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영화 <마담 보바리> 2014년

by 노용헌

<마담 보봐리> 1991년, <마담 보바리> 2000년


플로베르가 5년 동안 힘겨운 작업을 거쳐 완성한 '마담 보바리'는 소설이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지만 겨우 유죄판결을 면한다. 이후 당대 최고 작가라는 명성과 함께, 현실을 외면하고 꿈과 이상만을 좇는다는 의미의 '보바리슴'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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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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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녀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속내 이야기를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뜬구름처럼 변화무쌍하고 바람처럼 회오리치는 이 알 수 없는 불안을 뭐라고 표현한단 말인가? 그녀는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따라서 기회도, 용기도 없었다.

그렇더라도 만약 샤를르가 마음만 기울였더라면, 그것을 짐작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만약 단 한번이라도 그의 눈길이 엠마의 생각에 닿았더라면, 마치 손만 뻗치면 과수장에서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돌연 무진장으로 솟구치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으리라. 그러나 그들 생활의 친밀감이 더해질수록 내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녀를 남편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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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왔다. 배나무에 꽃이 피고 첫 더위가 시작될 무렵 그녀는 숨이 답답해지는 증세를 느끼곤 했다.

칠월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녀는 당데르빌리에 후작이 어쩌면 또다시 보비에사르에서 무도회를 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시월 달이 되려면 이제 몇 주일이 남았는가를 손꼽아 세었다. 그러나 구월이 다 가도록 편지도 방문도 없었다.

그 같은 실망에서 온 고통이 지나가자 그녀의 마음은 다시 허전해졌다. 그러고는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 또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날들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수도 없이, 이렇게 열을 지어 지나갈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생활은 아무리 평범해도 적어도 어떤 사건이 일어날 기회는 있다. 때로는 우연한 일이 실마리가 되어 무한한 변화가 일어나고 주변의 환경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느님의 뜻인 것이다! 미래는 일종의 캄캄한 복도였고, 그 끝에 나 있는 문은 꽉 잠겨 있었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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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하고 로돌프가 말을 덧붙였다. “세상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본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아마?”

“어째서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럴 수밖에요!”하고 그는 말했다. “세상에는 끊임없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영혼이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들에게는 꿈과 행동이, 가장 순수한 정열과 가장 격렬한 쾌락이 번갈아 가며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온갖 종류의 변덕과 광기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별난 나라들을 두루 돌아다니다 온 나그네를 바라보듯이 그를 쳐다보고 나서 말을 받았다.

“우리 불쌍한 여자들에게는 그런 기분 전환조차도 없는걸요!”

“한심한 기분 전환이지요. 그걸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행복이라는 게 정말로 얻어지는 걸까요?”하고 그녀는 물었다.

“그럼요. 언젠가는 얻어집니다.”하고 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이야말로 여러분들이 깨달으신 바입니다>하고 참사관이 말했다. <농민과 농촌 노동자 여러분, 순전한 문명 과업에 몸바치시는 평화적 개척자 여러분! 진보와 도덕의 주체이신 여러분! 여러분은 정치적인 폭풍우가 불순한 기후보다도 한결 더 무서운 것임을 잘 알고 계신다 이 말씀입니다......>

“언젠가는 얻어집니다”하고 로돌프는 되풀이했다. “언젠가, 절망에 빠져 단념하고 있을 대, 돌연 말입니다. 그때 지평선이 열리면서 <자, 행복이 여기 있다!>하고 외치는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신의 지나온 생애를 고백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입니다! 설명도 필요없이 서로를 직감합니다. 서로가 꿈속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토록 찾았던 보석 같은 그가 바로 여기,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빛을 발합니다. 불꽃을 튀깁니다. 그래도 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아 감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밝은 빛 속에 나선 것처럼 눈이 부신 것입니다.” (P208-209)


“그만두세요! 정열을 반대해야 할 까닭이 어디 있습니까? 정열이야말로 이 지상에 있는 유일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웅적인 행동과 감격, 시, 음악, 예술 그 밖의 모든 것의 원천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역시 어느 정도는 세상의 여론을 따르고 그 도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죠” 하고 엠마가 말했다.

