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945년
<The Little Indians>(1965), <The Little Indians>(1974), <Ten Little Indians>(1989), <사보타지Sabotage>(2014)
영국에서의 원제는 <열 꼬마 깜둥이(Ten Little Niggers)>이지만 세간에는 더 문학적이고 은유적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졌으며 이는 미국 출판명이다. 마더 구스에 수록된 원제목 '열 꼬마 깜둥이'를 '열 명의 인디언 소년'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흑인을 언급하면 인종차별로 지적받을 소지가 있어 바꾸었다는 설, 미국에는 본래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이라는 동요가 있어 그것에 맞추었다는 설 등이 있다. '깜둥이(niggers)'는 '인디언(indians)' 외에도 '병정(soldiers)'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황금가지에서 번역한 최신판은 병정 소년, 병정 섬으로 표기한다. 전체적으로 인종 차별 이슈를 피하기 위해 최근에 발매한 판본일수록 병정을 선호한다.
그는 여러 신문에 게재되었던 니거 섬에 대한 기사를 떠올렸다. 원래 그 섬은 요트에 미친 어떤 미국인 백만장자의 소유였다. 그는 데번 해안에서 멀지 않은 그 작은 섬에 호화로운 현대식 저택을 세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세 번째 아내가 배 타는 것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저택과 섬이 매물로 나온 터였다. 여러 신문에 요란스러운 광고가 몇 차례 실렸다. 그러더니 그 섬이 ‘오웬’이라는 사람에게 팔렸다는 짤막한 기사가 나왔다. 그것을 필두로 여러 가지 추측 기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니거 섬을 산 오웬이란 사람은 사실 할리우드의 영화 배우인 가브리엘 터를 양으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1년 중 몇 달을 그 섬에서 지낼 계획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비지 비>에서는 그 섬이 영국 왕실의 별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비쳤고, <미스터 메리웨더>에서는 그 섬이 신혼 여행을 위해서 매입된 것이라고 했다. 젊은 L경이 마침내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는 것이다. <조너스>에서는 사실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섬은 일반에 알려져서는 안 될 실험을 위해 영국 해군 본부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니거 섬은 분명 대단한 뉴스거리였다! (P9-10)
그 섬의 저택은 상당히 재미있는 곳일 것이다. 화창한 날씨가 계속된다는 말이다. 이 오웬 부부는 어떤 이들일까? 돈은 많지만 밥맛없는 치들일 터였다. 뱃저는 귀신같이 그런 사람들을 찾아냈다. 물론 뱃저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딱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자기는 돈이 없으니..... (P22-23)
니거 섬. 그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섬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갈매기가 모여드는 바위투성이의 냄새나는 그 섬은 육지에서 1.5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니거, 곧 검둥이라는 이름은 그 섬의 형태가 사람의 얼굴, 그것도 흑인 특유의 두툼한 입술을 가진 얼굴과 비슷한 데서 연유한 것이었다.
그 섬을 사들여 저택을 짓다니 정신나간 짓이 아닌가! 날씨가 궂으면 정말 지독한 곳인데! 하지만 백만장자들은 괴팍한 법이었다! (P25)
프레드 내러코트는 배의 엔진 옆에 앉아 이번 초대객들은 참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훨씬 잘 차려입은 손님들을 예상했다. 하나같이 부와 권력의 냄새가 나는, 성장한 숙녀들과 요트 복장을 차려입은 신사들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엘머 롭슨 씨의 파티와는 딴판이 아닌가. 그 백만장자의 손님들을 떠올리자 그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어렸다. 그것은 최상의 파티였다. 동이 날 때까지 술을 마셔 대지 않았던가!
오웬이라는 사람은 아주 특이한 신사임이 분명했다. 오웬이든 오웬 부인이든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니 우습지 않은가. 오웬 씨는 아직 이곳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모든 지시와 지불은 그 모리스란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지시 사항은 언제나 명료했고 지불은 언제나 정확했지만, 그렇다고 이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신문에서는 오웬 씨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고 했다. 내러코트는 그 의견에 동감이었다.
어쩌면 정말 이 섬을 사들인 것은 가브리엘 터를 양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배에 탄 사람들을 살펴보고 나자 그 추리는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그랬다. 배에 탄 사람들 중에서 영화 배우와 관계있어 보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P36-37)
장식 없는 벽난로 선반에는 거대한 흰 대리석으로 된 곰 모양의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현대적 감각의 그 조각상 안에는 시계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번쩍이는 크롬 액자 안에 커다란 정사각형 양피지가 끼워져 있었다. 시였다.
그녀는 벽난로 앞에 서서 그 시를 읽어보았다. 어린 시절에 들은 오래된 자장가였다.
