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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Nov 13. 2023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영화 <노틀담의 꼽추> 1956년

영화 <노틀담의 꼽추>(1923), <노틀담의 꼽추>(1939), <노틀담의 꼽추>(1982)    

 

'노틀담의 꼽추'로 더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1831년 발표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 '파리의 노트르담'은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벌이는 사랑과 질투, 증오와 연민의 사건을 통해 집필 당시인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에서 180년 전에 완성된 프랑스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이다. 잔 다르크의 명예회복 재판과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린 이곳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의 배경이다. 2019년 4월 15일 파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성당은 첨탑과 주 지붕을 잃었다. 노트르담의 화재에 관련한 영화로, 장자크 아노 감독의 <불타는 노트르담>이 있다.      

[1]

“파리의 시민, 양반 여러분,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지 나는, 젠장맞을, 알 수가 없소. 저기 저 구석 연예대 위에서 사람들이 싸우려는 것 같아 보이는데, 바로 저것이 여러분의 소위 ‘연극’이라고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지만, 재미가 없소. 저들은 혓바닥으로 싸우고 있는데,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소. 벌써 15분 전부터 이제나 저제나 구타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욕설만 가지고 서로 뜯고 할퀴는 자는 비겁한 놈들이오. 런던이나 로테르담에서 씨름꾼들이라도 불러올 걸 그랬소. 그랬더라면, 정말이지, 저 광장까지도 소리가 들리는 주먹질을 여러분은 보셨을 것이오. 하지만 저치들은 불쌍하오. 저치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무어식 춤이나 무슨 가장무도라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이건 내가 들은 얘기하곤 다릅니다. 사람들이 내게 약속한 건 교황을 선출하는 광인절이었소. 강에서도 우리의 광인 교황이라는게 있는데, 이것에선 우리도 결코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단 말이오. 젠장맞을! 우리는 그걸 이렇게 한다오. 지금 여기서처럼 대중이 모입니다. 그런 뒤에 각자 차례로 구멍으로 대가리를 내놓고 남들에게 상을 찌푸려 보이는 거요. 가장 추악하게 찡그린 낯바닥을 하는 자가 만인의 갈채를 받아 교황으로 뽑히는 것이오. 아시겠소? 무척 재미있지요. 여러분, 우리 나라 식으로 교황을 뽑아보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저 수다를 듣는 것보다는 덜 지루할 거요. 저들도 채광창에 와서 낯짝을 찌푸리고 싶다면 놀이에 참가해도 좋겠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 여러분? 여기 충분히 기괴망측한 남녀의 견본이 있으니 모두들 플랑드르식으로 웃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찌푸린 상을 기대하기에 족할 만큼 추악한 얼굴들을 하고 있소.”            (P89-90)    

 

아니, 오히려 그의 몸 전체가 찌푸린 상이라 하겠다. 붉은 머리털이 곤두선 커다란 대갈통. 그 반동이 앞에서도 느껴지는 두 어깨 사이의 어마어마한 곱사등, 이상야릇하게 뒤틀려서 무릎에서밖에는 서로 닿지 않고 앞에서 보면 자루에서 합쳐진 반원형 낫의 두 반달처럼 생긴 허벅지와 다리의 조직, 커다란 발, 괴물 같은 손. 이 모든 기형과 더불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힘세고 날쌔고 씩씩한 걸음걸이. 힘도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조화에서 생겨나기를 바라는 저 영원한 법칙의 기이한 예외였다. 광인들이 지금 막 떠받든 교황은 바로 그러했다. 

마치 부서진 거인을 서투르게 다시 맞추어놓은 것 같았다. 땅딸막하고, 몸집이 거의 키만큼이나 크고, 어느 위인의 말마따나, ‘밑바닥부터 떡 벌어진’ 일종의 외눈박이 거인이 예배당 문 앞에 나타나 꿈쩍 않고 서 있을 때, 반은 붉고 반은 자줏빛인, 은빛 종루 무늬가 들어 있는 그의 외투를 보고, 특히 그의 완전무결한 추악함으로 보고, 천민들은 그를 당장 알아보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종지기 카지모도다! 노트르담의 꼽추 카지모도다! 애꾸눈이 카지모도다! 앙가발이 카지모도다! 얼씨구절씨구!”              (P98-99)     


재판소에서 그레브에 이르는 길에 카지모도의 추악한 슬픈 얼굴이 어느 정도로 자랑스러움과 행복감으로 반짝이게 되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는 여태껏 모욕과 제 처지에 대한 경멸과 제 몸에 대한 혐오감밖에 몰랐다. 그러므로 그는 아무리 귀머거리라 할지라도, 제가 미움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에 저 역시 미워하는 그 군중의 박수갈채를 진짜 교황처럼 즐기고 있었다. 그의 백성이 미치광이들과 병신들과 도둑들과 비렁뱅이들의 떼거리라 할지라도 무슨 상관이냐! 아무튼 그들은 백성이고 그는 군주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 모든 아이러니컬한 환호를, 그 모든 우롱 섞인 존경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군중의 존경과 환호 속에는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도 약간 섞여 있었다는 것을 말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왜냐하면 이 꼽추는 실팍졌으니까. 이 앙가발이는 날쌨으니까. 이 귀머거리는 심술궂었으니까. 이 세 가지 특징이 조롱을 완화시켰던 것이다.             (P134)     