“아! 도덕에도 두 가지가 있거든요”하고 그는 반박했다. “하나는 편협한 도덕, 인간들끼리의 상투적인 도덕, 끊임없이 변하고 너무나 큰 소리로 고함치는, 저기 모인 바보들의 집단처럼 속된 도덕입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영원한 것으로 우리들을 에워싸고 있는 풍경과도 같이, 또 우리들을 비춰주는 창공과도 같이, 우리들의 주변에 있고 또 우리들 위에 있는 것입니다.” (P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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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情夫 로돌프]

<당신은 자신의 결심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해 보셨는지요? 불쌍한 천사여, 내가 당신을 끌어들이려 했던 심연이 어떤 것인지 알기나 하십니까? 모르시지요? 당신은 행복과 미래만 믿고 완전히 마음을 맡긴 채 분별도 없이 걸어나갔던 것입니다..... 아, 우리들은 불행했어요! 무모했어요!> (P292)


<세상은 잔인합니다. 엠마. 우리들이 어디엘 가더라도, 그 세상이 우리를 쫓아다닐 겁니다. 당신은 뻔뻔스런 질문, 중상, 경멸, 그리고 아마도 모욕까지 받게될 테지요. 당신이 모욕을 받다니! 아! 나는 당신을 옥좌에 모셔놓고 싶은데! 당신의 추억을 마스코트처럼 안고 떠나고 싶은데! 당신이 나한테서 받은 모든 고통의 벌을 받으려고 나는 먼 곳으로 사라지려 하니 말입니다. 나는 떠납니다. 어디로요? 나도 모릅니다. 미친 짓입니다! 안녕히! 언제나 착한 마음 변치 말아주십시오! 당신을 잃은 불행한 인간의 추억을 간직해 주시기를. 당신의 아이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주십시오. 기도할 때 그 이름을 다시 불러줄 수 있도록> (P29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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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情夫 레옹]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번도 행복했던 적도 없었다. 인생에 대한 이런 아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지하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썩어 무너지고 마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그러나 만일 어디엔가에 강하고 아름다운 한 존재가, 열정과 세련미가 가득 배어 있는 용감한 성품이, 하프의 낭랑한 현을 퉁기며 하늘을 향해 축혼의 엘레지를 탄주하는 천사의 모습을 한 시인 같은 마음이 존재한다면 그녀라고 운 좋게 그를 찾아내지 못하라는 법이야 있겠는가? 아! 턱도 없는 일! 사실 애써 찾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다 거짓이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저주가, 쾌락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금속성의 목쉰 소리가 공중에 길게 끌리며 수도원의 종탑에서 종소리가 네 번 울렸다. 네시! 그러자 엠마는 자기가 그 벤치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줄곧 앉아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무수한 군중이 작은 공간에 들어차듯이 무한한 정념도 단 한순간 속에 담길 수가 있는 법이다. (P410)


<이십사 시간 내에> ---- 어쩌란 말인가? <총액 팔천 프랑을 지불할 것> 다시 그 뒤에는 이런 말까지 있었다. <모든 법적 조치, 특히 가구 및 의류의 차압에 의하여 강제집행함>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이십사 시간 뒤라면 바로 내일인 것이다! 필시 뢰르가 또 으름장을 놓느라고 하는 짓일 거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대번에 그의 모든 술책이며 그 친절 뒤에 숨은 목적을 간파한 것이었다. 금액이 터무니없이 불어난 것 자체가 엠마를 오히려 안심시켰다.

