는 라인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목적이 달성될 수가 있다. 3)
3) 비주얼 스토리, 커뮤니케이션북스
열린 공간 또는 닫힌 공간이라는 용어는 화면 공간을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프레이밍 기술들이다. 영화에서 열린 프레이밍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구성으로서, 화면 내의 많은 요소들이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게 된다. 그러한 구성에서는 여러 피사체들의 일부분이 프레임의 가장자리에서 잘려 나가거나 전경에 있는 물체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지기도 한다. 닫힌 프레이밍은 명확한 전달과 시각적인 균형을 위해 피사체들을 면밀히 배치한 구성이다. 화면을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은 대개 카메라가 액션의 범위 밖에 위치해 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 열린 형태(open forms)는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닫힌 형태(closed forms)는 무대화된 느낌을 준다. 4) 영화에서와는 달리 사진은 공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다.
4) Film Directing Shot by Shot : Visualizing from Concept to Screen, 영화연출론
사진은 일정한 범위만 찍히기 때문에 시야가 고정되고 주위와 분리되기 마련이다. 시야가 고정되기 때문에 인간의 눈이 주위를 함께 파악하듯 화면 밖과 안을 동시에 파악할 수가 없다. 사진의 고립성은 여기에서 온다. 주위 환경과의 관계에서 파악되던 어떤 사물이 틀안에 갇혀 따로 떼어져 놓여 있을 때 애초의 느낌이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주위 현실과 분리된 영상만으로 어떻게 현실적 느낌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촬영에 임해서는 그 장면 하나만이 고립된다는 것을 전제로, 그 고립된 한 장의 사진으로 어떻게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영상화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중에 인화를 해 놓고 보니 찍을 당시의 이미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을 가끔 경험했을 것이다. 이는 주위 환경 속에서 파악하던 사물의 의미와 따로 떨어져 분리된 이미지와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분리된 영상만을 상상하고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미처 의식하지 못한 탓에 일어난 현상이다. 현실에서 분리된 프레임을 사진의 고립성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진은 뺄셈이고 미술은 덧셈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사진은 현실의 분리된 이미지가 아니라 프레임에서 연장된 현실세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공간의 확장으로 인한 현실과의 연장된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사물, 같은 현실도 어떻게 프레임을 잡아 따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 사물이 현장에 놓여 있을 때는 스스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것을 찍는 사람이 프레임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의미가 갖가지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사진이 현실에서 분리되고 틀이 씌워져 고정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진적 현상이다. 따라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느낌이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프레이밍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