당시 파리의 모든 광장이 그러했듯이, 그것은 포석도 제대로 깔리지 않은 고르지 못한 널따란 광장이었다. 불이 여기저기서 타고 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기이한 떼거리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왔다 갔다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웃음소리, 어린애들의 울음소리,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군중의 손들이며 머리들이 환히 빛나는 배경 위에 새카맣게 드러나 온갖 괴이한 몸짓을 그려내고 있었다. 불빛이 일정치 않은 커다란 그림자에 섞여서 흔들리는 땅 위로 때때로, 사람 같은 개 한 마리가 지나가는가 하면, 개 같은 사람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족과 종(種)의 한계가 이 도시에서는 마치 악마의 소굴에서처럼 사라진 것 같았다. 남자도, 여자도, 짐승도, 연령도, 성(性)도, 건강도, 병도, 모든 것이 이 족속 사이에서는 한가지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섞이고 합쳐지고 겹쳐지고 함께 어울려 있었다.                (P159)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아직 오늘날에도 장엄하고 숭고한 건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늙어가면서도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초의 돌을 놓은 샤를마뉴와 최후의 돌을 놓은 필리프오귀스트에 대한 경의를 저버리고, 세월과 인간들이 동시에 이 존경할 만한 건축물에 가한 무수한 풍화와 훼손 앞에서 한숨을 쉬지 않고 분개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P203)     

       

파리는, 누구나 알다시피, 하나의 요람과 같은 꼴을 하고 있는 시테라는 옛 섬 안에서 태어났다. 이 섬의 모래사장은 파리의 최초의 성벽이요, 센 강은 최초의 해자였다. 파리는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다리와, 성문이자 동시에 요새이기도 했던 우안의 그랑 샤틀레와 좌안의 프티 샤틀레, 이 두 개의 교두보를 가지고 수백 년간 섬의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첫 왕가의 역대왕 이후, 섬 안이 너무 비좁아 몸을 돌릴 수 없게 되자 파리는 물을 건넜다. 그러자 그랑 샤틀레를 넘어서고 프티 샤틀레를 넘어서서, 담과 탑으로 된 최초의 성이 센 강의 양쪽에서 들판을 베어 먹기 시작했다. 전 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이 옛 울타리의 자취가 약간 남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추억밖에 남지 않아, 여기저기 전설이 있고, Porta Bagauda이 있을 뿐이다.              (P221-222)     


파리의 이 커다란 세 부분은 각각 하나의 도시였지만, 너무나도 특수하여 홀로 완전할 수 없는 도시, 다른 두 도시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하나의 도시였다. 그러므로 제각기 판이한 세 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시테에는 성당이 많았고, 장안에는 저택이 많았고, 대학에는 학교가 많았다. 옛 파리의 부차적인 특이성과 도로 관리권의 변덕을 무시하고 말한다면, 일반적인 관점에서 구역 관할의 혼돈 속에 총체적인 것만을 들어, 섬은 주교의 소관이요, 우안은 행정 장관의 소관이요, 좌안은 대학 총장의 소관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P225)  

   

다시 파리와 15세기로 돌아가자.

그것은 당시 하나의 아름다운 도시였을 뿐만 아니라, 동질적인 도시, 중세의 건축적 역사적 산물이요, 돌의 연대기였다. 그것은 단지 두 개의 층, 즉 로마네스크 층과 고딕 층만으로 형성된 도시였다. 왜냐하면 로마의 층이 아직도 중세의 두꺼운 껍질을 꿰뚫고 있는 율리아누스의 ‘목욕탕’을 제외하고는, 로마의 층은 오래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켈트의 층으로 말하자면, 우물을 파도 이미 그 견본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오십 년 후, 르네상스가 도래하여 그토록 엄격하면서도 다양한 통일성에다, 그것의 상상과 방식에 의한 산물들의 눈부신 사치를, 그것의 로마식 반원 홍예와 그리스식 원기둥과 고딕식 편원 홍예의 풍성함을, 그토록 부드럽고 이상적인 조각을, 아라베스크 및 아칸서스 잎 장식에 의한 특수한 취미를, 그리고 루터 시대의 그 이교적 건축술을 뒤섞어 놓았을 때, 파리는 보기와 생각하기에는 덜 조화로웠을지라도, 아마 더욱더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찬란한 시기는 조금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르네상스는 공평하지 않았으며, 건축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무너뜨리고자 하였다. 르네상스에 장소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고딕 건축의 파리는 일순간밖에는 완전하지 못했다. 생 자크 드 라 부슈리를 완성하자마자 낡은 루브르 궁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P252-253)     


