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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6. 대비Contrast와 유사Affinity

사진의 프레임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대비와 유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용이나 형식에서 대비와 유사의 특징을 알아보자. 


첫 번째로 대비Contrast는 서로 반대되는 형태, 색채, 명도, 면적등을 나란히 배치하여 서로의 특징을 강하게 부각되는 효과를 일으킨다. 둘 이상의 대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내서 프레임안에서 극적인 것을 만들어낸다.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이 유사(비교, 병치)라고 본다면 차이점을 강조하는 것이 대비(대조)이다.   


 들뢰즈의 존재론은 '차이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차이 존재론'이라 불린다들뢰즈는 그의 작품 속에서 차이 존재론의 개념을 전개시키는데그는 철학사 속에 자리잡은 차이 존재론의 맹아들을 자신의 이론에서 보여주기를 원한다그리고 이러한 연구의 결과가 바로 차이와 반복이다이곳에서 들뢰즈는 동일성유사성유비대립이라는 재현(repr sentation)의 네 요소가 차이를 악의 상태로 만들어버렸음을 지적한다따라서 그는 차이 자체를 사유할 수 있는지차이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이에 대해 들뢰즈는 일의성의 개념을 통해 대답하려 한다들뢰즈에게 있어 일의성은 존재가 유일하게 같은 의미로 말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개체화하는 차이들 혹은 내재적 양상들 모두에 있어 유일하게 같은 의미로 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들뢰즈는 니체 철학에서 전개된 개념인 영원회귀가 일의성의 참된 방식이라고 부른다.1)


1) 차이와 반복, 들뢰즈, 민음사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좌)은 흑인과 백인 내용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고, 알렉스 웹의 사진(우)은 크기의 차이, 형태의 차이, 컬러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시각적 차이는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시각적 대비(contrast)란 사람의 눈이 만물을 관찰할 때, 대비가 되는 내용에 대해 제일 먼저 멈춘다. 대비는 장면에 대한 시각적 긴장감과 불안감을 더해주기 때문에 눈을 흥분시키고 흥미를 자아낸다. 대비는 두 가지 상반되는 면을 가진 하나의 요소- 어둠과 밝음, 화려함과 은은함, 매끄러움과 거침, 혹은 날카로움과 무딤, 무거움과 가벼움, 움직임과 정지 등-를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생겨나게 된다. 사진 속에서 대비는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어떤 특별한 요소를 장면 속에서 강조시키거나 분리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고,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보다 복잡한 장면을 체계화하고 단순화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때로는 대비가 패턴이나 디자인처럼 주제로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어떤 장면의 물리적 요소를 구상하여 배열할 때에는 여기에 내재하는 시각상의 대비에 대해 유의하여야 한다. 만약 사전에 세심하고 주의 깊게 계획하지 않는다면 대비는 구성요소들을 신중하고도 사려 깊게 장식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하게 보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비와 유사는 피사체들의 유기적 관련성이나 암시등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가장 많이 활용한 작가로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을 들 수 있다. 그의 결정적 순간은 아마도 서로 비슷한 화면에 배치하는 유사와 이질적인 요소를 발견하여 배치하는 대비, 같음과 다름을 한 화면속에 담음으로써 감상자에게 그의 스토리텔링을 생각하게 만든다.         


두 번째로 유사Affinity는 두 가지 이상의 비슷한 것을 병치(juxtaposition)한다. 살가도(위 왼쪽)의 사진은 앙상한 고목과 기아의 아프리카 소년의 유사성, 브레송의 사진(위 가운데)은 아이의 갈빗뼈, 손, 수레바퀴의 살등이 유사성을 보여준다. 내용상의 유사성을 보여준다면 드와노(위 오른쪽)의 사진은 물구나무선 아이들의 형태의 유사성을 통해서 유머러스한 반복과 패턴을 만들어낸다. 


영원회귀 개념을 넘어 들뢰즈는 반복 개념을 전개시킨다이를 위해서는 미규정된 실존을 내가 생각한다는 것에 의해 규정 가능하게 하는 형식인그리고 수동적 자아와 균열된 나를 발견하게 되는 형식인 시간의 형식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시간의 종합은 현재과거미래로 나누어진다생생한 현재의 종합인 첫 번째 시간의 종합은 현재 안에서 인상들을 수축시키는 습관의 종합이다현재는 시간을 구성하지만구성되는 이 시간 안에서 지나간다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종합은 현재를 지나가게 하는 과거의 종합으로서의 토대를 필요로 한다들뢰즈는 여기에서 과거의 네 역설을 해명하는데이것은 동시간성의 역설공존의 역설선재의 역설현실적 현재는 과거의 가장 수축된 상태라는 역설이 그것이다이러한 해명을 통해서들뢰즈는 순수과거로서의 잠재적 대상들과 실제적 대상들이 이질적이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적 계열들 사이에서 상호작용 이들에서 유래되는 체계 안에서 내재적 공명자신의 바탕의 계열들을 넘치게 하는 이들에서 유래되는 강요된 운동 이 가능함을 말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종합은 여전히 자신이 토대 놓는 재현에 관계되어있다즉 동일성과 유사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2)


2) 차이와 반복, 들뢰즈, 민음사


반복으로 시각적 통일성을 주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다양한 요소를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반복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복의 요소로는 색이나 형태, 질감, 방향 각도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시각예술에 있어서의 리듬은 기본적으로 동세와 관계되어 있다. 이 개념은 리듬 고유의 규칙성이 만들어내는, 되풀이되는 모티브를 이리저리 보게 되는 움직임을 말한다. 리듬은 반복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각적 통일성을 주는 요소로서의 반복은 어떤 방식으로든 거의 모든 예술작품에 표현된다. 유사한 리듬의 반복은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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