사실 그 동안 물건을 사고 나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빚을 져서 어음을 쓰고 그러고는 다시 그 어음을 다른 어음으로 바꾸다보니 새 지불기일이 될 때마다 금액이 불어나서 결국 그녀는 뢰르에게 한밑천 톡톡히 만들어주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투기 사업을 하려고 초조하게 기다려온 바였다.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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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 때문인지 아니면 차근차근 뒤져보는 일을 늦춤으로써 맛보는 일종의 관능적 쾌감 때문인지 샤를르는 아직도 엠마가 평소에 사용하던 자단 책상의 비밀함을 아직 열어본 일이 없었다. 어느 날 마침내 그는 그 책상 앞에 앉아서 열쇠를 돌리고 서랍의 용수철을 밀었다. 레옹에게서 받은 편지가 거기에 전부 들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 한 통까지 정신없이 읽었고, 흐느껴 울며 고함지르며 정신이 뒤집힌 광인처럼 되어가지고 모든 구석구석, 모든 가구, 모든 서랍, 벽 뒤까지도 모조리 뒤졌다. 그는 상자 하나를 발견하자 그것을 발로 밟아서 부쉈다. 쏟아져 나온 연애편지들 속에서 로돌프의 초상화가 그의 면전으로 달려들었다. (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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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샤를르는 덩굴시렁 밑의 벤치에 가서 앉았다. 얽어맨 졸대들 틈 사이로 햇빛이 흘러들어왔다. 포도 잎사귀들이 모래 위에 그림자를 그리고 있었다. 재스민 꽃이 향기를 뿜었다. 하늘은 푸르고, 만발한 백합꽃 주위에는 땅가뢰떼가 붕붕대며 날고 있었다. 샤를르는 슬픔에 잠긴 그의 심장을 부풀게 하는 그 몽롱한 사랑의 향기에 소년처럼 숨이 막혔다.

일곱시에, 그날 오후 동안 줄곧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어린 베르트가 저녁 식사 때가 되었다며 그를 부르러 왔다.

그는 뒤로 젖힌 머리를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길다란 검은 머리카락 한줌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아빠, 저녁 먹어야지!” 하고 딸은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그를 가만히 밀었다.

그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 있었다.

서른여섯 시간 뒤에 약제사의 요청으로 카니베 씨가 달려왔다. 그를 해부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팔고 나니까 십이 프랑 칠십오 상팀이 남아 어린 보바리 양이 할머니한테로 가는 여비로 쓰였다. 노부인도 그해에 죽었다. 루오 노인은 중풍에 걸렸기 때문에 어떤 친척 아주머니가 아이를 맡았다. 그녀는 가난해서 생활비를 벌도록 베르트를 방직공장에 보내서 일을 시키고 있다.

보바리가 죽은 뒤 세 사람의 의사가 차례로 용빌에 와서 개업을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곧 오메 씨가 어찌나 그들을 들볶아댔는지 남아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단골을 가지고 있다. 당국은 그를 좋게 대우해 주고 있고 여론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그는 이제 막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P5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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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를 집필하고 있는 중에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는 현대 소설사 속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다.

내가 볼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은 내가 실천에 옮겨보고 싶은 바로 무(無)에 관한 한 권의 책, 외부 세계와의 접착점이 없는 한 권의 책이다. 마치 이 지구가 아무것에도 떠받쳐지지 않고도 공중에 떠 있듯이 오직 스타일의 내적인 힘만으로 저 혼자 지탱되는 한 권의 책, 거의 아무런 주제도 없는 아니 적어도 주제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한 권의 책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은 최소한의 소재만으로 된 작품들이다. 표현이 생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휘는 더욱 생각에 밀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P512)


플로베르의 <스타일>과 결부시켜 보기 위해서 루세의 탁월한 비평문을 인용해 보겠다.

플로베르에 있어서 스타일이란 교착성의 원칙이며 동질성으로의 환원을 의미한다. 그가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최대한으로 촘촘히 그리고 고르게 짜여진 <교직>이요, 연속성이다. (......) 그가 볼 때 한 작품의 질적 우수성은 그것을 구성하는 진주들이 아니라 진주들을 한데 꿰는 실이요 단일한 운동이요 흐름이다. (.......)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연결 고리다. 강력하고 유연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 말이다. 플로베르는 무한한 정성을 다하여 각 부분을 서로 접착시키지만 접착제의 자취를 지우는 데도 그에 못지않은 정성을 다한다. (P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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