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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5. 원근법적인 관점(point of view)

중심으로 모든 것이 수렴되고 주변으로 나아간다. 사진이라는 것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한점으로 수렴된다. 사진은 계몽의 도구로서 완벽하게 사진가들이 본대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인 원근법은 15세기에 ‘코멘수라티오commensuratio’라고 불리웠다. 코멘수라티오는 ‘측정할 수 있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원근법은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고 이것은 절대적이고 무한한 신의 세계의 질서로 모이게 된다.     

 

원근법적 이미지는 구성에 의하여 평면상 직선들의 수렴을 낳는다특히 이미지에서 수직선을 나타내는 직선들은 한 점주요 소실점으로 모이는데 이 주요 소실점은 간혹 시점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원근법은 중심화된 시스템이며 그 중심이 어떤 의미에서는 자동적으로관찰자인 인간의 입장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가장 잘 나타낸다원근법에 대한 20세기의 수많은 토론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이러한 특징이다특히 1970년 즈음에 사람들은 인본주의에 중심잡은’ 주체의 출현에 전적으로 합당한 체계를 원근법에서 찾으려 하였다우리가 방금 지적했듯이 서양 예술의 역사에선 사실 세계에 대한 개념을 인간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입장과가시적인 것 안에 신이 존재함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발명된 지각 체제 사이의 만남이 있었다이러한 원근법에 둘러싼 철학적 문제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1)


1) 자크 오몽의 이마주


인간의 입장에서 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사물을 대하는 많은 관점을 낳는다.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작가는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보고, 사진가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사진가는 주관적으로 바라볼 것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서 관점을 가지게 된다.      


1951년 7오토 슈타이너트에 의해 주창된 <주관적 사진(Subjecktive Fotografie)>전이 자르브뤼켄 국립미술공예학교에서 열렸다그의 주관적 사진이란비구상적인 포토그램에서 보도의 분야(심리적 내용을 표현한)에까지 이르는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사진가의 개성적인 형성적 소인을 중시했다


슈타이너트의 제창은 사진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단순히 재현 기능으로만 흐르고 있었던 당시 사진의 창조성에 대한 의식을 다시 한번 회복시킨 것이라 하겠다


당시 함부르크의 국립 사진센터의 소장인 프리츠 캔페는 이에 대해서, “슈타이너트는 포름2)을 얻을 때까지 대상에 향해 자기 안에서 포름을 전개시킨다이에 반해서 까르띠에 브레쏭은 현실에서 포름을 추출해서 호기심과 공감을 바탕으로 사진을 만든다고 하였다.(Otto Steinert und Schuler 1965) 이 두 개의 방향은 오늘의 사진을 생각할 경우 흥미있는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일반에게도 공통되는 과제가 되리라 생각된다.3)


2) 포름[forme]; 형(形), 형식, 형태 등 때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번역된다. 미술 용어로서의 포름은 색깔에 대한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내용에 대한 ‘포름’이라는 말과는 일단 구별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두 가지 뜻이 뒤섞여 쓰이고 있어 애매한 느낌이 있다. 미술에서의 포름이란 색깔과 함께 대상의 시각적 경험을 형성하는 감성적 요소의 기본 개념이므로 이것이 없으면 대상의 시각 체험은 불가능하게 된다.

    포름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면 대상에 있어서 공간의 자기 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드시 윤곽이 있는 시공간(視空間)의 추상적인 한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공간 체험의 전체적인 충실상(充實相)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공간 체험의 구성에 미치는 주요한 감성의 양상에 따라, 때로는 보다 많이 시각적으로, 혹은 촉각적으로 또는 운동 감각적으로 된다.

    한편 이러한 감각적인 측면 이외에 관념적인 측면도 첨가되므로 내용이니 형식이니 하는 말의 관계가 애매해진다. 또 인상주의 이후의 근대 회화에 있어서의 포름이란 관념은 색과 완전히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색의 관념에는 포름이란 관념이 반드시 결합되어 있다. 색면에 의한 공간구성이 가능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3)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로버트 프랭크


주관적인 사진과 객관적인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진가의 태도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독일에서 시작한 ‘주관적 사진’은 새로운 예술적 영향을 끼쳤고, 예술사진뿐만 아니라 보도사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브레송의 완벽한 구도의 사진과는 달리, 그의 사진은 노출 부족이고, 프레임은 파격적으로 잘라져 있으며, 수평선도 삐뚤고 왜곡되어있다. 퍼스널 다큐멘터리, 곧 ‘주관적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사진은 규칙과 관습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었다.     