그런데 현재의 파리는 아무런 공통성도 없다. 그것은 여러 시대의 견본들의 집합체인데,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수도는 가옥들로만 커져가고 있거니와, 무슨 가옥들이 그 모양인가! 파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오십 년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파리의 건축물의 역사적 의의는 날마다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기념적인 대건축물들은 더욱더 드물어져가고, 집들 속에 잠겨서 차츰 삼켜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선조는 돌의 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자손은 회반죽의 파리를 갖게 될 것이다.              (P256)     


그토록 증오와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던 그 불쌍한 어린 피조물에 그가 다가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 비통함, 그 기형, 그 버림받음, 어린 동생에 대한 생각,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사랑하는 어린 장도 역시 저렇게 비참하게 업둥이의 널빤지 위에 던져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현 듯 그의 머리에 떠오른 환상, 이러한 모든 것이 한꺼번에 그의 가슴속에 밀어닥치고, 몹시 측은한 생각이 마음속에 움직여서, 그는 그 어린애를 가져갔던 것이다. 

그가 이 어린애를 자루에서 꺼내 보니 과연 그것은 이만저만한 기형아가 아니었다. 이 가엾은 어린애는 왼쪽 눈 위에 무사마귀가 하나 있고, 머리는 양어깨 속으로 들어가 있고, 등뼈는 활처럼 휘었고, 가슴뼈는 툭 불거져 나왔고, 다리들은 비틀려 있었으나, 그것은 살아 있는 것 같았으며, 무슨 말을 더듬거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지르는 소리는 어떤 힘과 건강을 나타내고 있었다. 클로드의 동정심은 그 추악함으로 말미암아 더해졌으며, 장래에 어린 장이 어떠한 과오를 범하더라도 그를 위해 행한 이 적선이 그의 곁에 머물러 있도록, 그는 자기 동생을 위해 이 아이를 기를 것을 가슴속으로 맹세하였다. 그것은 그가 어린 동생의 머리 위에 하는 일종의 선행의 투자였고, 어린 괴짜가 훗날 천국의 통행세 납부처에서 영수하는 돈, 그 유일한 돈이 떨어졌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부터 그에게 쌓아 놓아주고 싶었던 선행의 무임 수송품 같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양자에게 영세를 주고 카지모도 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것은 그로써 자기가 그를 주운 날을 나타내고 싶었거니와, 그러한 이름으로 이 가엾은 어린 생물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얼마나 생기다 만 것이었는지를 특징짓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사실, 애꾸눈이요 곱사등이요 앙가발이인 카지모도는 대충 생기다 만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P279-280)    

 

'이것이 저것을 죽이리라. 책이 건물을 죽이리라.‘라는 부주교의 수수께끼 같은 말 아래 숨어 있는 사상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내가 잠시 여기서 걸음을 멈추는 것을 여성 독자 여러분은 용서해 주기 바란다. 

내 판단으로는, 그 사상에는 두 가지 면이 있었다. 그것은 챗째 신부로서의 사상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요인, 인쇄물에 대한 성직의 공포였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빛나는 인쇄기에 대한 성직자의 두려움과 경탄이었다. 그것은 인쇄된 말에 놀라는 강단과 수사본이요. 구두의 말과 필기의 말이었다. 천사 레지옹이 600만의 날개를 펴는 것을 보는 참새의 당황과도 비슷한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해방된 인류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벌써 듣고, 미래에 지성이 신앙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여론이 믿음의 자리를 빼앗고, 세계가 로마를 뒤흔드는 것을 보는 예언자의 외침이었다. 인쇄기에 의해 발산된 인류의 사상이 신정(神政)의 그릇에서 증발하는 것을 보는 철학자의 예언, 청동의 파성추를 살펴보고 ‘탑이 무너지리라’고 말하는 군인의 공포. 그것은 하나의 힘이 바야흐로 다른 힘을 이어받으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인쇄기가 성당을 죽이리라’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P332-333)         

“그대가 우리들 앞에 기소된 것은 첫째는 야간에 난동을 하였고, 둘째는 유녀의 몸에 폭력을 가하였고, in praejudicium meretricis(창녀에게 가해를 하였고), 셋째는 국왕 폐하의 친위대 헌병들에게 반항하고 불손하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점에 관하여 그대의 의견을 진술하라. 서기, 피고인이 지금까지 말한 것을 다 기록하였는가?”

