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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영화 <리어 왕> 1971년

by 노용헌

<리어 왕>(1970), <리어 왕>(1916), 장 뤽 고다르의 <리어 왕>(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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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우유부단하고, <리어왕>은 교만하고, <오셀로>는 질투, <멕베스>는 야망이라는 성격이다. <리어왕>은 로마 침략이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레이르왕(King Leir)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희극이다. <리어왕>(1971)은 2016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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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에서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 즉 햄릿, 왕 클라우디우스, 왕비 거트루드, 폴로니우스, 딸 오필리어, 아들 레어티스가 주요 인물이다. 이 중 주요 갈등은 햄릿과 클라우디우스와 거트루드 사이에서 벌어진다. 햄릿의 주제는 ‘복수’이나 핵심은 삶과 죽음의 문제, 즉 존재의 문제다.

<맥베스>의 주요 인물은 세 마녀의 예언으로 왕이 되려는 욕망이 촉발돼 덩컨 왕을 죽인 맥베스, 맥베스의 욕망을 부추기는 맥베스 부인, 그리고 맥베스의 욕망과 맞서는 스코틀랜드 귀족 맥더프다. 작품의 핵심 주제는 야망으로 표현되는 권력욕이다.

<오셀로>의 주요 인물은 오셀로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 그리고 카시오와 이아고다. 아내인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부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이아고의 꾐에 빠져 두 사람을 살해하는 오셀로. 이 작품의 중심주제는 ‘질투’다.

<리어왕>에서는 리어 왕과 그의 두 신하인 글로스터와 켄트 백작이 주요 인물이며, 영토 분배를 둘러싼 세력 다툼이 주요 갈등이다. 핵심 주제는 사랑, 자식에 대한 부모의 ‘눈먼’사랑이다. 에드거의 진심을 못 보는 글로스터는 애드먼드를. 셋째 딸 코델리아의 진심을 못 보는 리어 왕은 고너릴과 리건의 간계에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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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짐은 그 동안에 숨은 뜻을 밝히려 하노라. 그 지도를 가져오라. 짐은 이 왕국을 셋으로 나누었고, 노년의 걱정거리 힘 좋은 어깨 위로 훌훌 털어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 향해 천천히 기어갈 결심을 굳혔노라. 짐의 사위 콘월과 못지않게 사랑하는 사위인 올버니여, 짐은 이제 앞날의 분쟁을 막기 위해 딸들의 지참금 각각을 지금 공표하기로 마음을 정했노라. 오랫동안 이 궁정에 구애하며 체류했던 막내딸의 두 연적, 프랑스와 버건디의 뛰어난 두 군주도 답을 듣게 될 것이오. 말해 봐라, 딸들아 --짐은 이제 통치권과 영토의 소유권 및 국사의 근심을 떨치려 하니까,-- 누가 짐을 이를테면 가장 사랑하는지, 그래서 효성과 자격 갖춰 요구하는 딸에게 최고상을 내릴 수 있도록. -- 짐의 맏딸, 고너릴이 먼저 하라.

고너릴 전 전하를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사랑하고 시력이나 걸림 없는 자유보다 소중하게 가장 값지다거나 희귀한 것 이상으로 은총, 건강, 미와 명예 갖춘 삶에 못지않게 일찍이 자식은 사랑하고 아버지는 받은 만큼 입 열고 말하면 빈약해질 사랑으로 온갖 비교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하옵니다.

코델리아 (방백) 코델리안 뭐라 하지? 사랑으로 침묵하라.

리어 이 모든 영토에서 이 선부터 이 선까지 그늘진 산림과 풍요로운 들판에다 풍부한 강, 드넓은 평야가 있는 땅을 네 소유로 해 주마, 너와 네 올버니의 자식들이 영원히 상속도록. 짐의 둘째, 콘월 부인, 짐이 가장 사랑하는 리건은 뭐랄 테냐?

리건 전 언니와 타고난 자질이 같사오니 사랑도 같은 값이옵니다. 진심으로 언니는 제 사랑을 조목조모 밝혔어요. 근데 다만 크게 부족한 것은 저는 제 감각의 핵심부에 들어 있는 다른 모든 기쁨을 적이라 공언하고 오로지 전하의 소중한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옵니다.

코델리아 (방백) 그렇다면 불쌍한 코델리아, 하지만 안 그래, 왜냐하면 내 사랑은 분명히 내 입보다 더 무거우니까.

리어 너와 네 후손에게 영구히 세습으로 고너릴이 하사받은 땅보다 크기나 값어치, 기쁨 또한 못지않은 짐의 고운 왕국의 방대한 삼분의 일 남으리라. -- 자 이제, 막내지만 내 즐거움, 네 사랑과 인연을 프랑스는 포도로 버건디는 우유로 맺자는데 언니들의 것보다 더 비옥한 삼분의 일, 그걸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말하라.