 

사진가는 광각렌즈를 사용할지, 망원렌즈를 사용할지, 로우 앵글로 촬영할지, 하이 앵글로 촬영할지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뷰포인트(viewpoint)를 결정한다. 넓은 의미에서 관점은 작가의 생각이나 방식에 대한 것이라면, 좁은 의미에서 시점은 좀 더 작가가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일 것이다. 


미술의 역사 이래 수많은 화가들이 원근감을 표현해왔다. 원근법은 3차원의 입체적인 공간을 2차원이 평면에 표현할 때 공간감이나 거리감을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중의 하나이다. 원근법은 세가지 방법이 있는데 형태원근법, 공기원근법(대기원근법, 색채원근법)과 투시원근법(선원근법, 1점투시, 2점투시, 3점투시)이 있다. 그중 소실점에 개수에 의해서 나누어지는 투시원근법은 작가의 시점(vantage point)을 만들어낸다. 관점과 시점은 약간 차이가 있다. 소설에서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관점을 시점이라 말한다. 화자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1인칭 시점과 작가 시점(또는 3인칭 시점)으로 나뉘며, 화자의 태도에 따라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 시점은 주관적이며, 관찰자 시점은 객관적인 태도를 가진다. 영화나 사진 또한 서술하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에 의해서 작가의 시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문학에서는 1인칭, 2인칭, 3인칭의 세 가지 목소리 형식이 있다. 1인칭에서는 이야기 속의 인물이 사건들을 직접 서술한다여기서 인물은 자신이 본 것만 서술할 수 있으며화자는 의 입장으로만 이야기를 한다. 2인칭의 화자는 당신으로 이야기하고, 3인칭은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인칭 화자는 완전히 객관적이고반대로 1인칭 화자는 완전히 주관적이다. 2인칭 화자는 그 중간쯤에 있다주관성과 객관성 사이에는 서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계가 없고오직 단계적인 변화만 있다영화에서 이것은 장면에 대한 시점을 의미한다.4)


4) 시네마토그래피, 촬영의 모든 것, 커뮤니케이션북스


1인칭 시점

1인칭 서술은 히치콕의 주관적 기법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듯이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인 의 눈을 통해서 사건을 관찰하는 것이다내러티브 영화에서 주관적 시점의 과다한 사용은 관객에게 거북스러움을 가져다주는데그것은 오직 한 인물의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만을 보여주고 그 인물의 표정이나 몸짓에 나타난 반응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5)


5) 영화연출론, 시공사


로버트 프랭크


로버트 프랭크의 유명한 주관적인 사진은 1점 투시의 예를 보여준다. 사진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New Mexico’(1955)라는 이 사진은 곧게 뻗은 자동차 도로가 지평선 쪽으로 선들이 모이는 소실점처럼 보인다. 이처럼 하나의 소실점을 기준으로 화면이 구성돼있다. 소실점이 가운데로 집중되어 깊은 공간감을 연출을 느끼게 한다.      

                                   

전지적 시점

전지적 시점을 보여주는 영화에서는 관객에게 그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주어야만 한다이런 경우에는 내레이션이나 보이스 오버 또는 설명 자막 등이 필요하다한편 장황하게 펼쳐 놓는 내레이션은 비영화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그러나 사실내레이션은 시험적으로 시도되었을 뿐이제까지 내레이션과 이미지를 아주 독창적으로 연결하는 스타일을 전개한 영화감독은 없다따라서 이 분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대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6)


6) 영화연출론, 시공사


                  세바스티앙 살가도


위의 사진은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새로운 프로젝트 ‘제네시스Genesis’의 사진중 하나이다. ‘제네시스’는 현대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순수한 지구의 상태를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땅과 생명을 찾아 그곳의 산, 사막, 바다, 동물과 사람을 재발견하는 8년에 걸친 대 작업이다. 살가도는 사진을 통해 “지구의 46%는 아직도 창세기 때의 상태로 남아 있다”, “우리는 현재 남아 있는 것이라도 지켜내야 한다.”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지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살가도의 사진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앵글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하고, 마치 신이 지구를 향해 느끼는 애정(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시와 같이)처럼, 전지적 시점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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