공교롭게도 그런 질문이 나오자, 서기부터 방청객들까지 폭소가 터졌는데, 그 폭소가 하도 격렬하고, 하도 걷잡을 수 없고, 하도 잘 퍼져 나가고, 하도 널리 장내를 가득 채웠는지라, 두 귀머거리도 알아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지모도는 경멸하듯이 제 곱사등을 들먹거리면서 돌아보았고, 한편 그와 마찬가지로 놀란 플로리앙 나리는, 그가 어깨를 들먹거린 것으로 보아 구경꾼들의 웃음이 피고인의 어떤 무엄한 대답으로 인하여 유발된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분노하여 그를 힐책하였다. 

“요런 고얀 놈 봤나, 네가 지금 한 대답은 교수형을 받아 마땅하렷다! 그대가 지금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는가?”                (P371) 

    

“물 좀 줘!” 카지모도는 헐떡거리면서 세 번째로 되풀이했다. 이때 그는 천민이 옆으로 비켜서는 것을 보았다. 이상야릇한 옷차림을 한 아가씨 하나가 군중 속에서 나왔다. 그 여자 뒤에는 금 뿔이 달린 흰 새끼 염소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조그만 탬버린 하나가 쥐여 있었다. 

카지모도의 눈이 빛났다. 그것은 간밤에 그가 겁탈하려 했던 집시 여자였으니, 바로 이 순간에 사람들이 자기를 벌하는 것은 그 급습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고, 그가 벌을 받는 것은 불행히도 단지 그가 귀머거리이기 때문이고 귀머거리한테서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 역시 자기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는 것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자기를 치려고 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과연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사닥다리를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분노와 원통으로 그는 숨이 막혔다. 죄인 공시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만약 그의 눈에서 튀는 번갯불이 벼락을 칠 수 있었다면 이 이집트 아가씨는 죄인 공시대 위에 채 올라오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리라.

그녀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에게서 벗어나려고 공연히 몸을 비틀고 있는 수형자에게 다가가, 허리띠에서 물통을 풀어 그 가엾은 사나이의 바짝 마른 입술에 가만히 가져갔다. 

그러자 그때까지 그토록 말라 불타고 있던 눈 속에 커다란 눈물방울 하나가 돌더니, 오랫동안 절망으로 굳어져 있던 보기 흉한 얼굴을 따라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이 불우한 사나이가 난생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으리라.          (P432-433)   

         

[2]

종들이 매달려 있는 높은 칸에 이르러 카지모도는 슬픈 듯이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그 여섯 개의 종을 한참 바라다보았는데, 마치 그의 가슴속에서 종들과 그 사이에 끼여 들어온 어떤 낯선 것을 슬퍼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종들을 흔들었을 때, 주렁주렁 매달린 종들이 그의 손 아래서 움직이는 것을 느꼈을 때, 마치 가지에서 가지로 뛰어다니는 새처럼 퍼덕거리는 옥타브가 그 음계 위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것이 들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 악마 같은 음악이, 한 다발의 찬란한 스트레타와 바이브레이션과 아르페지오를 흔들어대는 악마가 이 가엾은 귀머거리를 사로잡았을 때, 그는 또다시 행복해져서 모든 것을 잊었으며, 상쾌해진 그의 가슴은 그의 얼굴을 활짝 피어나게 했다.           (P52)     


신부는 그를 보고, 품속에 감추고 있던 단도의 끝을 손가락 끝으로 찔러보았다.

“페뷔스,” 보헤미아 아가씨는 자기 허리띠에서 중대장의 끈질긴 손을 살그머니 떼어내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친절하신 분이에요. 관대하신 분이에요. 아름다운 분이에요. 당신은 저를 살려내 주셨어요. 떠돌이 생활 속에 타락한 가련한 계집애에 불과한 저를 말이에요. 저는 오래전부터 제 목숨을 구해 주는 장교를 꿈꾸고 있었어요. 당신을 알기도 전에 제가 꿈꾸고 있었던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나의 페뷔스. 제 꿈은 당신과 같은 아름다운 제복이었고, 늠름한 풍채였고, 긴 칼이었어요. 당신 이름은 페뷔스, 아름다운 이름이에요. 저는 당신의 이름을 사랑해요. 당신의 긴 칼을 사랑해요. 그러니까, 페뷔스. 당신 칼을 빼서 제게 좀 보여주세요.”        (P116)     


별안간, 페뷔스의 머리 위로, 그녀는 또 하나의 머리를, 영벌을 받은 사나이의 눈을 한, 창백하고 새파란, 경련하는 얼굴 하나를 보았다. 그 얼굴 옆에는 단도를 쥔 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신부의 얼굴과 손이었다. 그는 문을 부수고 거기에 와 있었던 것이다. 페뷔스는 그를 보지 못했다. 처녀는 그 무시무시한 유령 아래 꼼짝 않고 일어서 말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흰꼬리수리가 동그란 눈으로 제 보금자리 속을 들여다볼 때 머리를 쳐드는 비둘기와도 같이.