코델리아 없습니다, 전하.

리어 없습니다?

코델리아 없습니다.

리어 없음은 없음만 낳느니라. 다시 해 봐.

코델리아 소녀 비록 불운하나 제 마음을 입에 담진 못하겠나이다.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리어 뭐, 뭐라고, 코델리아? 말을 좀 고쳐 봐라. 네 행운을 망치지 않으려면. (P32-35)


리어 켄트는 입 다물라, 분노한 용의 일에 끼어들려 하지 마라! 난 쟤를 가장 사랑했었고 그 따뜻한 보살핌에 다 맡길까 생각했다. (코델리아에게)

가, 내 눈에 띄지 마라! 아비 마음 이제는 다른 데 줄 것이니 내 안식은 무덤이리. 프랑스를 불러라. 뭐 해? 버건디를 불러라. (시종들 서둘러 나간다.)

콘월과 올버니는 두 딸의 지참금에 셋째 것을 흡수하라. 저 애는 솔직함이라는 오만함과 결혼하고 난 자네들에게 내 권력과 최고 직위, 왕권에 따르는 화려한 표상들 모두를 공동 부여하노라. 짐은 매번 한 달씩 자네들 부담으로 백 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순번 따라 거처를 정하겠다. 짐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다 가지고 통치권과 조세권, 그 나머지 집행권은 사랑하는 사위인 자네들의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는 뜻으로 이 관을 두 쪽으로 나누노라. (P36-37)


글로스터 최근의 일식과 월식은 우리에게 좋은 징조가 아냐. 자연과학 지식으로 그걸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순 있어도 인간계는 결과적으로 홍역을 치르니까. 사랑이 식고 친구가 배신하며 형제가 갈라서고, 도시엔 폭동이 시골에 불화가 궁정엔 반역이 그리고 아들과 아비 사이의 인연이 깨어졌어. 내 자식 놈도 그 예언대로 됐어. -- 아비와 적대하는 아들이잖아. 국왕께선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빗나가셨어.-- 자식과 적대하는 아비잖아. 우리의 최고 시절은 지나갔어. 술책과 허위, 배신과 온갖 파괴적인 재앙들이 무덤으로 가는 우리 뒤를 걱정스럽게 따라와. 이 악당을 찾아내라, 에드먼드, 네가 손해 볼 건 없을 거다. 조심스럽게 해.-- 그런데 고결하고 충성스러운 켄트가 추방됐어. 죄목은 정직이야! 이상해, 이상해! (퇴장)

에드먼드 이건 세상 사람들의 순전한 바보짓인데, 우리가 불은에 빠졌을 때 --그건 종종 우리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기 때문인데-- 우린 그 재난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들의 탓으로 돌린단 말이야. 마치 우리가 불가피하게 악당이 되고 하늘이 강요해서 바보가 되고 천체의 우열로 나쁜 놈 도둑놈 배신자가 되며, 행성의 영향력에 강제로 복종당해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간통범이 되기나 하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의 못된 점은 죄다 하늘이 떠맡긴 것처럼, 자신의 호색하는 기질을 별 하나의 탓으로 돌리다니 색골 인간의 경탄할 오리발이로다. 내 아버지는 어머니와 강교점 아래에서 합궁했다. 그래서 내 출생은 큰곰 좌 아래였다. 그러므로 난 거칠고 색정적이다. 쳇! 이 천출 자식을 만들 때 가장 순결한 처녀별이 저 창공에 반짝였다 하더라도 난 지금의 나였을 것이다. (P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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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너릴 전하, 이러한 감탄은 당신의 새로운 장난과 꼭 같은 종류예요. 간청컨대 제 의도를 올바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드셔서 현명하실 테니까요. 당신께서 여기 둔 기사 향사 백 명은 너무나 무질서한 데다 방탕하고 거만하여 그 태도에 오염된 짐의 이 궁정이 난잡한 여인숙 같습니다. 탐식과 욕정으로 근엄한 궁궐이라기보다는 술집이나 창녀촌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창피는 즉각 시정돼야지요. 따라서 다른 때엔 부탁한 건 손에 넣는 여자가 요청컨대 수행원의 숫자를 조금만 줄이고 계속해서 당신에게 의지할 나머지는 그 나이에 어울리고 자신들과 당신을 좀 아는 사람들을 쓰십시오. (P63-64)


리어 말 다했어?

리건 그렇고말고요. 아니, 시종이 오십 명? 됐잖아요? 더 있을 필요가 뭐예요? 예, 그렇게 많이요? 수가 너무 많으면 비용 위험 둘 다 큰데? 한 집에서 많은 이가 두 가지 명령받고 어떻게 화목을 지킬 수 있겠어요? 어렵고 거의 불가능해요.

고너릴 전하, 동생에게 딸려 있는 하인이나 제 하인의 시중을 받으시면 안 될까요?

