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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7. 중첩과 추출

무엇을 중첩시키고 무엇을 추출할 것인가? 중첩시킨 이미지는 애매모호한 상태를 보여주고, 추출은 대비를 통해서, 시각적 충격을 통해서, 어떠한 부분을 약화시키고 강조하게 된다. 


첫 번째로 중첩(Overlapping) 어떤 형태가 다른 형태를 부분적으로 가린 상태, 겹침의 상태이다.  


해체주의 작가들이 형태의 창작 요소로 중첩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회화에서는 콜라쥬collage에서 볼 수 있다. 콜라쥬는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가 중첩된다. 위의 사진은 공간상의 겹침과 유리면에 비친 반영을 통한 허상과 실상간의 겹침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평면이다. 평면성을 활용한 존 팔(John Pfahl)이란 작가가 있다. 그의 작업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원근감을 줄이고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느끼게 한다. 전경과 배경의 공간은 압축되어 있고, 끈으로 이어진 이미지는 진짜 공간과 가상의 인위적인 공간간의 모순된 지각 사이에서 당황케 하는 변화를 만든다. 옆의 마그리트의 그림 ‘백지 위임장The Blank Check’(1965)은 현실과 환상간의 대립을 통한 ‘이미지의 중첩’을 보여준다. 이미지로서의 형상은 한 프레임속에서 배경과 형상이 분리되지 않고 많은 형상들의 겹침을 보여줌으로써 의미의 혼돈은 재구성된다. 가상과 실재,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사이의 중첩되는 파타피직스(pataphysics)1)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데리다가 논의하는 흔적, 차연, 상호텍스트성의 실현이기도 하다. 프레임속 이미지는 중첩과 추출을 하기 위해서 모든 형상들은 해체되어 재구성된다. 또한 데리다는 있음과 없음의 ‘비확정성(undecidable)’의 상태가 흔적(trace)이고 이러한 흔적 위에 중첩된다고 말한다. 또한 공간적인 차이와 시간적인 지연을 합친 차연(différance)은 데리다의 잘 알려진 개념들 중의 하나이다.    


1) 이미지 인문학, 진중권, 천년의 상상 

     

두 번째로 추출(extraction)은 배경에서 특정한 형상을 분리해 내는 것이고,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조하려고 하는 부분을 혼돈의 상태에서 부각시키는 것, 추출하는 것이다. 배경이 되는 대상에서 상징적인 가치를 띤 이미지의 요소를 추출해낸다. 사물의 공통되거나 차별화된 요소를 추출. 다른 요소에 비하여 커다란 규모나 크기는 뚜렷한 시각적 강조를 나타낸다. 시각적 강조는 반복(유사)과 차이(또는 대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윌리엄 웨그먼

샌디 스코글런드


윌리엄 웨그먼(William Wegman)의 사진(위)은 배경과 형상이 분리되지 않아 혼동스러워 보인다. 배경과 형상이 유사한 무늬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형태에서 특별히 다른 형태를 집중하게 하는 것이 화면에서 추출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샌디 스코글런드의 사진(아래)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아웃 포커스로 형상과 배경을 분리하거나 무배경의 포츄레이트에서처럼 주제를 돋보이게도 하지만,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집중, 강조하게 하는 포인트는 있다. 따라서 작가는 수많은 이미지의 정보속에서 집중 선택하는 과정이 추출인 것이다. 


쿠델카

맥커리


쿠델카(Josef Koudelka)의 흑백사진(위)은 흰 눈 밭의 검은 강아지의 모습이 확연히 돋보이고, 맥커리(Steve McCurry)의 컬러사진(아래)은 컬러의 보색관계를 이용한 녹색 인물의 추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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