그녀는 고함 한번 지르지도 못했다. 그녀는 단도가 페뷔스 위로 내려왔다가 김을 뿜으면서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이런 망할 것 같으니!” 하고 중대장은 말하면서 쓰러졌다. 

그녀는 까무러쳤다. 

그녀의 눈이 감기고, 모든 감각이 그 여자 안에서 흩어져가고 있을 때, 그녀는 자기 입술에 불같이 뜨거운 것이 닿는 것을, 망나니의 불에 달군 쇠보다도 더 뜨거운 키스가 떨어지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녀는 야경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사람들은 자기가 흘린 피에 잠긴 중대장을 떠메어 갔고, 신부는 사라져버리고 없었고, 강 쪽으로 나 있는 방 안쪽의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며, 장교의 것으로 추측되는 망토 하나를 사람들이 주웠는데, 그녀는 자기 주위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중대장을 단도로 찌른 건 마녀다.”         (P124-125)     

“소녀여, 그대는 마술에 종사한 보헤미아족이다. 그대는 지난 3월 29일 밤에 이 공판에 연루된, 마술에 홀린 염소와 공모하고, 주문과 의식을 통해 악마들의 협력을 얻어서, 친위 헌병대의 중대장 페뷔스 드 샤토페르를 단도로 찔러 상해하였다. 그대는 계속 부인하겠는가?”

“아이고, 끔찍해라!” 처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외쳤다. “나의 페뷔스! 오! 이건 지옥이에요!”

“그대는 계속 부인하겠는가?” 재판장은 차갑게 물었다. 

“부인하고말고요!” 그녀는 무서운 어조로 말하면서 일어섰는데, 그녀의 눈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재판장은 퉁명스럽게 계속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에 대한 공소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녀는 토막토막 끊기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말했잖아요. 저는 몰라요. 그건 어떤 신부예요. 제가 모르는 신부예요. 제 뒤를 따라다니는 악마 같은 신부라고요!”

“바로 그거다!” 라고 판사는 말을 이었다. “도사 귀신이다.”

“오! 나리들! 가엾게 여겨주세요! 저는 한낱 불쌍한 계집애에 지나지 않아요.......”     (P142-143)   

  

중세에는, 하나의 건물이 완전한 경우에는, 땅속에도 바깥과 거의 같은 정도의 건물이 있었다. 노트르담처럼 말뚝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면, 궁궐이나 요새나 성당은 으레 이중의 토대가 있게 마련이었다. 대성당에는, 밤낮으로 파이프오르간과 종소리가 울리고 불빛으로 넘쳐흐르는 지상의 홀 아래에, 낮고 캄캄하고 신비롭고 빛 없고 소리 없는, 말하자면 또 하나의 지하 대성당이 있었다. 궁궐이나 성에는, 감옥이 있었고, 때로는 분묘가 있었으며, 또 때로는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다. 내가 딴 곳에서 그 형성과 ‘생장’의 방식을 설명한 바 있는 저 강대한 성들은 기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상부의 건축과 마찬가지로, 땅속에 방과 회랑과 계단 같은 형태로 뻗어가는 뿌리가 있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성당과 궁궐과 성 들은 하반신이 땅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한 건물의 지하실은 사람들이 그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또 하나의 건물이었으며, 그것은 대건축물 외부 층의 산더미 아래 지하층을 붙여놓았던 것이니, 그것은 마치 호숫가의 숲과 산 아래 호수의 물속에 거꾸로 비쳐 보이는 저 숲과 산과도 같은 것이었다.            (P159-160)     


페뷔스는 그러나 죽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란 목숨도 질긴 것이다. 국왕 특별 변호사 필리프 륄리에 나리가 가엾은 라 에스메랄다에게 “그는 죽어가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잘못 알았거나 아니면 농담으로 그랬던 것이다. 부주교가 이 사형수에게 “그는 죽었다.”라고 되풀이하여 말한 것은,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던 것이지만,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제발 그렇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기의 연적에 관해 좋은 소식을 준다는 것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리라. 누구나 그의 처지에서는 그렇게 했으리라.           (P191)   

  

부주교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서도, 그가 자기의 발가숭이 몸을 음란과 질투와 정욕으로 번쩍거리는 눈으로 훑어보는 것을 그녀는 보았다. 그런 뒤에 그는 그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그대는 그대의 잘못과 무신앙에 관해 하느님께 용서를 빌었는가?” 그는 그녀의 귀에 몸을 기울이고 덧붙였다.(구경꾼들은 그가 그녀의 마지막 참회를 받는 줄 알고 있었다.) “넌 나를 원하느냐? 난 아직도 너를 살려낼 수 있다!”

그녀는 그를 쏘아보았다. “가라, 악마야! 그러지 않으면 널 고발하겠다.”

그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네 말을 곧이 듣지 않을 거다. 그건 하나의 범죄에 하나의 추문을 덧붙이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거다. 빨리 대답해라! 넌 나를 원하느냐?”