열 꼬마 검둥이가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검둥이가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검둥이가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검둥이가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검둥이가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검둥이가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검둥이가 바다 항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검둥이가 동물원 산책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검둥이가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검둥이가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베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기가 바로 니거(검둥이) 섬이었다! (P43-44)
갑자기 그 고요함 속으로 ‘목소리’기 울려퍼졌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폐부를 찌르는 비인간적인 목소리였다......
“신사 숙녀 여러분! 조용히 해 주십시오!”
모두 소스라치듯 놀랐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로를, 이어서 방 안을, 도대체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죄목으로 기소된 죄인들입니다.
에드워드 조지 암스트롱. 당신은 1925년 3월 14일. 루이자 메어리 클리스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에밀리 캐롤라인 브렌트. 당신은 1931년 11월 5일에 일어난 베아트리스 테일러의 죽음에 책임이 있습니다.
윌리엄 헨리 블로어, 당신은 1928년 10월 10일. 제임스 스티븐 란더를 죽게 했습니다.
베라 엘리자베스 클레이슨, 1935년 8월 11일. 당신은 시릴 오길비 해밀턴을 죽게 했습니다.
필립 롬바드, 당신은 1932년 2월 어느 날 동아프리카의 원주민 스물한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존 고든 맥아더, 당신은 1917년 1월 1일, 아내의 정부인 아서 리치먼드를 죽게 했습니다.
앤터니 제임스 매스턴, 당신은 작년 11월 14일, 존 콤스와 루시 콤스를 죽게 했습니다.
토머스 로저스와 에델 로저스, 1929년 5월 6일 당신들은 제니퍼 브래디를 죽게 했습니다.
로렌스 존 워그레이브, 당신은 1930년 6월 10일에 에드워드 시튼을 죽게 했습니다.
법정에 선 피고 여러분, 당신들은 자신들을 변호하기 위해 할 말이 있습니까?” (P56-57)
판사는 다시 한 번 입술을 매만졌다. 이번에는 흡족한 듯이.
“당신 말이 맞을 거요. 얼릭 노먼 오웬이라! 브렌트 양이 받은 편지의 서명은 성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베라 양이 받은 편지에서 낸시라는 세례명은 그런 대로 알아볼 수 있었소. 양쪽 다 약자가 같소. 얼릭 노먼 오웬이나 유너 낸시 오웬이나 말이오. 다시 말하자면 양쪽 다 U.N. 오웬(Owen)이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언노운(Unknown), 곧 ‘미지의 인물’을 뜻하는 거요!”
베라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미친 짓이라고요.”
판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우리를 이곳에 초대한 사람은 미치광이인 게 분명하오. 어쩌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살인광일지도 모르지.” (P72)
“난 이렇게 말하고 싶소. 이 미지의 사내는 내가 에드워드 시튼이라는 사람을 죽였다고 했소. 난 시튼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소. 1930년 6월 내 법정에 선 피고였지. 그는 어떤 노파를 살해한 죄목으로 기소되었소. 그의 변호사는 훌륭했고, 증인석에 선 그 자신도 배심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소. 하지만 증거로 미루어보건대 그는 유죄임이 분명했소. 나는 사건의 요점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했고,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을 내렸소. 판사가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이유로 항소가 있었소. 그 항소는 기각되었고, 그는 당연히 처형되었소. 여러분 앞에서 말하지만 그 문제에 있어서 나는 양심에 거리낄 것이 전혀 없소. 의무를 다했을 뿐이오. 유죄가 입증된 살인범에게 적절한 선고를 내린 것뿐이오.”
암스트롱의 머릿속에 그 사건이 떠올랐다. 시튼 사건! (P75)
그는 생각했다.
‘언제 이곳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두말할 것 없이 내일이면 이곳을 벗어나리라. 육지에서 모터보트가 도착하는 대로.
우습게도 이 순간 그는 이 섬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육지로, 자그마한 자기 집으로, 그 모든 어려움과 걱정 한가운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저녁 무렵보다 좀더 커진 것 같았다. 바람 역시 거세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평화로운 소리, 평화로운 곳....’
또 그는 생각했다.
‘섬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곳에 오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데 있지.... 끝에 이른 셈이니까.....’ (P99)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일이라니? 무슨 일 말입니까?”
“제가 미쳤다고 여기실 겁니다. 선생님. 별일 아니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하지만 설명이 필요합니다. 선생님. 설명이 필요하다고요, 정말이지 이상하기 짝이 없어요.”
“알았어요, 로저스, 무슨 일입니까? 수수께끼 같은 얘기 그만하고 요점을 말해요.”
로저스는 다시 한 번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그 꼬마 인형들 얘깁니다. 탁자 한가운데 놓여 있는 도기로 된 꼬마 인형들 말이에요. 열 개가 있었습니다. 맹세코 열 개가 있었습니다.”
암스트롱이 말했다.