리건 전하, 왜 안 되죠? 만약에 그들이 소홀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요. 저에게 오시려면 --이제는 위험을 엿봤으니-- 간청컨대 스물에 다섯만 데려와요. 그 이상은 자리도 못 내주고 인정도 않겠어요.

리어 너희에게 다 주었다. --

리건 때맞춰 주셨지요.

리어 너희를 내 관리인, 수탁자로 만들고 그만한 숫자의 시중을 받도록 단서를 두었다. 뭐, 스물에 다섯만 데리고 너한테 가야 해? 그렇게 말했느냐, 리건?

리건 다시 말씀드리지만 더 이상은 안 돼요.

리어 사악한 것들도 아직 예뻐 보이는 군, 더 사악한 게 있을 땐, 최악이 아니란 게 칭찬을 좀 받는구나. (고너릴에게) 너와 함께 가겠다. 네 오십은 스물하고 다섯의 두 배니까 사랑 또한 두 배다.

고너릴 제 말 들어 보세요. 스물다섯, 왜 필요한데요? 열이나, 다섯은? 그 두 배의 하인들이 당신을 돌보도록 명령받는 집 안에서?

리건 하나는 왜 필요해요? (P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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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 그건 절대 못 본다. 이봐, 의자를 꽉 잡아. 그 눈알을 이 발로 짓밟아 주겠다.

글로스터 늙어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 사람은 날 살려 주시오! -- 오, 잔인하다! 오, 신들이여!

리건 한쪽이 다른 쪽을 비웃을 테니까 -- 저쪽도.

콘월 복수 혼을 만나거든 --

하인1 그 손을 멈추십쇼. 전 어릴 적부터 공작님을 모셨지만 지금 이 멈추라는 말보다 더 나은 봉사는 해 드린 적 없습니다.

리건 뭐라고, 개자식이?

하인1 만약에 당신 턱에 수염이 달렸다면 싸우면서 흔들겠소, 어쩌실 겁니까?

콘월 종놈이? (둘이서 칼을 뽑고 싸운다.)

하인1 그렇다면 덤비시오, 어찌 되나 봅시다. (콘월에게 상처를 입힌다.)

리건 (다른 하인에게) 그 칼을 이리 줘. 촌놈이 이렇게 반항해? (칼을 받아 뒤에서 그를 찌른다.)

하인1 오, 난 죽었다. 나리, 한쪽 눈이 남았으니 그에게 해 입힌 걸 보십시오. 오! (죽는다.)

콘월 더 못 보게 할 테다. 빠져라 못된 눈깔, 이제 네 밝은 빛은 어딨느냐?

글로스터 다 암울해졌어? 내 아들 에드먼드 어딨지? 에드먼드, 효성의 온 힘 모아 이 폭거의 원수를 갚아 다오.

리건 닥쳐라, 역적 놈아,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을 부르다니. 네놈의 역적모의 고발한 건 바로 그야, 너를 동정하기엔 너무 착해.

글로스터 오 나의 바보짓! 그럼, 에드거가 당했어? 신들은 저를 용서하시고 걔를 번성시키소서!

리건 (하인에게) 데려가서 문밖으로 밀어 버려, 냄새 맡고 도버로 가라고 해. 여보, 어때요? 괜찮아요?

콘월 상처를 입었소. 부인, 날 따라오시오. (하인들에게) 눈 없는 그 악당은 쫓아내고 이 노예는 똥 더미에 버려라. 리건, 난 출혈이 심하오. (하인들, 시체들고 글로스터 함께 퇴장) 때 아닌 상처를 입었소. 나를 좀 잡아 주오. (콘월과 리건 함께 퇴장) (P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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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이봐 내가 해치웠지? 나도 한땐 그놈을 날카로운 언월도로 펄쩍 뛰게 할 수도 있었어. 이제는 늙었고 이런 시련 때문에 망가졌어. (켄트에게) 누군가? 내 눈이 썩 좋진 않아. 솔직히 말하지.

켄트 운명이 아끼고 미워한 둘을 자랑한다면 여기에 그 하나가 있습니다.

리어 운이 침침하구나, 켄트가 아닌가?

켄트 맞습니다. 하인 켄트, 하인 카이우스는 어딨지요?

리어 참 좋은 녀석이야, 그 말은 할 수 있어. 공격도 해, 잽싸게 말이야. 죽어서 썩었어.

켄트 아뇨 전하, 제가 바로 그 사람 --

리어 그건 곧 알아보마.

켄트 전하께서 변하고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그 슬픈 발길을 따랐던 --

리어 여기로 잘 왔네.

켄트 바로 그입니다. 다 어둡고 죽음과 같군요. 큰 따님 두 분은 자신들을 해친 뒤에 절망해서 죽었고요.

리어 음, 그렇게 생각해.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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