“넌 내 페뷔스를 어떻게 했느냐?”

“그는 죽었다.” 신부는 말했다.              (P211)     

카지모도는 현관 대문 아래서 발을 멈추었다. 그의 널따란 발은 육중한 로마네스크의 원기둥처럼 성당의 포석 위에 단단히 버티고 서 있었다. 머리털이 더부룩한 그의 커다란 머리는 갈기만 있고 목은 없는 사자 머리처럼 어깨 속에 쑥 들어가 있었다. 그는 팔딱거리는 처녀를 하얀 휘장처럼 손에 드리워 쥐고 있었으나, 매우 조심스러워서, 행여나 그녀를 부서뜨릴까 봐 또는 시들게 할까 봐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것이 섬세하고 미묘하고 소중한 것이어서,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손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는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때때로 그는 그녀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는 듯한, 숨결만으로도 접촉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하였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그는 그녀를 품 안에, 그 울룩불룩한 가슴에 꼭 껴안았다. 자기의 재산처럼, 자기의 보물처럼, 마치 이 소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했을 것 같이, 그의 난쟁이 눈으로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애정과 고통과 연민으로 그녀를 담뿍 적시고, 갑자기 그 번쩍이는 눈을 쳐들었다. 그러자 여자들은 웃고 울고 하였고, 군중은 열광하여 발을 둥둥 굴렀다. 왜냐하면, 그 순간 카지모도는 진정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그는 아름다웠다. 그는, 이 고아는, 이 업둥이는, 이 허섭스레기는, 그는 자신이 존엄하고 굳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쫓겨나 있는, 그리고 지금 자기가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는 그 사회를, 자기가 그 먹이를 빼앗은 인류의 법을, 공연히 헛다리만 짚게 된 그 모든 잔인한 인간들을, 그 경관들을, 그 법관들을, 그 망나니들을, 자기가, 미미한 자기가 하느님의 힘으로 방금 분쇄해 놓은 그 모든 국왕의 힘을, 자기 앞에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감격적인 것이었다. 그토록 추악한 인간으로부터 그토록 불행한 인간 위에 떨어진 그 보호는, 카지모도에게 구출된 여사형수는, 그것은 자연과 사회의 두 극단적인 비참이 상통하고 상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P217-218)     


그는 자기 마음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모든 증오를, 자신의 모든 악의를 휘저어 보고,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와 같은 냉철한 눈으로 그 증오는, 그 악의는 부패한 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모든 미덕의 원천인 이 사랑은 신부의 가슴속에서는 끔찍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와 같이 생긴 인간은 신부가 됨으로써 악마가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은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그 부식적이고 유독하고 증오에 넘친, 빙탄 같은 사랑의 가장 끔찍한 면을 생각하고는 다시 창백해졌다. 

그런 뒤에, 페뷔스는 아직도 살아 있다. 결국 중대장은 살아가고 있다. 쾌활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호화로운 군복을 입고 있고, 새로운 정부가 생겨서 옛 정부가 교수형을 당하는 것을 구경하러 같이 데리고 다니다. 하는 생각을 하고, 그는 또다시 웃었다. 자기가 죽기를 바랐던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가 미워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인 이집트 아가씨만이 오직 자기가 과녁을 맞힌 단 하나의 여인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는 더욱 더 쓴웃음을 지었다.                 (P225)     


중세에는, 그리고 루이 12세 때까지는 모든 도시가, 프랑스의 모든 도시가 저마다 피신처를 가지고 있었다. 이 피신처들은 도시에 범람하고 있던 형법과 야만적인 사법권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사법 수준 위에 우뚝 솟하 있던 일종의 섬들과도 같았다. 거기에 닿는 죄인은 누구나 구제되었다. 교외에는 교형장과 거의 같은 수효의 피신처가 있었다. 그것은 형벌의 남용에 대한 면죄의 남용인바, 이 두가지 폐단은, 서로 견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임금의 궁전과 제후의 저택, 그리고 특히 성당들은 면죄권이 있었다. 때로는 인구를 불릴 필요가 있었던 어떤 도시는 그 도시 전체를 임시로 은신처로 만드는 수도 있었다. 루이 11세는 1467년에 파리를 피신처로 만들었다. 