“그래요, 열 개였죠.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헤아려 봤어요.”
로저스가 가까이 다가섰다.
“바로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어젯밤 응접실을 정리할 때 보니까 아홉 개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까, 선생님. 오늘 아침에 말입니다. 아침 식사를 가져다 놓을 때에는 몰랐습니다.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아까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와 보니, 제 말을 못 믿으시겠거든 직접 보십시오. 여덟 개뿐이잖습니까. 선생님! 여덟 개뿐이란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 아닙니까? 여덟 개뿐이라니.....” (P120-121)
“놈은 미치광이가 분명하오! 돌았단 말이오.”
판사가 기침을 했다.
“그런 것 같소. 하지만 그 사실에 흥분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소. 우리의 주된 관심은 바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거요.”
암스트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섬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단 말입니다!”
판사가 턱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관점에서는 그렇소. 난 오늘 아침 일찍 그런 결론에 이르렀소. 내게 물었더라면, 섬을 수색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해 주었을 거요. 그럼에도 나는 오웬이라는 자가 틀림없이 이 섬에 있다고 생각하오. 그렇소. 법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공명정대한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한다는 이 계획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길은 한 가지 밖에 없소. 오웬이라는 자가 직접 이 섬으로 올 수밖에 없는 거요.
결론은 명백하오. 오웬이라는 자는 우리 중의 하나요.....” (P168)
에밀리 브렌트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성서를 집어들고 창가로 갔다.
그녀는 책을 펼쳤다. 그런 다음 잠시 망설이다가 성서를 밀어놓고 화장대로 갔다. 그녀는 화장대 서랍에서 검은 표지의 작은 공책을 꺼냈다.
그녀는 공책을 펼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맥아더 장군이 죽었다.(그는 엘시 맥퍼슨의 남편과 사촌 간이다.) 살해당한 게 틀림없다. 점심 식사 후 판사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중의 하나가 악마에게 홀려 있다는 것이다. 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자가 누구일까? 모두들 그 사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그녀는 쓰는 것을 멈추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몽롱하게 흐려졌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연필이 취한 듯 움직거렸다. 비꿀비뚤 흐트러진 글씨로 써 내려간 글은 이랬다.
살인자의 이름은 바로 베아트리스 테일러.....
그녀의 두 눈이 감겼다.
문득 그녀는 소스라쳐 눈을 떴다. 그녀는 공책을 내려다보았다. 분노 섞인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녀는 비뚤비뚤한 글씨로 쓰인 마지막 문장을 지워 버렸다.
그녀는 나지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 문장을 쓴 게 정말 나란 말인가?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아.....” (P193-194)
안도감이 베라를 휩쌌다. 거대하고 감미로운 안도감이었다.
마침내 끝났다.
더 이상 두려움도 없었고, 신경을 곤두세울 일도 없었다....
이 섬에는 이제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홉 구의 시체와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떻단 말인가? 그녀는 살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았다. 감미로운 행복감, 달콤한 평화......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P291-292)
집 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집 안에 있는 것처럼....
휴고가, 2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한 꼬마 검둥이가 외롭게 남았다네.’
마지막 구절이 뭐였더라? 결혼에 관한 것이었던가? 아니면 다른 내용이었던가?
그녀는 자기 방 문 앞에 이르렀다. 휴고가 방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방문을 열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헉 하고 숨을 멈추었다....
천장 갈고리에 늘어진,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올가미? 그리고 그 아래 놓여 있는 의자, 저걸 발로 차야 하는 걸까.....
이것이 휴고가 바라는 일인가....
그래, 그것이 동요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그녀의 손에서 도기로 된 꼬마 인형이 굴러떨어졌다. 그것은 또르르르 굴러가 벽난로의 울에 부딪쳐 깨어지고 말았다. (P295)
이제 한두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끝난다.
이 글이 담긴 병을 바다에 던진 다음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눕힐 것이다. 내 안경에는 가느다란 검은 고무줄이 달려 있다. 몸으로 안경을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 고무줄을 문 손잡이에 느슨하게 감은 다음 권총에 느슨하게 묶을 것이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나는 한쪽 손으로 손수건에 싸인 권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내 손은 옆구리로 털썩 떨어지겠지만 권총은 고무줄 때문에 문 쪽으로 당겨지면서 손잡이에 부딪쳐 저절로 고무줄이 풀리면서 바닥에 나동그라지리라. 그리고 매듭이 풀린 고무줄은 내 몸 아래 놓인 안경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려 있게 될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으리라.
나는 내 손님이자 희생자들의 기록대로 이마에 총을 맞은 채 내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되리라. 우리의 시신이 검시될 무렵에는 사망 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파도가 가라앉으면 육지에서 배와 사람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들은 열 구의 시체와 니거 섬에서 일어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발견하리라.
로렌스 워그레이브 (P327)