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헌 Aug 14. 2023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년

로알드 달이 원작 속에 묘사해 놓은 모든 것을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상상력으로 입체화시킨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쥬얼은 '판타지' 그 자체이다.    

 

한 번에 12톤씩 반죽이 가능한 치약 반죽기가 공수된 77만 리터로 이루어진 초콜릿 강. 초콜릿 강은 길이 55미터, 폭 12미터, 깊이가 1미터에 이른다. 촬영을 위해서 강물용 초콜릿 65만 리터와 폭포용 12만 리터 등 총 77만 리터 이상의 초콜릿을 계속 공급해야 했다. 그래서 당초 초콜릿 강으로 쓰일 물질을 외부에서 만들어 물 탱크 트럭에 실어 세트장으로 옮긴다는 계획은 계산 상 40대의 트럭이 필요했기 때문에 취소되었다. 대신 세트장 안에서 직접 제조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멘트 반죽기로는 믹싱 작업이 도저히 불가능하고, 한 번에 3, 4톤씩 반죽할 수 있는 대형 용기가 필요했다. 결국, 한 번에 12톤씩 반죽이 가능하고 2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치약 제조회사에서 사용하는 치약 반죽기를 긴급 공수해왔다. 특수효과 팀은 초콜릿의 확실한 재료 혼합 비율을 밝히진 않았지만 다만 물과 식이섬유소에 다양한 식용 색소를 섞어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다양한 조명 하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벽한 색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찰리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점심이나 저녁을 거를 때도 있었다. 그래 봐야 한창 자라는 아이에게는 충분하지 못했다. 찰리는 늘 속도 든든하고 맛도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찰리가 간절히 먹고 싶은 것은 바로..... 초콜릿이었다.

아침마다 등교길에 찰리가 지나치는 가게 진열대에는 납작한 판 초콜릿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찰리는 늘 그 가게 앞에까지 와서는 우두커니 서서 넋을 잃었다. 어느새 코는 유리창에 납작하게 붙어 버리고 입에서는 참을 수 없이 군침이 돌았다.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아이들이 주머니에서 크림이 듬뿍 든 초콜릿을 꺼내 냠냠대는 꼴을 봐야 했다.

일 년에 딱 한 번이지만 찰리도 초콜릿을 맛보는 날이 있었다. 바로 생일날이다. 온 식구가 이 특별한 날을 위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다. 그 중요한 날에 찰리는 자그마한 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 생일날 아침이면, 찰리는 초콜릿을 조심조심 작은 상자에 모셔 두고는 보물 다루듯 애지중지했다. 처음 며칠은 그저 눈으로만 맛을 보았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지면 한쪽 귀퉁이의 포장지를 보일락말락 조금만 벗겨 내서는 한 입만 살짝 베어 먹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감돌다가 은은하게 퍼져 나갈 정도로만, 다음날도 한 입만 살짝,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조금씩.......

찰리는 6페니짜리 초콜릿 선물을 한 달에 걸쳐 아껴 먹었다.            (P11)     

찰리네 마을에, 그것도 찰리네 집에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곳에 어마어마하게 큰 초콜릿 공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녕 ‘어마어마한’ 정도가 아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바로 그 ‘윙카의 공장’이었다! 이 공장의 주인인 윌리 윙카 씨는 초콜릿 분야에서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위대한 발명가이며 생산업자였다. 엄청난 중에도 제일 엄청나고, 멋진 중에도 제일 멋진 그 윙카의 공장. 윙카의 공장 입구에는 커다란 철제문이 떡 버티고 있고, 높다란 담이 공장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풍풍 나오고 건물 안에서는 윙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공장 담 너머 사방 800미터까지 진한 초콜릿 향기가 풍겼다.       (P12)     

저 윌리 윙카는 다섯 명의 어린이에게 --딱 다섯 명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올해 안에 우리 공장을 견학시켜 드립니다. 이 행운의 다섯 어린이들에게 공장을 보여 주고,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우리 공장의 모든 제조비법과 신기한 기술을 보여 드립니다. 또 공장 견학을 마친 후 이 어린이들에게 평생 먹을 수 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기념품으로 드립니다! 이 행운의 황금빛 초대장을 잘 찾아보세요! 초대장은 금색 종이에 인쇄해서 초콜릿 포장지 밑에 숨겨 놓았습니다.            (P25)     