일단 피신처 안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죄인은 불가침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걸음만 성역 밖으로 내디디면, 그는 다시 물결 속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처형과 교수대와 추락형이 은신처 주위에서 엄중히 감시하고 있었고, 배 주위의 상어들처럼 끊임없이 그들의 먹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죄수들이 수도원에서, 궁전의 계단에서, 수도원의 경작지에서, 성당의 문 아래서 백발이 되는 것을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피신처 역시 일종의 감옥이었다.               (P242-243)     

카지모도는 그 무시무시한 개미 떼들이 노트르담을 공격하여 사방팔방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였다. 사다리가 없는 자들은 고를 낸 밧줄을 가지고 있었고, 밧줄이 없는 자들은 조각물의 돋을새김을 붙잡고 기어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누더기에 매달려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얼굴들의 밀물에 대항할 길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 표독스러운 낯짝들은 분노로 번쩍거리고 있었고, 흙빛 이마빡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며, 그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 모든 찡그린 상판들, 그 모든 추악한 형상들이 카지모도를 에워싸고 있었다. 마치 어떤 다른 성당이 노트르담의 공격에, 제 성당의 고르곤들을, 개들을, 드레들을, 악마들을, 가장 환상적인 조각물들을 보내기라도 한 듯하였다. 그것은 건물 정면의 돌로 된 괴물들을 덮고 있는 산 괴물들 같았다.

그러는 동안 광장은 무수한 횃불로 총총 빛났다. 여태껏 어둠 속에 파묻혀 있던 이 어지러운 무대에 갑자기 불빛이 타올랐다. 성당 앞뜰은 반짝이며 하늘로 밝은 빛을 던지고 있었다. 높은 지붕 위에 붙은 장작불은 여전히 타오르며 멀리 도시를 밝혀주었다. 멀리 파리의 지붕들 위에 퍼진, 두 종탑의 거대한 그림자는 그 밝은 빛 속에서 널따란 어둠의 V자형을 이루었다. 도시는 동요한 것 같았다. 멀리서 경종들이 한탄하고 있었다. 거지들은 아우성치고, 숨을 헐떡거리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올라오고 있었고, 카지모도는 그토록 많은 적들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집트 아가씨를 위해 치를 떨고, 격노한 얼굴들이 자기의 회랑으로 더욱더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하늘에 기적을 빌고, 절망으로 팔을 비틀고 있었다.          (P352-354)     


올리비에는 무릎을 꿇고 냉정하게 말했다. “폐하, 마녀 하나가 폐하의 최고법원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노트르담 안으로 피신하였습니다. 민중은 폭력으로 그녀를 거기서 다시 끌어내 가려 하고 있습니다. 헌병대장과 야경대장이 폭동 현장에서 여기에 와 있으니, 만약 소신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부인할 것입니다. 민중이 공격 포위하고 있는 것은 노트르담이올시다.”

“그래!” 임금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려 와들와들 떨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트르담을! 그놈들이 저 노트르담 대성당 안의 나의 주 성모를 포위 공격하고 있다고! 일어나라, 올리비어, 너의 말이 옳다. 너에게 시몽 라댕의 자리를 주겠다. 네 말이 옳다. 놈들이 공격하는 건 바로 나다. 그 마녀는 그 성당의 보호 아래 있고, 그 성당은 나의 보호 아래 있다. 그런데 나는 법원장이 문제가 돼 있는 줄로만 믿고 있었다. 이건 나에 대한 반역이다!”     (P401-402)     


최고법원은 은신처에 대해서도 모든 재판권을 가지고 있어서, 아가씨는 노트르담의 당신 방에 있으면서도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다는 걸 아가씨는 알고 계신가요? 아! 작은 물새 트로실뤼는 악어의 아가리 속에서도 집을 짓긴 하지만요. 선생님, 달이 다시 나오는군요. 우리들이 들키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아가씨를 구출함으로써 갸륵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만약 잡히는 날에는, 임금님의 명에 의해 우리는 교수를 당할 겁니다. 아! 인간의 행위는 두 개의 손잡이로 잡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겐 상을 줄 일도 나에겐 벌을 준다. 카이사르를 숭배하는 자는 카틸리나를 비난한다.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 이런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본능의 철학, 자연의 철학을 갖고 있지요.         (P422-423)  

   

“내 딸 아녜스를 내놓아라!” 하고 귀뒬은 계속했다. “그 애가 어디 있는지 넌 모른단 말이지? 그렇다면 죽어라! 네게 말하겠다. 난 창녀였다. 내겐 어린애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누가 내게서 아기를 훔쳐 간 거다. 그건 집시 계집년들이다. 이젠 네가 죽어야 한다는 걸 너도 알렷다. 네 어미 집시 계집년이 와서 너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난 그년에게 말해 줄 테다. ‘어미야, 저 교수대를 봐라!’라고. 그게 싫거든 내 아기를 내놓아라. 그 애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 내 귀여운 딸이? 옜다. 이걸 봐라. 이게 내 딸의 신이다. 내 딸의 것이라곤 내게 이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 다른 한 짝이 어디 있는지 알겠느냐? 안다면 말해라. 비록 그것이 있는 곳이 이 세상 끝이라 할지라도. 무릎으로 걸어서라도 난 그걸 찾으러 갈 테다.”

그렇게 말하면서, 채광창 밖으로 뻗친 다른 쪽 팔로 그 여자는 이집트 아가씨에게 그 수놓은 조그만 신 한 짝을 보여 주었다. 벌써 날은 밝아서 그 신의 모양과 빛깔을 알아보기엔 충분했다. 

“그 신을 보여주세요.” 하고 이집트 아가씨는 떨면서 말했다. “어머나! 어머나!” 그러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한쪽 손으로 그녀는 자기의 목에 달고 있던, 녹색 유리 세공품으로 장식된 조그만 주머니를 얼른 열었다. 

“오냐! 오냐!”하고 귀뒬은 중얼거렸다. “네 악마의 부적을 뒤져봐라!” 그러더니 별안간 그 여자는 말을 뚝 멈추고, 온몸을 떨면서 부르짖었는데, 그 목소리는 그 여자의 가장 깊숙한 폐부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내 딸아!” 

이집트 아가씨는 그 작은 주머니에서, 다른 신짝과 똑같은 조그만 신짝 하나를 꺼냈던 것이다. 그 조그만 신짝 위에는 양피지 한 조각이 붙어 있었고, 양피지 위에는 다음과 같은 주문이 쓰여 있었다. 

같은 짝이 발견될 때,

네 어미는 네게 팔을 뻗치리라.                  (P442-443)    

 

그 사나이는 사닥다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카지모도는 그를 똑똑히 다시 보았다. 그는 여자 하나를 어깨에 메고 있었는데, 흰옷을 입은 처녀로, 이 처녀는 목에 노끈이 매여 있었다. 카지모도는 그 여자를 알아보았다. 그녀였다.

사나이는 그리하여 사닥다리 꼭대기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노끈을 고쳐 맸다. 여기서 신부는 더 잘 보려고, 난간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별안간 사나이는 사닥다리를 발뒤꿈치로 툭 차서 떼밀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숨도 쉬지 못하고 있던 카지모도는, 포도 위 두 길 높이의 밧줄 끝에서, 그 불쌍한 소녀가 그녀의 어깨 위에 쭈그리고 앉은 사나이와 더불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밧줄은 여러 번 뱅글뱅글 돌았으며, 카지모도는 이집트 아가씨의 몸뚱어리를 따라 무서운 경련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한편 신부는, 목을 쑥 빼고 눈이 튀어나오도록, 그 사나이와 처녀의, 그 거미와 파리의 끔찍한 무리를 보고 있었다. 

가장 끔찍한 순간에, 악마의 웃음이, 인간이 이미 사람이기를 그만두었을 때밖에 가질 수 없는 그런 웃음이 신부의 창백한 얼굴 위에서 터졌다. 카지모도에게는 그 웃음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으나, 눈에 보였다. 종지기는 부주교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격분하여 그에게 달려들어, 그 투박한 두 손으로 클로드 신부가 굽어보고 있는 구렁텅이 속으로 그의 등을 밀어버렸다. 

신부는, “아이고!” 하고 외치면서 떨어졌다.              (P479-480)   

  

카지모도는 이집트 아가씨와 부주교가 죽던 날 노트르담에서 종적을 감춰버렸다. 사실 사람들은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고, 그가 어찌 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라 에스메랄다를 처형한 다음 날 밤, 잡역부들은 교수대에서 그녀의 시체를 풀어, 관례에 따라, 몽포콩의 지하실로 운반했다.           (P487)    

 

카지모도의 신비로운 잠적으로 말하자면, 다음에 적는 것이 필자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의 전부다. 

이 이야기를 끝마치는 사건들이 있은 지 약 2년 내지 18개월 후에, 사람들이 몽포콩의 지하실에 ‘사슴’ 올리비에의 시체를 찾으러 왔을 때(그는 이틀 전에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샤를 8세가 그에게 특사를 내려 훌륭한 장례를 갖추어 생 로랑 성당에 파묻게 했던 것이다.). 그 모든 끔찍한 해골들 사이에서, 송장 하나가 다른 송장 하나를 이상하게 껴안고 있는 두 송장을 발견했다. 이 두 송장 중 하나는 여자 송장이었는데, 아직도 그 흰 옷감 드레스의 몇 조각이 남아 있었으며, 그 여자의 목 둘레에는, 녹색 유리 세공품으로 장식된, 열린 채 비어 있는 조그만 명주 주머니 하나가 달린 멀구슬나무 열매 목걸이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거의 아무런 가치도 없는 물건들이어서, 망나니가 아마 그것들을 원치 않았던 것이리라. 이 송장을 꼭 껴안고 있는 다른 송장은 남자 송장이었다. 이것은 등뼈가 구부러졌고, 머리가 견갑골 속에 들어가 있고,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더 짧은 것을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목의 추골이 조금도 부러져 있지 않았으니, 그는 교수를 당하지 않았음이 분명하였다. 그러므로 이 송장의 임자였던 사나이는 거기에 와서 죽은 것이다. 그가 껴안고 있는 송장에서 그를 떼어내려고 하자, 그것은 먼지가 되어버렸다.           (P489-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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