날씨가 추워지면 이상하게 식욕이 왕성해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한 고깃국이나 따끈따끈한 사과파이같이 추위도 이기고 맛도 좋은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원하는 걸 거의 다 먹을 수 있는 우리는 자신이 깨닫고 있는 것보다 훨씬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찰리네 가족은 그렇지 못했다. 찰리는 어쩔 줄을 모르게 심한 허기를 느꼈다. 생일날 받은 초콜릿과 조 할아버지가 사 준 초콜릿은 조금씩 아껴 먹었는데도 바닥이 난 지 오래였고, 하루 세 끼를 멀건 양배추 죽으로 때웠다.               (P46-47)    

 

찰리는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뚱뚱보 주인이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황금빛 초대장이다! 네가 황금빛 초대장을 찾았구나! 그 마지막 초대장을 찾았어! 여기들 봐요, 믿어져요? 이 아이가 하나 남은 윙카의 황금빛 초대장을 찾았다니까요. 여기요! 이 아이 손에 들려 있잖아요!”                  (P54)     

"자, 좋아요. 읽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황금빛 초대장을 발견하신 행운의 주인공께 윌리 윙카가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멀리서나마 따뜻한 악수를 청합니다! 여러분 앞에는 이제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 5명을 하룻동안 우리 공장에 손님으로 초대합니다. 제가 직접 공장을 안내해 드리면서 여러 가지 구경거리를 보여 드릴 겁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실 때는 대형트럭이 호위를 할 겁니다. 트럭에는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가득 실어 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간식이 떨어지면 언제든 공장으로 오십시오. 초대장을 보여 주시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평생 동안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방문하시는 날 겪을 신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 더욱 놀랍고 멋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러분이 때로는 어리둥절하고 깜짝 놀라 당황하실지도 모르는 신비하고 놀라운 일을 말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들일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자, 여기 지시사항이 있습니다! 제가 정한 방문날짜는 바로 2월 초하루입니다. 이 날만입니다. 다른 날은 절대로 안 됩니다. 아침 정각 10시에 공장 정문으로 오십시오. 시간을 꼭 지켜 주십시오. 늦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을 보살펴 주고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때 도와 줄 가족 한두 명이 같이 와도 좋습니다. 아, 또 한 가지, 반드시 초대장을 가져와야 합니다.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습니다. 윌리 윙카.’“                        (P60-61)     

신비하고 놀라운 유리 엘리베이터는 이제 마을 하늘 위를 높이 맴돌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윙카 씨가 말했다.

“난 초콜릿 공장에 대단한 애정을 갖고 있단다.”

윙카 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윙카 씨는 찰리에게 물었다. 

“너도 우리 공장이 맘에 들지, 찰리?”

“오. 그럼요.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곳이에요.”

윙카 씨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 윙카 씨는 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니 아주 기쁘구나.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다. 왜 내가 기쁜지 이유를 말해 주마.”

윙카 씨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갑자기 윙카 씨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얘야, 난 이 공장을 전부 너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단다. 공장을 스스로 꾸려 나갈 만한 나이가 되면 공장은 몽땅 네 차지가 되는 거야.”

찰리는 어안이벙벙해 윙카 씨를 쳐다보았다. 조 할아버지는 뭐라고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윙카 씨는 환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정말이야. 정말 너에게 준다니까, 괜찮지?”

조 할아버지는 기가 찼다. 

“이 아이에게 준다고요? 농담도 심하시군요.”

“농담이 아닙니다. 어르신. 전 제 평생 이렇게 진지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왜요? 왜 당신 공장을 하필이면 이렇게 어린 우리 찰리에게 주려는 겁니까?”

“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어르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습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전 자식도 없고 가까운 친척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앞으로 더 나이를 먹어 더 이상 공장을 꾸려 나갈 수 없게 되면 누가 이 공장을 꾸려 나가겠습니까? 누군가는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움파룸파 사람들을 위해서라도요. 제 말씀을 들어 보세요. 저 대신 이 공장을 떠맡으려는 약아빠진 사람들은 수천 명도 넘을 겁니다. 하지만 전 그런 사람들은 원치 않습니다. 어른들은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겠죠. 제가 해 오던 방식이 아니라 자기 방식을 고집할 거예요. 그래서 전 어린아이를 찾아 내야 했지요. 마음씨 착하고 생각도 깊은 어린이가 필요합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모든 귀중한 비법을 알려줄 만한 그런 아이요.”                    (P185-186)      


이전 02화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